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숭아 포장 상자 접기

 

“7월 11일(일) ‘김천교육너머’ 회원들이 모여 농촌 일손 더하기 했어요.”

 

복숭아
열심히 영글어가는 복숭아

자두와 복숭아의 품종들이 속속 나오고 있는 시기이다. ‘김천교육너머’에는 농부 회원들도 있어 해마다 일손 더하기를 하기로 한 후 두 해째를 맞는다.

첫해는 자두 수확을 도왔고, 이번에는 복숭아 포장 상자 접는 일을 하기로 했다. 5월 꽃과 순치기, 봉지 싸기를 바쁘게 마친 복숭아 종류가 지금 시기부터 나오기 시작한다.

농부들은 꼭두새벽부터 적당히 익은 과일을 따서 선별 작업하는 것만으로도 버거운 일이라고 한다. 선별 작업 후 규격별로 포장해야 하는 포장 상자는 꼭 있어야 한다. 이 포장 상자를 접어야 하는 것 또한 농부들의 손이 가기에 매우 버거운 일이라 한다. 일손을 구해서 하면 돈이 또 들어가는 일이다. 이 또한 노동이기 때문이다. 작년 한 농부는 일손을 구해서 접었다고 한다.

 

새벽에 수확한 자두를 선별하고 있는 중
새벽에 수확한 자두를 선별하고 있는 중

상자 1개에 단가가 800~1,000원 정도 일손 값을 더하면 얼마가 될까? 그래서 이번 농부 일손 더하기는 포장 상자를 접는 일이다. 이 작업은 과일 순을 따거나 과일을 수확하는 일보다 전문성을 덜 필요로 하는 일이나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이기 때문에 전문성이 거의 없는 우리에겐 딱 좋은 일이기도 하다. 3명씩 두 농부의 집으로 가서 포장 상자 접는 일을 하였다.

포장 상자 접는 방법을 간단하게 배우고 접기 시작할 때는 아침이라 시원한 바람도 좀 불고 접는 속도도 나름 빨랐고 할 만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날은 점점 더워지고 접는 속도도 점점 느려졌다. 손가락도 아프기 시작하고 허리도 아팠다. 목도 자주 말랐다.

점심을 먹고 휴식을 한 후 다시 접기 시작하는데, 이제는 힘도 나지 않아 상자 접는 속도는 더욱더 느려지는 것을 느끼며 나이 탓을 했다. 시골의 농부 대부분은 나보다 나이가 더 많으신 분들이 많은데 그 많은 일을 어찌 다 해내시는지 그저 존경스럽다. 특히나 과일 농사는 기계가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

 

상자 접기 1팀
상자 접기 1팀
상자접기 2팀
상자 접기 2팀

적과(摘果, 그중 작은 열매를 솎아내는 일), 수확 등이 모두 힘들고 어려운 일이지만 아이고야 이 또한 만만한 일이 아니었다. 그나마 쌓여가는 상자를 보며 서로 위안을 하는 수다를 떠니 옆에서 농부는 일감 하나 좀 줄이셨다며 감사한 마음을 말씀해 주셨다. 농사를 짓고 계셔서 우리가 먹을 수 있으니 우리도 감사한 일이다. 조금의 보탬이라도 되었다니 서로에게 감사한 일이지 싶다.

그리고 농부 일손 더하기는 농촌 봉사활동으로 일정 기간 일손을 보태는 것도 중요하지만 농부가 필요로 할 때 그때, 일손을 더해주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 든다.

 

접은 상자들 쌓아 놓기
접은 상자들 쌓아 놓기

김천에는 다양한 과일들이 사계절 풍성하게 나오는 지역이라 나는 이 다양한 과일을 먹고 살 수 있음에 매우 행복해하는 사람이다. 이른 봄부터 딸기를 시작으로 참외, 자두, 복숭아, 포도, 사과 등 종류별로 다양한 품종들이 늦가을까지 나오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 집에는 살구, 참외, 천도복숭아(6월도), 자두(후무사), 털복숭아(품종 모름)의 5종의 과일을 직접 기른 농부를 통해 구매하여 싱싱하고 상큼한, 새콤달콤한 과일을 매일 먹는 일이 김천에 사는 맛이자 자랑이다.

과일은 한 나무에서 자라도 크기와 맛과 향이 다 다르고, 하나의 과일에도 햇볕을 많이 쬔 곳과 아닌 곳의 맛이 다 다른 것이어야 한다. 나는 그런 과일 맛이 좋다. 그런데 요즘은 소비자 성향에 맞춘다고 크기와 색깔, 맛을 고루 나오게 하려고 적화(꽃 따내기), 적과(과일 따내기), 반사판 깔기, 봉지 씌우기, 약 치기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여 과일을 기른다. 그렇게 기른 과일을 포장까지 해야 한다.

포장에는 포장 상자를 접고 그 안에 스티로폼을 깔고 그 위에 과일을 종이에 감싸거나, 포장용 비닐봉지에 싸서 상자 안에 넣는다. 그래서 농부는 더 해야 할 일이 많아져 힘들어지고 비용도 더 많이 들어간다. 그러면 단가가 더 비싸지는 것에 더불어 쓰레기도 많아지게 되는 것이다. 이제는 소비자도 생각을 바꾸자. 지구를 위해서도 나를 위해서도.

지구에 존재하는 생물들은 그 무엇이 되었던 크기와 생김이 다 다르지 않은가. 과일도 마찬가지 큰 것, 단 것을 넘어서 다양한 크기와 다양한 맛이 있는 과일을 사 먹고. 가까운 지역의 농산물을 소비하는 것을 생활 속으로 만들어가면 좋겠다.

오늘 하루 아이고 힘들다.

싱싱한 과일 먹고 쉬어야지.

 

우리 집에 있는 과일들
우리 집에 있는 과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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