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체제의 모순이 극단적 양극화 만들어
민주노총, 전략조직 사업 일상화해야

 

민주노총 경북지역본부(본부장 김태영)는 지난 3월 노동자들이 알아야 할 주요 주제들에 대해 대담과 토론 형식으로 정책교육 영상을 만들고 유튜브 ‘민주노총 경북 TV’를 통해 관련 영상을 공개했다.

이번 영상의 주제는 기후위기와 그린뉴딜, 4차 산업혁명(디지털 전환), 일자리보장제, 노동 정치를 주제로 다루고 있다.

뉴스풀에서는 4개의 강의와 종합토론에 대해 다섯 차례에 걸쳐 게재한다.

 

글 싣는 순서

1. 세계 경제, 한국자본주의, 기후 위기와 노동의 대응 (남종석 경남연구원 연구위원)

2. 디지털 전환과 노동의 대응 (임운택 계명대학교 교수)

3. 국가가 직접 공익 일자리를 수백만 개 제공하는 ‘일자리보장제’ (전용복 경성대학교 교수)

4. 노동체제와 노동 정치 (노중기 한신대학교 교수)

5. 종합토론 : 디지털 전환과 기후 위기의 시대, 노동의 대응 방향과 노동 정치의 과제

정책교육 영상 제작을 담당한 민주노총 경북본부 임순광 정책실장은 “기후위기와 그린뉴딜, 4차 산업혁명(디지털 전환), 일자리 보장제, 노동 정치를 주제로 정했다. 복지국가, 대기오염, 산업재해, 교육혁명, 인권, 재난 대응 등 여러 의제에 대해 추가 제작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영상물들은 고화질로 제작되었기에 TV나 스크린으로 보셔도 문제가 없다”라며 “회의, 교육, 집회 등에서 적당한 길이만큼 주요 주제들에 대해 학습하고 노동자들이 어떤 관점을 취하면 좋을지 토론하고 함께 대안을 만들어 갔으면 한다”라고 밝혔다.

네 번째 주제는 노동체제와 노동정치로 한신대학교 노중기 교수가 맡았다.

 

[동영상] 노동체제와 노동정치

1. 종속적 신자유주의에서의 헬조선 상황 https://youtu.be/vysgsZA_YH4

2. 1987년 노동체제와 종속 신자유주의 노동체제의 구조와 특징

   https://youtu.be/9T6c_HtWUc8

3. 민주화 이후 민주노조운동의 특징과 사회적합의주의 노동정치 비교

   https://youtu.be/ubvKMfRXxVg

4. 민주노총의 전략 방향 제안과 노동정치 https://youtu.be/MTa2jtWLthk

노중기 교수는 ▷종속적 신자유주의에서의 헬조선 상황, ▷1987년 노동체제와 종속 신자유주의 노동체제의 구조와 특징, ▷민주화 이후 민주노조운동의 특징과 사회적합의주의 노동정치 비교, ▷민주노총의 전략 방향 제안과 노동정치를 내용으로 주제를 풀어갔다.

노중기 교수의 강의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종속적 신자유주의에서의 헬조선 상황

한국사회, 비정규노동자 비율 등 나쁜 측면에서 세계 최고

‘헬조선’, 노동체제 모순의 결과

2016년, 2017년에 촛불을 들 때 젊은이들이 “이게 나라냐”라는 구호를 가지고 나왔다. 이 구호는 촛불 4~5년 전부터 유행했던 헬조선이라는 용어를 풀어서 말한 것이다. 우리는 당시 촛불 투쟁을 정치적 사안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한겨울 수천만 명이 사람들이 거리로 뛰어나왔던 원인은 꼭 정치적인 것만은 아니다. 그 밑바탕에는 먹고사는 문제, 특히 오늘 우리가 논의하려고 하는 노동문제, 이런 것이 너무나 심각해 청년들이 헬조선이라 하고, 이게 나라냐라고 외쳤다.

그래서 우리 사회가 과연 어떤 지경에 있고, 무얼 해야 하고 특히 노동운동은 어디로 가야 하는가를 지시해 주는 중요한 용어 중 하나가 헬조선 혹은 이게 나라냐 속에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조금 구체적으로 몇 가지 예만 들어보자. 

