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적 삶과 영혼의 집 이야기4] ‘배반의 집’
[생태적 삶과 영혼의 집 이야기4] ‘배반의 집’
  • 이은주
  • 승인 2021.06.02 15: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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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삶은 ‘생명의 안전’ 위에 건설된다. 아름다운 천도 독성이 있거나 거칠어 피부를 상하게 하면 가치가 없고, 아무리 좋은 음식도 서로 궁합이 안 맞거나 재료가 나쁘면 생명을 죽인다.

5월이 되면 입주가 완료되고 사람들과 소풍을 하리라던 기대는 깨어졌다. 너무 성급하게 마음을 먹었던 게다. 더 천천히 오라는 말인가 하고 기다렸다. 5월 10일 예정했던 이사 날에 마무리된 공간이 없어 결국 1주일을 밖에서 지냈다. 당장 쓸 옷가지와 이불을 챙기고 나머지 짐들은 보관창고로 갔다.

15일 드디어 집으로 몸을 들였다. 대추나무 사이로 풀은 자라고 채전밭에도 엉겅퀴 개망초 양귀비가 어울려 바람춤을 추었다. 마당의 소나무 가지에 걸린 달과 별들이 먼지로 가득한 흐트러진 짐들과 대문도 없는 집의 불편함을 털어주었다. 곧 완성되리라는 기대와 희망이 있었기 때문에. 올 농사는 못 하나보다 하다가 그래도 뒤늦게 고추 모종을 20그루, 복수박 4포기를 심고 상추와 쑥갓을 흩뿌렸다.

 

ⓒ이은주

5월 20일 계획했던 이삿날은 다시 6월 2일로 연기되었다. 낮에는 뻐꾹새가 밤에는 소쩍새가 낮밤으로 노래하며 짝짓기를 하고 우리는 다시 호미로 땅을 갈아 토마토와 가지 오이 파와 부추 몇 포기를 대추밭 한 편에 심었다.

4월은 알 수 없는 화와 부정성이 속에서 올라와 이게 무엇인가 하고 나를 보았다. 5월엔 화와 부정성의 실체가 드러났다. 집은 안전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믿음에 대한 배반감이 우리를 아프게 슬프게 화나게 공부하게 싸우게 한다. 누군가 ‘일생에 한두 번 집 짓는 일을 만날까 말까 하는데 그 과정에서 경험하는 것들이 있다’고 했다. 나의 잘못은 ‘아름다운 삶을 만드는’ 가치를 가지고 말을 하는 사람은 그래도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나으리라 믿었던 순진함에 있다. 적은 비용으로 집을 지어주니 집도 다 지어지기 전에 남은 돈을 다 달라는 요구에 그렇게 했다. 모두가 말렸지만 나라면 그렇게 하지 않기 때문에 나와 같을 거라고 믿었다. 그 후 업자는 대부분의 전화를 받지 않았다.

새롭게 지어진 교육장과 방과 벽들은 모두 OSB 합판이다. 디자이너이자 공사 책임자는 완성되었다고 했다. 내벽으로 마감된 합판은 가시가 일어나 손이 찔리고, 무늬가 혼란스럽다. 치유센터에 맞지 않는다고 항의했지만, 화왕산과 창녕에도 그렇게 했다며 끝이라는 것이다. 1주일이 지나자 몸의 피로감과 목이 따갑고 눈이 시렸다. 1주일에 서너 시간 일한 게 다인데 밭일을 해서 그런가 하고 생각했다. 2주가 지나자 기침과 가래가 생기고 두통과 위경직이 일어났다. 손이 붓고 몸은 석회를 바른 것처럼 무겁고 피곤했다. 이제는 속에서 냄새가 올라왔다. 온몸이 포르말린에 전 것처럼 이제 내 팔과 가슴, 다리에서도 뿜어져 나오는 걸 느낀다.

 

ⓒ이은주

우리는 묻고 또 묻고 공부했다. 전문가에게, 집짓기 학교 선생님에게, OSB 합판을 수입한 회사에, 담당 공무원에게. 물어보고 찾아보고 인터넷으로 합판에 대해 알아봤다. 그랬더니 이 재료를 실내 마감재로 인테리어 재료로 쓰기도 한다고 했다. 문제는 합판에서 나오는 ‘포름알데히드’였다. 우리 집에 쓴 나무를 수입한 홈우드는 이 재료를 내부 마감재가 아닌 벽체용으로 판매를 했다. 포름알데히드는 6개월 이상 기준치 이상으로 뿜어져 나오며 2년이 지나야 안전하다는 것이다. 원래 있던 한옥의 남은 부분을 제외하고 새로 지은 모든 벽은 OSB 합판으로 도배를 했다. 그것도 벽체도 내벽도 층층이 포름알데히드 통 안에 갇힌 꼴이다. 몸이 바로 증상을 드러낼 만큼 강력한 포름알데히드 샤워를 한 셈이다.

6월 2일 오늘 하기로 했던 이사는 다시 연기되었고 또 옷가지와 이불을 싸고 집을 나가야 한다. 보수 시공을 하겠다고 했지만 요구하는 최소한의 안전한 시공에 대한 이해도 다르다. 시공을 맡은 사람은 이 상황에서도 딜을 하고 있다. 적어도 현장에 와서 확인해야 할, 생명에 치명적인 문제가 발생했다. 하지만 책임자는 오지 않는다. 알고 혹은 모르고서 또 다른 곳에서 치명적인 실수를 하지는 않는지 걱정이다. 포름알데히드와 몸의 고통에 관해 이야기한 지 5일째, 해는 중천에 떴는데 바깥 툇마루에 나와서 글을 쓰는 이 시간에도 아무도 오지 않는다. 이제 어디로 가야 하는가. 생태공동체와 치유센터는, 내가 살아온 56년의 삶과 꿈은.

이 시간도 지나가리라. 집은 내게 말한다. 조용히 노동하고 글을 쓰며 자급자족하는 삶은 이 세상에 없다고. 세상이 야비하고 거짓과 적폐로 가득한데 어디로 가려느냐고. 우리의 삶은 투쟁의 연속이라고. ‘학생운동부터 지금까지 세상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고 살았고 할 만큼 했지. 이제 환갑이 다가오니 눈도 어둡고 세상에서 은근슬쩍 멀어져도 되겠지. 젊은 세대가 있으니까 이제 좀 물러나 있어도 되겠지’ 하던 나의 배반이 틀렸다고 집은 아우성친다. 다시 세상과 연대하고 손잡으라고. 그것이 진짜 치유라고.

 

- 6월 2일.

 

글 / 이은주(65년 성주 생, 동화작가, 여성주의 사이코드라마티스트, 이은주힐링드라마아트센터 대표, 경산여성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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