“장애인을 위한다고 말하지 말라! 수용시설에 가두지 말라!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삶!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자!”

 

420장애인차별철폐경산공동투쟁단(이하 420경산공투단)이 4월 20일 장애인차별철폐의 날을 즈음하여 경산시청 앞에서 투쟁선포식을 열었다. 420경산공투단은 “장애인을 위한다고 말하지 말라! 장애인 거주시설 가두지 말라!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삶,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자!”라는 슬로건을 걸고 경산지역의 근본적인 탈시설 및 자립 생활 권리 보장을 촉구했다.

 

2021 420 장애인차별철폐경산공동투쟁단 투쟁선포식 및 기자회견(사진 : 박재희 경산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 )
2021 420장애인차별철폐경산공동투쟁단 투쟁선포식 및 기자회견. 사진=박재희 경산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

최근 공익제보를 통해 장애인시설 성락원에서 수십 년 동안 인권유린 및 후원금 갈취 등 비리 문제가 지속되어 온 사실이 알려졌다. 이에 420경산공투단은 성락원 인권유린 본질은 경산시가 수십 년간 민간시설에 예산만 지원해 장애인을 격리 수용한 결과임을 밝히고, 인권유린이 발생한 성락원 폐쇄와 탈시설 및 자립 생활 정책을 전면 추진할 것을 촉구했다.

 

(왼쪽부터)김종한 420경산공투단 상임대표, 김유미 성락원탈시설한 당사자, 이경형 경산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 김명해 공공운수노조 경북지역 성락원 분회장
(왼쪽부터) 김종한 420경산공투단 상임대표, 성락원에서 탈시설 한 김유미 활동가, 이경형 경산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 김명해 공공운수노조 경북지역 성락원 분회장

김종한 420경산공투단 공동대표는 “성락원에서 나온 당사자 세 분이 시설을 나와서 자립 생활운동을 시작했다. 우리가 시설 문제를 왜 제기하는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시설은 없어져야 하고, 장애인이 시설을 나와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야 하기 때문”이라고 발언했다.

이어 “지금도 성락원 안에서 나와서 살고 싶어 하는 장애인 당사자들이 많다. 그런데 발달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 나와서 살아갈 수 있는 지원체계와 자원이 없어서,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멀다. 오늘의 투쟁을 힘차게 시작해서, 발달장애인 당사자들이 탈시설 할 수 있는 권리를 쟁취할 수 있도록 420경산공투단이 열심히 하겠다. 지역사회에서 인간답게 살아가 위한 투쟁을 만들어가자”고 당부했다.

성락원에서 탈시설 한 김유미 씨는 “시설에서 살면서 고통을 받았다. 미움을 많이 받았고, 제가 하고 싶은 대로 못 해봤고, 놀러 갈 때도 안 보내줬다. 처음 성락원에서 나왔을 때는 무서웠는데 살다 보니까 힘들어도 내가 관리하고, 하고 싶은 대로 해서 좋다. 이제는 당당해졌다. 나도 국민이고 경산시에 한마디 하겠다. 우리 가지고 장난치지 마라! 우리도 시민이다! 장애인 권리 보장하라!”고 외쳤다.

이경형 경산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는 “2014년 경산시에 장애인 콜택시 부름콜이 만들어졌다. 그러나 이름은 부름콜인데 부름콜이 불러서 제때 오는 경우를 못 봤다. 불러도 오지 않는 부름콜”이라며 “동지들과 함께 투쟁하고 싶다”고 발언을 열었다.

이경형 활동가는 “얼마 전에 친구와 영화를 보기로 해서 부름콜을 불렀는데, 갑자기 배가 아파 취소했다. 그런데 한 시간 남았다고 저한테 경고를 줬다. 경고 세 번이면 한 달 동안 이용하지 못한다. 부름콜과 경산시에 당신들은 갑자기 몸이 아픈 적이 없냐고 묻고 싶다”고 했다.

이어 “우리도 당당하게 이동할 권리가 있다. 영화를 볼 수 있고, 밥을 수 있는 이것이 어려운 권리인가? 사람이 택시를 타고 버스를 타는데 무슨 원칙이 필요한가? 어떤 원칙을 적용해줘야 이동권이 보장되는가? 장애인 이동권은 복지도 아닌 권리다”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최근 성락원의 인권유린과 비리 문제에 대해 노동조합을 결성해 싸우고 있는 현장의 노동자들도 함께했다.

