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는 일상” 물고문 학대 피해자 증언 잇따라
경산시, ‘피해자 분리 조치 및 인권 실태 전수 조사 시행, 인권 침해 수사 의뢰 등’ 약속

 

경산지역 소재 장애인거주시설인 성락원에서 ‘물고문’ 방식으로 거주인을 학대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민사회가 피해자 보호와 시설 폐쇄 촉구에 나섰다.

18일, 420장애인차별철폐경산공동투쟁단(이하 420경산공투단)은 경산시가 거주인 학대 정황이 드러난 성락원에서 벌어진 인권 유린을 방치했다며 규탄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420경산공투단은 학대 피해자 긴급 보호조치 즉각 시행, 인권실태 전면 전수 조사 시행과 성락원 폐쇄, 경산시장 면담을 요구했다.

기자회견에서 김용식 경북노동인권센터 센터장은 “물고문 학대 피해자가 공포의 하루하루를 보내는 동안 시설은 가해자를 신고하지 않고 휴가를 줬다”라며 “시장이 인권 유린 사건에 책임을 지고 전면적인 인권실태 조사를 해야 한다. 가해자와 가해를 은폐한 자를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용식 센터장은 성락원에서 벌어진 인권 유린이 수년째 이어진 점을 강조하며 거주인 사망사고와 관련한 재조사의 필요성도 주장했다.

420경산공투단에 따르면 지난 4월 성락원 거주인에 대한 물고문 학대 사실이 알려졌다. 성락원 직원 A 씨가 반응 행동을 하는 피해자를 싱크대로 끌고 가 수도꼭지 밑에 머리를 밀어 넣고 수돗물을 틀어 학대했다. 당시 학대 현장을 직원 서너 명이 목격했지만 제지하지 않았다.

김종한 420경산공투단 상임대표는 “나도 성락원 거주인이었다. 숱하게 인권침해를 지켜봤다”라며 “인권침해는 계속 벌어지고 있다. 시설 폐쇄를 위해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발언했다.

 

성락원

성락원 거주인 인권침해는 지난해 3월 출범한 성락원 사회복지사 노동조합을 통해 본격적으로 알려졌다. 노동조합은 올해 3월 19일 경산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설 거주인 인권침해와 노조에 대한 부당노동 행위 실태를 폭로하며 경산시에 대책 마련을 요구한 바 있다.

성락원은 거주인 관련 인권 침해 및 부실한 식사 제공, 온수 사용 통제, 냉난방 관련 거주 환경, 학대와 방임, 의복 구입에 후원금 부당 집행 등에 대한 신고가 경북장애인권익옹호기관에 접수되어 조사가 진행 중이다.

인터뷰에서 김명해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경북지역지부 성락원분회장은 “죄송하다, 뭐라 드릴 말씀이 없다”라며 “인권을 지켜야 할 사람들이 가해자를 감싸고 누가 알려줬냐며 제보자 찾기에 나서고 있다. 시설이 똑바로 운영돼 이런 일이 다시는 없어야 한다”고 했다.

 

성락원 퇴소자의 “물고문” 증언 이어져

420경산공투단은 성락원 학대 피해자를 포함한 거주인들이 지속해서 학대에 노출되고 사건 은폐와 2차 가해가 자행됐다며 시설 폐쇄를 촉구했다.

취재 과정에서도 성락원 퇴소자로부터 물고문 학대 피해가 확인됐다. 성락원에서 생활했던 B 씨는 “초등학생, 중학생 때 생활지도사가 고무통으로 끌고 가서 머리끄덩이를 잡고 물에 넣었다”고 증언했다. 이어 “시설 직원이 나무망치로 자주 머리를 때렸다. 말 안 듣는다고 손가락 관절, 정강이 모서리를 때렸다. 소리 지르지 말라고 양말을 입에 물렸다”고 말했다.

물고문 학대 피해 증언은 이어졌다. 성락원 퇴소자 C 씨는 “겨울날 화장실에서 시설 직원이 큰 바가지에 얼굴을 집어넣고 찬물을 계속 틀어서 질식시켰다. 더 춥게 하려고 창문을 일부러 열었다”고 말했다.

C 씨는 “완전히 발가벗고 한겨울 복도에서 무릎 꿇고 두 손들고 벌썼다. 사무실 직원이 출근 안 하는 공휴일에는 더 많이 맞았다. 손님들이 오면 가지 말라고 매달렸다. 손님이 가고 나면 그때부터 맞았기 때문”이라며 시설 안에서 학대가 일상적으로 벌어졌음을 전했다.

시설 거주인 사망과 관련한 증언도 있었다. 퇴소자 D 씨는 성락원에 있을 당시 “종사가 없는 저녁 시간에 거주인이 심한 간질(뇌전증) 발작이 와서 죽었다. 종사자가 왔을 때 간질(뇌전증) 발작을 하다 죽었다고 하니까 ‘시끄럽다’고 했다”고 말했다.

