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에펠탑은 파리에 있어야 아름답다.

산업화와 농촌의 공동화가 진행되며 온 산천에 에펠탑을 닮은 송전탑이 우후죽순 꽂혔다. 송전탑이 안전해서, 보기 좋아서 가만히 있었던 것은 아니었겠지. 그동안은 어쩔 수 없다며 나라에서 하는 일이니, 먹고 살기 바빠서 용인해 왔으나 송전선은 점점 고압이 되어왔고, 송전탑은 따라 커졌으며, 밀양에서 더 이상은 안 된다고 말하기 시작했다.

 

#2. 쇠사슬 투쟁과 사사오입

평생 농사만 지었고 남은 것은 작은 땅뙈기뿐인 밀양의 농민들이 쇠사슬로 서로의 몸을 묶고 고향을 지키려 몸부림쳤으나 한전은 기어이 고압송전탑을 꽂았다. 이후는 주민들의 의견을 들어 진행하겠다고 하며 1차 송전탑 대전은 마무리되었다.

허나 그게 승리자의 듣기 좋은 멘트였음이 이번에 드러났다.

한전은 신울진에서 신가평 간 송전탑 구간을 동부구간(울진, 삼척, 봉화, 영월, 정선, 평창을 경과한 140km 구간 280기)과 서부구간(횡성, 홍천, 양평, 가평을 거치는 90km 구간 160기)로 나누어 관리하고 있다.

동부구간은 대다수 주민이 모르는 상태로 경과지가 선정되었다. 봉화군의 경우 반대 대책위 위원장이 주민의 뜻과 상관없이 합의를 진행해 분노한 주민들이 비상대책위를 결성해 반대 운동을 이어가고 있다. 서부구간에선 지난 3월 건설을 전제로 한 12차 입지선정위원회 회의에 홍천과 횡성군이 참여를 거부한 상황에서 찬성 정족수를 채우지 못하자 사사오입 방식으로 규정을 어겨가며 경과지를 확정하여 발표하여 공분을 사고 있다.

특히 한전은 지난해부터 경과지 주민을 돈으로 매수하고 먼저 합의한 주민에겐 특별보상비를 더 주겠다며 지역공동체를 갈가리 찢는 관행을 되풀이하고 있다.

 

#3. 송전탑은 필요한가

신한울 핵발전소 3·4호기에서 전기를 나르기 위해 계획된 신울진~신가평간 송전탑 계획은 필요성부터 다시 검토되어야 함에도, 기후위기대응에 역행하는 화력발전소를 삼척에 지을 것이니 송전탑이 필요하다고 한다.

삼척주민들은 결사반대하며 화력발전소를 짓지 못하게 해서 송전탑 계획을 무산시키겠다고 벼르고 있는데 한전은 이들 사업이 폐기되더라도 신재생에너지 단지 추진으로 송전탑 건설이 불가피하다며 제3의 카드를 만지작거린다.

이쯤 되면 송전탑을 건설하기 위해 발전소가 필요한 건지 헛갈릴 정도이다. 재생에너지를 꼭 사용지에서 머나먼 곳에서 생산해 길목마다 반대하는 주민들 목소리를 찍어 누르고 져다 날라야 하는지 의문이다.

 

#4. 햇빛과 바람마저

독일은 재생에너지 비율이 높아 우리나라에서 탈핵을 염원하는 사람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그런데 독일의 경우도 북쪽에서 풍력으로 생산한 전기에너지를 남쪽으로 나르며 숲에 어마어마한 규모의 송전탑들이 즐비한 것을 보고 든 생각은 ‘그래, 독일도 산업사회였지’ 하는 소감이었다. 결국, 햇빛과 바람마저 자본은 사유화하는구나. 우리가 꼭 독일을 따라갈 필요는 없지 않나. 우리는 우리식대로 전기생산지와 소비지를 최대한 밀착시키는 방법을 찾아야 할 거라고.

 

#5. 한전은

한전은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밀어붙이면 송전탑을 기어이 꽂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허나, 4월 14일 강원도청 앞에서 강원도와 경상북도의 송전탑 경과 예정지의 주민들은 하나같이 그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막아낼 것이라 했다. 소멸하여 가는 지방, 농촌이라고 무시하고 돈으로 해결하려 한다면 많은 돈을 뿌리고도 아무 성과도 보지 못하는 자충수를 두게 될 것이다. 송전탑을 꽂는 것이 경제성이 떨어져서 못할 일이라 판단할 때까지 우리도 밀어붙여야겠다.

 

#6. 어느 쪽이 더 생태적이며 경제적인가.

우리나라 도시 어디나 그렇듯, 안동에도 개천을 덮어 도로로 만든 구간이 많다. 현재 안동시장은 일부 구간을 개천으로 복원하여 생태 도시를 만들겠다는 공약을 했었다. 그리고 조만간 500억을 들여 시행할 예정이라 한다. 도시 가운데 개천이 있으면 좋겠지. 첨부터 덮지 않았다면 좋았겠지. 그런데 현재 있는 자연을 훼손시키며 얻은 에너지로 온갖 소음과 먼지를 일으키며 개천을 복원하는 것이 생태적인가 아님, 도로 1차선이라도 자전거에 양보하는 게 생태적인가.

 

#7. 언젠가는

인간은 자연을 수탈하여 이익을 취하는 데 익숙해 있지만, 우리 인간의 최대 약점은 숨을 쉬어야 하고 먹어야 산다는 것이다. 언젠가 우리가 자연과 분리된 존재가 아니라는 걸 온몸으로 인식하게 되면 방방곡곡 설치된 송전탑들을 뽑아낼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상상하며 시 한 수 지어 본다.

 

햇빛과 바람마저

 

핵 대신 해라 하였고

석탄불 대신 바람이라.

허나 핵이 해로 바뀌고, 석탄 대신 바람이어도

왜 그걸 져다 날라야만 한다는 걸까.

소나무 대신 송

밭 대신 전

의 탑을 기어이 꽂아야 한다는 그대들.

나무와 흙과 흙의 사람들의

비명을 찍어 누르고.

아직 핵이 해로, 탄이 바람이 되지도 않았건만

우선 전기 나르는 탑부터 세우고 보자는 심사는

이내 심사를 헝클어 놓고.

 

글 / 정연주 안동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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