김명해 공공운수노조 경북지역지부 성락원 분회장은 “성락원 이용자들이 안에서 힘들게 생활하고 있다. 제일 먼저 시급한 것은 먹는 것, 입는 것이 열악하다. 그리고 따뜻한 물이 나오지 않는 것, 난방이 되지 않아서 이용자들이 힘들어하고 있다. 기본적인 것만이라도 해달라고 외쳐왔지만, 노조 결성 이후에도 안 되고 있다. 경산시는 한 번 도 정확하게 (어떻게 바꿀지) 말한 적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우리는 성락원의 모든 이용자의 권리를 개선하기 위해서 노력할 것이다. 장애인들이 모두가 잘 살 수 있는 그날이 오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뜻을 밝혔다.

 

(왼쪽부터)김정곤 민주노조 경산지부 지부장, 정성재 故정유엽씨의 아버지, / 기자회견 낭독 이은주 경산여성회 회장, 정경애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대외혁력국장
(왼쪽부터) 김정곤 민주노총 경산지부 지부장, 故 정유엽 씨의 아버지 정성재, 기자회견문을 낭독하는 이은주 경산여성회 회장, 정경애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대외협력국장

김정곤 민주노총 경산지부 지부장은 “성락원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만들었다는 이유로 원장은 1년 동안 지지부진하게 교섭을 끌어왔다. 이제는 노동조합이 싫어서 그만둘 것 같다. 우리나라의 헌법 제33조 1항에는 노동자는 노동조건을 위하여 단결권 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고 했다. 노동자의 권리를 위해서 노동조합을 만들 수 있는 단결권은 헌법에 규정된 권리”라고 지적했다.

이어 “1년에 35억에서 37억이 성락원에 흘러가고 있다. 경산시는 뒷짐만 지고 아무런 제제나 조치가 없다. 공무원들의 직무유기”라며, “성락원 문제는 조금만 관심을 둔다면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장애인 동지들과 함께 탈시설과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 권리를 위해 민주노총 경산지부도 함께 투쟁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코로나19 의료공백으로 세상을 떠난 故 정유엽 학생의 아버지 정성재 씨도 함께했다. 정성재 씨는 “주변에 병원도 많았는데 코로나19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고, 아무 처치도 받을 수 없는 지금의 시스템이 온당한가, 우리 의료 시스템의 허점이 많지 않았나 이렇게 생각을 해본다. 유엽이의 죽음이 사회에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부실한 의료체계와 제도를 재정립 할 수 있는 그런 교두보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며 발언을 열었다.

정 씨는 “질병의 위기 시대에 민간 병원 의존도가 90%가 넘는다. 코로나에 대한 신속한 대처가 어렵고, 컨트롤타워를 할 수 없는 구조다. K 방역 이면에는 상대적으로 사회의 약자와 서민, 소외 계층 그리고 장애인분들이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권리를 무시하는 현실이 있다. 공공의료를 기대하고 계시는 분들에게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했던 것이다. 경산에는 아직도 공공의료시설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도보 행진하면서, 시설 확충도 중요하지만 공공시설을 운영할 수 있는 정부의 강력한 지원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공공병원 확대와 운영에 대해서 시장의 영리 개념이 아니라 필수 공공재 차원에서 지원과 철학이 있어야 한다. 유엽이 같은 희생을 방지하고 의료공백의 최소화를 위해서라도 평등하게, 적극적인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의료체계와 제도 개선이 현실화하기를 진정으로 바란다”고 뜻을 밝혔다.

 

'시설은 집이 아니다', '시설은 감옥이다'적힌 피켓(사진 : 황외정 경산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
‘시설은 집이 아니다’, ‘시설은 감옥이다’라고 적힌 피켓. 사진=황외정 경산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

기자회견 낭독 후에는 ‘시설은 집이 아니다’, ‘시설은 감옥이다’고 문구가 적힌 피켓을 쓰러트리는 퍼포먼스가 진행되었다.

420경산공투단은 선포식을 통해 △장애인 수용정책 폐지 및 지역사회에서 살 권리 보장 △사회서비스 공공성 강화 △활동지원서비스 권리 보장 △보호작업장 폐쇄 및 노동권 보장 △접근권 보장 △장애인 이동권 보장 및 공공성 강화 △코로나19 대책 마련 및 의료 공공성 강화를 요구했다. 공투단은 이후 지역사회에 요구를 알리는 활동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뉴스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