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시, 24시간 활동지원 대상 선정에 “‘형평성’ 위해 포항시에서 오래 거주한 사람 우선 지원”
포항자립센터, ‘거주 기간 항목은 차별’ 지적.. “인권위 진정 등 대응할 것”

 

14일 포항시청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성인용 기저귀를 차고 나와 발언하는 황우성 씨. 황우성 씨는 송정현 씨의 활동지원사로 일하고 있다.

경북지역에서 24시간 장애인활동지원을 최초로 실시한 포항시가 시내 연속 거주 기간을 활동지원 대상자 선정을 위한 평가 배점 항목에 포함해 논란이 일고 있다.

14일 포항장애인자립생활센터(이하 포항자립센터)는 포항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포항시가 24시간 활동지원 대상자 선정을 위한 심의에 포항시 연속 거주 기간을 항목에 포함한 것은 ‘차별’이라고 주장했다. 센터는 “포항시 연속 거주 기간은 활동지원의 필요성 또는 긴급성을 판단하지 않는다”라고 지적하며 해당 항목을 전면 삭제하라고 요구했다.

또한, 거주 기간 항목에서 최하 점수를 받고 대상자 선정에서 탈락한 송정현 씨에 대한 24시간 활동지원 즉각 실시를 촉구했다. 최중증 장애가 있는 송정현 씨는 24시간 활동지원 대상자 선정 과정에서 ‘포항시 연속 거주기간’ 항목의 20점 배점 중 4점을 받았다.

포항시 노인복지과 한도예 팀장은 “올해 포항시 24시간 활동지원 3명 선정에 6명이 신청했다. 엄정하게 심의했고 예산이 한정돼 있다. 현재로서는 송 씨를 지원할 방법이 없다”라고 했다.

거주 기간을 활동지원 심의 항목에 포함한 이유에 대해서는 “포항시 거주인에게 우선으로 주기 위해서”라며 ‘형평성’을 고려한 기준이라고 밝혔다. 한 팀장은 “24시간 활동지원에 시비 부담 금액이 많다”라며 “시에서 청소 인부를 뽑을 때도 10년 이상 거주자를 뽑는다. 포항을 위해 생활하고 계속 지역에서 산 지역 시민에게 우선으로 준 것 같다”고 말했다.

포항시 활동지원 대상자는 장애인활동지원 수급자격심의위원회에서 결정한다. 장애인활동지원에 관한 법률 제8조에 따르면 ‘활동지원급여 수급자격 인정’과 ‘활동지원등급’ 등을 심의하는 장애인활동지원 수급자격심의위원회를 특별자치도·시·군·구에 둘 수 있다.

 

포항시 24시간 활동지원 수급자격심의위가 공개한 송정현 씨 평가표. 송 씨는 연속거주기간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다. 자료 이미지 출처=포항자립센터.

장애인활동지원 사업 예산은 국비, 도비, 시·군비 등으로 나눠진다. 포항시 24시간 장애인활동지원 추가 지원사업은 시비로 이뤄진다.

경북도 활동지원 대상자 심의 항목에는 도내 거주기간 항목이 없다. 지난해부터 도비로 24시간 장애인 활동지원 추가 지원사업을 시행 중인 경북도는 ‘종합점수 X1 영역 또는 인정점수가 높은 자’, ‘국민기초생활수급자 또는 법정 차상위 계층’, ‘시장·군수가 우선 지원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자’를 우선 선정 대상으로 명시하고 있다. 활동지원 대상 심의 항목에 거주기간을 포함하지 않는 것은 대구나 서울 등에서도 마찬가지다.

보건복지부 장애인서비스과 관계자는 “거주기간을 심의 항목에 왜 넣었는지 이해할 수 없다. 포항시가 지방세로 활동지원 사업을 지원하면서 자체 기준을 만든 것 같다. 활동지원 대상자 선정 심의 항목에 거주기간을 포함한다는 법적 근거는 없다”라고 밝혔다.