대한민국은 세계 최고의 자살 공화국이다. 우리나라에서는 1년에 15,000명 정도 사람들이 자살로 사망한다. 선진국과 비교해 보면 선진국 평균 3배 이상의 자살률이 나온다. 우리나라가 특별히 이렇게 자살을 많이 하는 이유는, 먹고사는 문제가 힘들어서이다.

우리 사회에서 젊은이들은 아이를 낳지 않는다. 가임 여성들이 평생 몇 명의 아이를 낳느냐 하는 출산율의 기준이 되는 합계출산율이 3년 전부터 세계 기록을 매년 경신하고 있다. 가임 여성들이 평생에 걸쳐서 한 명도 낳지 않는 나라, 전 세계에서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유일할 뿐 아니라 과거 전체에 걸쳐서 이런 나라는 처음이다.

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를 물어보면 너무나 뻔한 이유가 나온다. 아이를 낳아서 기를 자신이 없다. 아이 낳아서 도시에서 살려면 아파트라도 한 채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아이를 학원이라도 보내려면 직장이 있어야 하는데 이런 조건들이 갖추어져 있지 못하다.

출산율 세계 최하, 노인 빈곤율, 비정규 비율, 최근에 쟁점이 되었던 중대 산업재해 비율 등 모든 것이 다 나쁜 측면에서 세계 최고이다.

이런 것을 바꾸어야 하는데, 논리적 근거로 설명해 주는 말이 노동체제다. 대한민국이 이렇게 살기 힘든 나라가 된 것은, 대체로 1997년~98년 IMF 외환위기 이후이고, 비정규직이 늘어나고 빈부 격차가 심해진 20년간의 노동체제 모순의 결과다. 그 체제는 종속신자유주의 노동체제이다.

 

1987년 노동체제와 종속신자유주의 노동체제의 구조와 특징

IMF 외환위기 이후, 종속신자유주의 노동체제 등장

종속신자유주의 노동체제, 시장주의와 억압적 법치주의로 작동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는 종속신자유주의 노동체제라 할 수 있다. 1987년부터 1997년까지 10년간은 군사정권 노동체제에서 민주주의 사회의 노동체제로 바뀌는 과도기로 ‘87년 노동체제’라 할 수 있다.

1987년 이전인 박정희, 전두환 시절의 노동체제는 억압적, 배제 체제이다. 민주화로 정권의 성격이 군사독재 정권에서 문민정부, 제6공화국으로 넘어오면서 노동운동이나 노동자들의 삶의 조건. 특히 정치적 조건이 매우 달라졌다.

87년 체제로 정치적 민주화가 시작되었다. 이전까지 불가능했던 대통령 선거라든지, 자유로운 시민단체 활동이라든지, 정치적 의사 표명의 자유라든지 이런 것들이 가능해졌다.

하지만, 노동 사회의 영역에서는 그런 정치적 절차적 민주주의가 허락되지 않았다. 다른 모든 조직은 자유롭게 만들 수 있었는데, 노동조합 조직은 노동자들이 원하는 조직으로 만들 수 없는 사회. 그 중요한 정치적 특징에 의해서 1987년 노동체제가 작동한다.

노동자들이 볼 때는 노동자들에게는 노동법이 별로 의미가 없는, 노동조합도 제대로 만들 수 없는, 그리고 파업했다 하면 감옥에 가는 환경이 존속했다.

이것을 노동자들이 스스로, 자기 힘으로 그런 탄압을 물리치고 민주노조 운동을 건설하는 노동정치가 벌어졌던 10년이 1987년 노동체제다. 그때의 민주노조들은 전투적으로 싸웠다. 자본과 정부의 가혹한 탄압을 견디며 싸운 결과가 96년 말과 97년 초의 노동법 개악 저지 총파업이다. 노동자들이 스스로 자기의 시민권, 노동법을 회복한 것이다.

하지만, IMF 외환위기를 맞으며, 1998년 이후 새로운 노동체제 즉 종속신자유주의 노동체제가 등장한다. 종속신자유주의 노동체제의 특징은 하나는 시장원리를 노동자들에게 그대로 적용하는 것 즉 능력으로 포장된 시장주의이고, 다른 하나는 법적 규칙을 통해 노동자를 강하게 통제하는 법치주의이다.