앞서 17일, 420경산공투단과 경북노동인권센터는 물고문 학대 피해자 긴급 구제 및 인권실태 전수 조사를 요청하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접수했다. 18일 국가인권위대구인권사무소와 경북장애인권익옹호기관은 학대 실태 조사를 위해 성락원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18일, 성락원 인권 침해 관련 대책을 요구하며 420경산공투단은 김주령 경산 부시장과 경산시청 대회의실에서 간담회를 진행했다. 
18일 420경산공투단과 경산시청 간담회에서 정원엽 사회복지과장이 성락원 인권침해 관련 대응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기자회견을 마치고 참가자들은 최영조 경산시장 면담을 요구했으나 외부 출장을 이유로 김주령 부시장이 대신 나와 시청 대회의실에서 간담회를 진행했다. 김 부시장은 “조사를 해서 수사 필요한 건 의뢰하고 행정조치 필요한 건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간담회는 420경산공투단이 전달한 성락원 인권 침해 관련 8개 요구(▲피해 당사자 분리 조치, ▲인권실태 전수조사 실시, ▲인권 침해 전수 결과에 대해 장애인복지법에 따라 위반사항 행정처분 및 수사 의뢰, ▲탈시설 자립생활 계획 수립 및 지원 방안 협의, ▲성락원 사망사고 현황 파악 및 재조사, ▲탈시설 시민 심리치료 지원 방안 협의, ▲경산시장 간담회 실시 등)를 반영한 대책을 경산시가 공문으로 발표하면서 마무리됐다. 

한편 간담회 전 경산시가 청사 엘리베이터 운행을 중단하면서 장애인 참가자들이 계단을 기어서 2층 시장실로 향했다. 엘리베이터 운행 중단과 관련해 김주령 부시장은 간담회에서 420경산공투단에 사과했다.

1953년 개원한 장애인 생활시설 성락원에는 2020년 기준 거주인 150여 명이 입소해 있으며 직원 100여 명이 일하고 있다. 

2008년 경산장애인자립생활센터 개소 이후 성락원에서 탈 시설한 장애인 당사자들은 경산지역 장애인 탈시설 자립 생활 및 이동권 보장을 위한 활동을 해왔다. 2020년 3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성락원분회가 시설 사회복지사들의 주도로 결성됐다.

 

사진 출처=420경산공투단
18일 기자회견에 이어 경산시장 면담을 요구한 상황에서 경산시는 청사 엘리베이터 전원을 차단했다. 장애인 당사자들이 전동휠체어를 타고 엘리베이터를 탑승할 수 없게 되자 계단을 기어 올라 청사 2층 시장실로 향했다.
18일 기자회견 참가자가 계단을 이용해 2층 시장실로 가고 있다. 고의로 엘리베이터 작동을 중단한 것과 관련해 김주령 부시장은 420경산 공투단에 사과했다.

 

▲‘질과 양 모두 열악한 급식’. 올해 3월 민주노총은 성락원에서 거주인에게 제공하는 식사 실태를 공개했다. 사진은 성락원이 한끼 식사로 제공한 거주인 24명분 급식이다. 사진 출처=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경북지부.

“밥을 빨리 안 먹으면 그릇을 뺏겼다. 밥이 뜨거우면 빨리 못 먹으니까 빨리 식히려고 양동이 하나에 밥, 국, 반찬 넣은 거를 욕조에 담근 채 찬물이 나오는 수도꼭지를 세게 틀면 물이 다 튀어 양동이에 들어갔다.”

“밥을 개밥처럼 줬다. 아침은 항상 말아서 줬다. 밥, 국, 반찬을 모두 섞은 ‘개밥’을 먹었다.”

“치료사가 운동을 제대로 안 한다고 점심, 저녁을 주지 말라고 해서 굶은 적도 있다.”

“한 방에 열 명 스무 명 있는데 국에 말아서 항상 숟가락 하나로 여러 명에게 밥을 먹였다.”

“아침은 7시 점심은 12시, 저녁은 5시에 먹었다. 밥을 늦게 먹거나 빨리 안 먹으면 국자나 파리채로 맞았다.”

 

▲18일, 기자회견에 참석한 성락원 퇴소자는 시설에서 밥그릇으로 머리를 맞아 머리카락이 나지 않는 곳을 보여주었다.

“새벽 5~6시에만 따뜻한 물이 나왔다. 칫솔 하나로 여러 명이 같이 썼다. 세수할 때 고무장갑을 끼고 찬물로 얼굴 씻겼다, 세수하고 나면 얼굴이 뻘갰다.”

“말하고 싶은데 말을 못 하게 했다.”

“소풍을 골라서 갔다. 놀러 갈 때도 차별당했다. 휠체어를 타는 경우 캐어 많이 필요한데, ‘손이 많이 가서’ 항상 소풍에 안 데려갔다.”

“시설에서 항상 미움받았다. ‘예쁜 애’한테 맞을 일이 생기면 그 매를 못생긴 애가 대신 맞았다. 우리가 맞은 이유는 그냥 ‘미워서’다.”

“한 방에 직원 두세 명이 있었다. 번갈아 가면서 때렸다.”

- 성락원 학대 관련 퇴소자 증언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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