현재 포항시 24시간 활동지원서비스를 이용하는 장애인은 10명이다. 포항시는 올해 초 24시간 활동지원 대상자 3명을 선정한 데 이어, 내년에 추가로 3명을 더 뽑는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송정현 씨는 기자회견에서 “장애인들끼리 경쟁 붙이는 썩어빠진 구조”라고 비판하며 “하루라도 인간답게 살고 싶다. 장애인들이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함께 해달라”라고 당부했다.

 

14이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송정현 씨.
14일,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송정현 씨.

24시간 장애인 활동지원 사업에 대한 정부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민주노총 소속 장애인활동지원사 노동조합 관계자는 “24시간 활동지원서비스가 장애인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기본권 보장이라는 차원에서 시행되지 못하고 각 지자체의 형편에 따라 시행되고 있다. 어디에 거주하느냐에 따라 서비스에서 큰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라고 지적하며 “사회서비스 공공성 강화와 24시간 활동지원서비스 확대 대책이 중앙정부 차원에서 나와야 한다. 예산도 현실성 있게 편성되어야 한다”라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매일 밤 악취와 엉덩이 종기에 신음하며 자살 충동에 내몰리는 한 시민의 절박한 소원에 동참하고자 한다”라며 성인용 기저귀를 직접 차거나 두 손으로 들어 보이며 송정현 씨의 외침에 함께했다.

포항자립센터는 24시간 활동지원 대상 선정 심의 항목에 거주기간을 포함한 것에 대해 차별 시정을 요구하며 국가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장애인 생명권 자립권 보장을 위한 장애인 자립생활 정책 수립’ 및 ‘활동지원 자립생활 예산 확대’를 위해 계속 투쟁할 것이라고 전했다.

 

“일상이 재난입니다.”

 

저는 아침에 송정현 씨와 약속된 시간에 송정현 씨 집에 찾아갑니다.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갑니다.

그러면 냄새가 나겠죠, 다들 아시겠지만. 저는 그 냄새의 강도에 따라서 송정현 씨가 잠을 어느 정도 잤을지 예상합니다. 뜬눈으로 저를 보고 있습니다, 들어가면. 저는 정현 씨에게 묻습니다.

“잠은 잘 잤어요?”

너무 무의미한 말이죠, 당사자에게. 그렇지만 마지못해서 잘 잤어요, 거짓말을 합니다, 저한테. 그러고는 정현 씨는 힘들게 구역질을 또 하겠죠. 이때까지 버텨온 걸 해방할 수 있으니까, 제가 와서 기저귀를 떼어낼 수 있으니까. 그때부터 몸부림치기 시작합니다, 구역질을 하고 몸을 뒤틀고.

그러면 저는 창문을 활짝 엽니다, 일단 냄새라도 빼기 위해서. 그렇게 정현 씨는 빨리빨리라는 말을 자주 합니다. 기저귀를 일 분이라도 빨리 빼달라고. 왜냐, 자기 엉덩이가 썩어가고 있어서요.

대변이 기저귀 중앙쯤에 모여있는데 똥을 중앙에 유지하기 위해서 몸 균형을 유지해야 합니다. 균형을 유지하지 않으면 뒤로 새거나 앞으로 쏠립니다. 뒤로 새면 이불에 몸에 변이 묻은 채로 10시간을 자야 합니다. 앞으로 쏠리면 생식기에 다 묻습니다. 그러면 똥독이 올라서 피가 계속 납니다. 소독할 땐 따가워 소리를 지릅니다. 일상이 재난입니다.

그렇게 매일매일 견디고 살아가는 송 씨는 또 이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기 위해서 지역사회에서 다른 사람들과 만나고 지역사회에서 활동하기 위해서 엉덩이가 종기가 나고, 짓무르고, 다 터지고 피가 나는데도 나가겠다 합니다.

그러면 저는 준비를 합니다, 같이 활동을 하기 위해서. 기저귀를 또 찹니다. 또 차고나서 밖에 나갑니다. 활동을 하면서 즐겁겠죠, 본인이 원하는 꿈이니까요.

활동을 하고 집에 귀가해서 일곱 시나 여덟 시가 되면 기저귀를 벗습니다. 단 두 시간 정도 기저귀를 뺄 수 있습니다. 집에 와서 활동지원사가 퇴근할 때까지. 그때 약을 바르고 저녁에 열 시쯤 되면 혼자서 지내야 되니까 기저귀를 착용합니다.