이에 대한 노동자들의 강력한 저항과 사회 민주화의 결과 강압적 통제가 어려워진 것이 사회적 합의주의를 배경이 됐다. 김대중 정부에서 제기된 노사정위원회가 사회적 합의 기구이고, 참여정부, 이명박, 박근혜 정부를 지나 문재인 정부에 들어오면서 사회적 대타협, 합의 등 이데올로기적 명분으로 노동자들을 관리, 통제하는 것이다.

이것이 종속신자유주의 노동체제의 특징이다. 여기서 말하는 종속(Dependent)은 한국 사회가 세계자본주의 체제에 일부로서 종속되어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 사회적인 보호 장치 없는 정리해고 천국의 나라이다. 한국의 양극화는 다른 서구의 양극화보다 훨씬 극심하다. 한국의 자살률이 급증한 것은 2000년도 초인데, 한국에서 갑자기 자살률이 3배나 될 정도로 높아진 것은 사회적 양극화, 극심한 빈곤의 결과이다.

특히, 우리 사회에 비정규 문제는 숫자가 많다는 것도 문제지만, 정규직과의 격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조건은 다른 어떤 나라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아주 가혹하다. 한국의 신자유주의는 유럽의 신자유주의 보다 훨씬 가혹하고, 노동자들이 견디기 힘든 신자유주의이다. 이걸 표현하기 위해서 종속신자유주의라고 부르게 됐다.

 

민주화 이후 민주노조운동의 특징과 사회적합의주의 노동정치 비교

문재인 정부, 최저임금 개악, ILO 기본 협약 왜곡 밀어붙여

민주노조운동, 노동체제를 바꾸기 위해 근본적 노력 요구돼

촛불을 통해 등장한 문재인 정부는 노동존중 정책을 내걸고, 획기적인 노동 개혁을 약속했다. 그러나 이런 문재인 정부의 노동존중 정책은 채 1년을 가지 못했다. 2017년 최저임금 인상 이후 문재인 정부의 정책은 급속도로 우경화(?) 되고, 최저임금 산입 범위 확대, 탄력근무제 확대, ILO 기본 협약에 관한 왜곡 등 중요한 노동 개악을 정부가 밀어붙였다.

그 과정에서 민주노총 위원장이나 민주노총 집행부가 자기 조합원과 싸우는, 그것도 조합원을 비난하거나 싸우는 이런 국면이 만들어졌다. 이것은 사회적 합의주의 30년에 처음 있는 일이었고, 매우 불행한 일이었다. 하지만, 사회적 합의 문제는 미루어 두거나 그냥 눈 감는다고, 또 참여하지 않는다고 없어질 문제가 아니다. 민주노조운동이 조금 더 전략적, 전술적 방안을 가지고 체계적으로 대응해야 할 사안이다,

노동통제에 있어 시장주의, 법치주의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래서 추가된 하나의 중요한 통제장치가 사회적 합의주의이다.

민주노총은 지난 30년간, 노사정위원회 같은 사회적 합의주의로 인해 피해를 받아왔다. 말은 합의인데 뒤에서는 폭력을 가하는 이런 방식으로 진행되어 왔기 때문에 거부했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사회노동위원회도 과거의 노사정위원회와 마찬가지로 노동자들의 비판을 누그러뜨리려고 하는 통제 수단 이상으로 경제사회노동위원회를 만들지 않았다.

이러한 사회적 합의주의를 극복하고 새로운 노동체제를 만들어 가기 위해서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이 노동정치이다. 노동정치하면, 흔히 진보 정당을 어떻게 할 거냐, 정치세력화를 어떻게 할 거냐로 이해하는데 이를 조금 더 확장해서 보아야 한다. 노동조합이 경사노위 같은데 참여하는 것도 노동정치이다, 중요한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기 때문이다.

종속신자유주의는 체제의 모순을 국가와 자본이 관리 통제하는데 그 핵심은 민주노총 조직, 민주노조운동을 어떻게 관리 통제할 거냐 하는 문제이다. 과거에는 지도부를 감옥에 넣고, 구속 수배하게 되는 이런 방식으로 대응했으나 지금은 적절치 않은 조건에서 사회적 합의주의는 유력한 민주노조 관리 통제 수단이다.

이는 분할지배(DIVIDE AND RULE) 전략으로, 국가와 자본이 직접 공격하기 전에 먼저 내부에서 싸우도록 하는 것이다. 그게 바로 사회적 합의주의의 가장 강력한 힘이자 통제력이다.

