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강행복한집 인권유린 공익제보자 ‘벌금형’에 시민사회 분노
혜강행복한집 인권유린 공익제보자 ‘벌금형’에 시민사회 분노
  • 박재희
  • 승인 2021.05.07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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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공익제보자 상고 기각하고 ‘벌금 500만 원’ 형 확정
“공익제보하면 다친다는 메시지 남겨” … 시민사회 거센 비판
“문제 제기하는 사람은 퇴출당하고 침묵만 남은 혜강행복한집 폐쇄해야”



‘혜강행복한집’ 인권유린 공익제보자에 대한 벌금형이 확정되자, 시민사회가 이를 강하게 규탄하고 나섰다. 혜강행복한집은 경주 소재의 정원 30명 규모 장애인시설로, 공익제보를 통해 전 시설장의 폭행 및 횡령 등 인권유린과 비리 문제가 알려졌다.

420장애인차별철폐경주공동투쟁단(이하 공투단)은 4일 경주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침묵이 아닌 양심을 선택한 공익제보자가 벌금형을 받고 직장에서 쫓겨났다’며 경주시와 사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혜강행복한집 사태’ 대법원 판결 규탄 및 420경주공투단 입장 발표 기자회견 진행 모습. 사진=420경주공투단

지난 4월 29일, 대법원 3부는 혜강행복한집 공익제보자와 설립자 측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2심 형량을 확정했다. 이로써 혜강행복한집에 사태에 대한 최종 사법처분은 ▲설립자 아들이자 폭행 가해자인 전 원장 J 씨 징역 1년 ▲ J 씨의 배우자이자 사건을 함께 주도한 사무국장 S 씨 벌금 700만 원, ▲주·부식 업체 대표 벌금 300만 원, ▲공익제보자 벌금 500만 원 형이 확정되었다. (▷관련 기사: ‘혜강행복한집 인권유린 사건’ 2심 판결이 남긴 것)

대법원 판결 당일, 공익제보자는 시설 측으로부터 ‘근로계약종료’를 통보받고 즉시 퇴출되었다. 「사회복지사업법」에 따라 100만 원 이상의 벌금을 선고받고 5년이 지나지 않을 경우, 사회복지법인 또는 사회복지시설의 종사자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공투단은 “공익제보자의 노력과 고통에 무지하고 무감각한 판결”이라며, “고발하면 다친다는 강력한 메시지만 남겼다”고 비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판결의 당사자가 참석해 공익제보자가 놓인 취약한 현실을 고발했다. 혜강행복한집 공익제보자 A 씨는 “(근로계약 종료) 문서 한 장을 등기로 받았다. 벌금 500만 원으로 5년간 자격이 정지되어 사회복지시설에서 일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발언을 열었다.

A 씨는 “이렇게 하면 앞으로 어느 누가 공익제보를 할 수 있겠는가? 고발하면 보호받을 수도 없고, 앞으로는 공익제보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러나 다음에 또 이런 일이 생기면 다시 공익제보를 할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

이어 “지금 혜강행복한집에 동료 다섯 분이 법인 눈치를 보며 숨도 제대로 못 쉬고 출근하고 있다. 법인 이사회는 전 원장의 지인들로 구성됐다”며, “운영 정상화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5년 뒤에 원장의 배우자가 다시 복귀하지 못하도록 끝까지 대응할 것”이라 전했다.

김용식 경북노동인권센터 센터장은 “어젯밤 10시, 다른 시설의 공익제보자가 퇴근을 못하고 있다는 연락을 받고 긴급 출동해 퇴근을 지원했다. 오늘 오전에는 출근이 가로막혀서 경찰까지 대동하고, 병원으로 안내했다”며 공익제보자들이 놓인 현실을 규탄했다.

이어 “공익제보자들은 하루하루 사는 게 지옥이다. 3년 동안 그 고통을 견뎠을 공익제보자를 보며 가슴이 아팠다. 그러나 공공의 영역에서 누구도 공익제보자의 손을 잡아주지 않았다. 경주시장에게 요구한다. 공익제보자에 대한 적극적인 보호 조치를 만들고 대책을 수립하라. 그렇지 않으면 경주시장을 비롯한 관련자들은 인권침해의 공범일 뿐”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한 참여자가 “공익제보자 보호=소수자 인권 보호”가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420경주공투단

김종한 경북장애인차별철폐연대(준) 상임공동대표는 “공익제보자께서 밤늦은 시간 시설 인권침해와 비리를 알리기 위해 찾아오셨던 모습을 기억한다. 얼마나 많은 고민과 생각을 거쳐, 용기를 내셨겠는가?”라며 발언을 열었다.

이어 “경주시, 경찰, 법원 모두 공익제보자를 공범으로 내몰았다. 폐쇄적인 시설 구조에서 용기를 내 고발한 공익제보자를 대한민국과 법이 전혀 보호해 주지 않았다. 이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경주시가 대책을 내야 한다. 내부의 문제를 적극적으로 말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배예경 경북장애인부모회 회장은 “공익제보자는 3년 동안 목숨 걸고, 본인의 일자리를 빼앗겨가면서 법원에, 기자회견에 함께해 주셨다. 우리가 공익제보자만큼은 지킬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대법원 판결을 보고 낙심하지 않을 수 없다”는 마음을 전했다.

또한 “제보자께서 또다시 공익제보에 나서겠다는 말에 가슴이 찢어지고 고맙다. 장애인의 삶을 담보로 재산을 축적하는 시설 세력들과, 이들 편에 서서 범죄 시설을 봐주고 있는 경주시를 용납할 수 없다.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도록 개인별 탈시설·자립생활 지원계획을 수립하고, 함께 살 수 있을 때까지 투쟁하자”고 제안했다.

공투단은 공익제보자가 공범에 내몰린 것은 ‘경주시의 봐주기 행정 결과’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미 5년 전, 공익제보자들은 혜강행복한집 문제에 대한 증거자료를 모아 경주시에 감사를 요청했으나 이 사실을 묵살한 것은 경주시”라며, 경주시의 소극적 조치가 문제를 키웠다고 제기했다.

또한 “경주시 행정 공백의 결과, 범죄 시설들의 편법과 인권유린이 관행으로 고착되었으며 학대 피해가 재발했다”고 강조했다. 공투단은 “때문에 이번 판결은 단지 사법부만의 문제가 아니”라며, “행정의 조치를 기대할 수 없는 현실에서 공익제보자가 경주시가 마땅히 해야 할 일, 하지 않은 일을 홀로 감당한 결과”라고 규정했다.

끝으로 공투단은 “공익제보는 우리 사회 보이지 않는 곳을 밝히는 존재”라며, “공익제보자가 없었다면 혜강행복한집은 지금도 장애인을 위한 좋은 시설로 알려져 있었을 것”이라 지적했다. 이어 ▲공익제보자를 공범으로 내모는 경주시와 재판부 강력 규탄, ▲공익제보자의 지위 인정과 보호 대책 마련, ▲침묵의 수용소가 된 혜강행복한집 즉각 폐쇄 및 법인 해산을 요구하는 입장을 발표했다.

 

참여자들이 “침묵의 수용소 혜강행복한집 폐쇄하라”, “범죄 시설 봐주기 공익제보자만 고통받는다”, “혜강행복한집 인권유린 고발 대가 벌금 500만 원”이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420경주공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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