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포항제철소 건설 현장에서 “성희롱ㆍ폭언” 시달리던 여성 노동자 사망
포스코 포항제철소 건설 현장에서 “성희롱ㆍ폭언” 시달리던 여성 노동자 사망
  • 김용식
  • 승인 2021.06.16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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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지역 노동조합, 고용노동부 포항지청에 구속수사와 특별근로감독, 엄중 처벌 등 촉구
권오형 고용노동부 포항지청장, ‘16일부터 특별근로감독 실시, 위법 사항 발견 시 처벌할 것’

 

포스코 포항제철소 건설 현장에서 여성 노동자 A씨가 성희롱, 폭언 등 피해를 당한 끝에 목숨을 끊은 사건에 대해 민주노총이 기자회견을 열고 특별근로감독과 구속수사를 요구했다.

16일 플랜트건설노조 포항지부와 민주노총 포항지부는 고용노동부포항지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해자들에 대한 즉각적인 구속수사와 엄중처벌 ▷고용노동부의 건설현장 특별근로감독과 여성노동자 피해 전수조사 실시 ▷추가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재발방지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고인은 포스코 포항제철소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건설업체 소속 여성노동자(48)로 현장 관리자 2명에 의해 지속적으로 발생한 성희롱, 폭언 등 괴롭힘을 견뎌오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전해졌다.

노동조합은 지난 6월 10일 오후 16시경(노조 추정 시각) 포스코 포항제철소 건설 현장에서 A 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후 동료들에게 발견돼 포항성모병원으로 이송되었으나 다음날 오전 6시 경 사망했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에서 이승열 전국플랜트건설노동조합 포항지부장은 “지부장으로 조합원 동지를 지키지 못해 고인과 유가족에게 죄송스럽다. 돌아가신 조합원과 가족의 한을 풀고, 지금 이 순간에도 현장에서 같은 피해를 입고 있을 여성노동자들을 지키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겠다”라며, “조합원 동지를 죽음으로 몰아간 가해자 처벌, 반드시 하겠다. 현장의 성희롱, 성추행, 폭언, 욕설을 반드시 끊어내겠다”는 말로 추모발언을 대신했다.

황우찬 민주노총 포항지부장은 “한 여성노동자의 죽음에 가슴이 미어진다. 현장에서는 상시적으로 성폭력이 존재해 왔다”라며, “건설현장에 여성노동자를 위한 휴게실 하나 없다. 하지만, 회사는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고 있다. 포스코, 정부기관은 어떤 일을 했는지 어떤 조치를 하고 있는지 책임을 얘기하지만 빈 대답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금박은주 포항여성회장이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금박은주 포항여성회장은 “무엇보다 살아생전 고인과 함께 하지 못했다는 죄송한 마음을 전한다. 이번 사건은 극단적 선택이 아니라 명백한 사회적 타살이다. 누군가 죽어야 그때야 세상이 그들의 고통과 아픔에 공감하는 사회는 상식적이고 합리적이지 않다”라고 말했다.

“직장내 성희롱과 괴롭힘은 위계관계에서 발생”한다고 밝힌 금박은주 회장은 ‘피해자가 직장을 그만두거나 세상을 등져야 진실이 드러나는 세상을 함께 바꿔야 한다’며 “문제가 발생해서 도움을 요청해도 가해자의 2차 가해 문제를 발생시킨 가해자의 잘못이 아니라 피해자가 조직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난을 받는 우리안의 편견과 통념을 깨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고용노동부에 “여성노동자와 2차 가해 노동환경에 노출된 포항 산업단지내 직장내 성희롱에 대한 대대적인 실태조사를 요구한다. 이제 더 이상 안타까운 죽음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경찰과 사법기관은 가해자에 대한 정당한 처벌과 재발방지대책 마련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후 민주노총 포항지부장, 플랜트건설노조 포항지부장, 포항여성회장 등 대표단은 고용노동부 포항지청과 면담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대표단은 사건의 발생과정을 설명하고, 엄중한 조사와 재발방지대책 마련 등 고용노동부의 적극적인 조치를 요구했다.

권오형 고용노동부 포항지청장은 “사고 다음날 바로 근로감독관이 현장에 들어가 1차 근로감독을 했다”라며 “6월 16일부터 30일까지 15일간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한다. 위반사항이 적발될 경우 즉시 처벌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고용노동부 포항지청장 등 관계자와 면담 중인 대표단. 사진=민주노총 포항지부

면담을 마치고 나온 대표단은 “고용노동부의 철저한 조사와 관련자 처벌, 재발방지대책은 기본이며, 회사는 유족에 대한 사과가 있어야야 한다”며, “여성노동자가 함께 일하는 현장의 노동환경 개선을 외면한 포스코와 회사의 책임을 묻겠다. 여성노동자가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노동환경을 만들기 위한 활동을 계속해 나갈 계획”임을 밝혔다.

고인은 지난 4월 26일 포스코 포항제철소 건설 현장에 입사한 후 현장 관리자인 공사부장과 안전과장에게 일상적이고 지속적으로 폭언 등 괴롭힘 피해를 겪었고 인격적 모욕을 당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6월 초에는 관리자의 성희롱 발언을 현장에서 듣고 가족과 주변 동료에게 피해사실을 호소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또한, 고인이 피해사실을 노동조합에게 알린 사실이 전해지자 가해자들은 현장 휴게공간인 이동식 컨테이너에서 고인에게 “내가 언제 그랬냐”라면서 가해사실을 부인하며 소리를 지르는 등 고인에게 재차 가해한 사실도 드러났다.

고인은 자필로 남긴 유서에서 가해자의 실명과 함께 “살고 싶어서 현장에 나왔는데 너무 치욕스럽구 무시당해서 진짜 난 안살고 싶다”라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기자회견은 전국플랜트건설노동조합 포항지부와 민주노총 포항지부 소속 조합원과 포항여성회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 2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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