정현 씨는 외부 활동할 때 식사를 마음대로 못합니다, 대변 소변이 힘들어서요. 그리고 잠도 제대로 못 잡니다. 일상에서 제일 중요한 수면, 식사, 배변 활동 모두가 지금 안 되는 상황입니다.

하루라도 정현 씨가 빨리 기저귀를 벗을 수 있게끔 함께하겠습니다.

- 14일 기자회견에서, 활동지원사 황우성 씨의 발언




“단 하루라도 사람답게”

 

안녕하십니까. 저는 포항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 윤해수입니다.

작년 2020년에 여러분들과 함께 포항IL 농성 천막 투쟁의 성과로 포항시에서는 활동지원 서비스 24시간 제도가 7월 22일부터 시행됐습니다.

예전에 제가 활동지원 24시간을 받기 전에는 야간에는 홀로 있어야만 했었습니다. 하지만 주변에는 저보다 더 심한 최중증장애인분들이 많이 계십니다.

송정현 씨는 뇌병변 최중증장애인분이십니다.

저와 같이 활동지원이 없이는 혼자 움직이지도 못하고, 외출도 못 하고, 꼼짝도 못 합니다. 저녁 9시에 활동지원 선생님께서 퇴근하시기 전 일회용 기저귀를 채워주시고 가시면 몸이 너무 아파 꼼짝도 못 한 채 밤새도록 깨어있다가 아침 8시 활동지원사 분이 오셔야, 그제야 겨우 잠을 조금 취할 수가 있습니다.

정현 씨는 밤마다 엉덩이가 너무 뜨거워서 잠을 이룰 수가 없습니다. 이것이야말로 정말 잔혹한 고문입니다. 온몸을 움직이지 못한 채로 10시간이 넘도록 일회용 기저귀를 찬 채, 밤새도록 소변과 대변을 한 번에 다 본다고 생각해 보세요. 상상만으로도 정말 하루하루가 끔찍한 지옥입니다.

온 집안이 지독한 악취가 가득하여 베란다 문을 한겨울에도 활짝 열어놓고 잡니다. 아무리 추워도 이불을 덮지 못합니다. 그리고 똥독이 올라 온몸에 열이 나고 두통이 있습니다. 정현 씨는 정말 단 하루라도 사람답게 살아보고 싶다고 말을 하십니다.

엉덩이가 짓물러지고, 까지고, 간지럽고, 따가운 그 고통이 1년 내내 간다고 생각을 해보세요. 여러분은 고문보다 더한 고통을 느낄 겁니다. 정현 씨는 밤에 대한 두려움이 있을 겁니다.

홀로 살아가고 있어서 밤에는 아무도 도움의 손길이 없습니다. 위급한 일이 발생할 때 급히 부를 수 있는 사람도, 그 어떠한 제도도 포항에는 없습니다. 밤에 재난이 발생했을 때도 똑같습니다. 파리 목숨입니다. 이것이 바로 포항 복지의 현황입니다.

송정현 씨는 올해 초 1월 활동지원 24시간을 받기 위해 신청 접수를 하였습니다. 그러나 포항지역 거주 기간이 남들보다 짧다는 이유로 탈락을 시켰습니다.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현재 정현 씨는 긴급구제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 이 자리에서 외칩니다.

우리도 당신들과 같은 권리를 가진 사람이라고.

우리도 나만의 공간에서 살고 싶고, 어디에 있더라도 안전하게 살고 싶고, 우리도 개개인의 특성에 맞는 교육도 받고 싶고, 일도 하고, 하고 싶은 활동도 하고 싶고, 사람답게 살고 싶다고, 오늘 이 자리에서 외쳐봅니다.

끝이 아니라 이제 시작이라는 마음으로 다시 싸워나갈 것입니다. 저희는 끝까지 싸워 목표를 이루어 나가겠습니다. 지켜봐 주세요. 그리고, 여러분들의 힘과. 마음이. 필요합니다. 함께해 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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