과거의 개별 노조를 공격하는 방법이 어용노조를 만드는 방법이었는데, 지금 국가와 자본은 민주노총 전체를 어용화 시키려고 작업을 하는 것으로 보면 된다.

사회적 합의주의의 뿌리에는 조합원 간, 노동자 간 극심한 격차가 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조직 노동자와 미조직 노동자의 차별, 여성노동과 남성노동의 차별이 있는 노동자 내부의 분열 상황을 연대로 극복하는 장기 전망이 있어야 사회적 합의주의를 극복할 수 있다. 민주노조운동이 전략적인 측면에서 지금의 노동체제를 바꾸기 위해 발본적으로 전환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민주노총의 전략 방향 제안과 노동정치

민주노총의 과제, 전략조직화 사업 일상화해야!

100만 민주노총, 사회를 움직일 만한 충분한 힘 가져

 

노동자 간 분절과 격차를 극복하는 발본적, 근본적인 변화를 위해 세 가지를 제안한다.

 

첫 번째는 조직의 현대화와 혁신 즉 제2 산별노조운동이고, 제대로 된 미래를 전망하는 계급적 연대를 확장하는 것이다.

산별노조운동은 자기 조직 안에서 약자들을 향해서 연대를 확장하는 운동이다. 그래서 우선 같이 조직되어 있는 노조 안의 비정규노동자들, 노조 안의 저임금을 받는 중소 영세 사업장들, 이들과 좀 더 다양한 형태로 연대하는 것이다.

조직 범위를 넘어서서 미조직 비정규노동자들, 노동자로 인정받기도 어려운 플랫폼 노동자들, 이런 부분들로 연대를 확장하기 위해서 우리가 조직 형식이나 조직 활동을 어떻게 선진화할 거냐, 합리화할 거냐 하는 제2 산별노조운동이 시작되어야 한다.

두 번째는, 제2 정치세력화 운동이다.

2008년 민주노동당 분당, 2012년 통합진보당 붕괴 이후 노동정치는 전망을 잃은 상황이다. 한국 사회의 노동 체제가 변화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노동자들이 정치적으로 진출하고, 정치적인 시민권, 국회 내에서 노동자들이 반대하는 입법은 할 수 없도록 하는 데까지 이르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노동자들의 정치의식이 높아져야 한다. 민주노조 운동에서 제2 정치세력화는 국회 의석 늘리는 문제는 아니라 어떻게 하면 높은 정치의식을 가지고 우리 사회 문제 개입을 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것을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사회적 약자를 위해 함께 싸우는 것이다.

세 번째는 전략조직화의 일상화이다.

지난 10여 년 동안 해왔다. 미조직, 비정규, 플랫폼 노동자들을 위한 전략 조직화 사업을 민주노총은 물론이고, 각 산별노조가 자기의 일상 사업으로 가장 중요한 사업으로 해야 하고, 거기에 재원을 투입해야 한다.

실질적으로 민주노총이 사회적 힘을 가질 때 사회적 합의주의든, 종속신자유주의 체제든, 헬조선이든, 이게 나라냐든 이걸 넘어설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문재인 정부는 자유주의의 자본가 계급의 정당이다. 그들이 제대로 된 노동 개혁을 해줄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다. 결국, 민주노조 운동이 실력을 기르는 수밖에 없고, 이 장기적인 과제를 단기적인 과제와 결합해서 같이 진행해야 한다.

민주노총은 제1 노총이 되었다. 한국의 경제 사회 정책 중 중요한 정책을 펴기 위해, 국가와 자본이 민주노조운동의 반대를 무릅쓰고 할 수 있는 일이 이제는 많지 않다. 민주노조운동, 민주노총이 우리 사회의 중심세력이 되었으며, 사회를 움직일 만한 충분한 힘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힘이 진짜 실력으로 드러나지 못하고 공격받고, 통제당하고, 내부적으로 갈등하고, 마땅히 해야 할 과제를 수행하지 못함으로써 지체되고 있다. 이런 지점이 문제이다.

제1 노총이라고 하는 조건을 좀 더 현실적으로 적극적으로 해석하고, 그것으로부터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내는 일을 다 같이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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