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성리를 쓰다3] 무너지는 몸들
[소성리를 쓰다3] 무너지는 몸들
  • 기록노동자 시야
  • 승인 2021.08.21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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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3일, 10차 침탈 현장에서 소성리 할머니들. 사진=이재각

 

6월 3일은 10번째 경찰 침탈이 있는 날이었다.

나는 지난주부터 경찰들에게 끌려 나올 때, 발가락에 쥐가 났다. 끌려 나오기도 전에 여경들이 둘러쌀 때부터 몸이 경직되고, 뻣뻣해져서 잡아끌지 말라고 말해도 경찰들에게 내 말이 닿지 않는 듯했다. 여자 경찰은 “가실께요”하면서 막무가내로 사람들을 끌고 나갔다.

그날도 경찰들이 난입해 들어오니까 옆 사람에게 밀착한다고 몸을 움직이는데 종아리가 경직되고 발에 쥐가 난다고 끌어내지 말라고 했는데도 경찰들은 막 끌고 나가려고 해서 소성리 구판장을 운영하는 이옥남 어머니를 붙잡았다. 옥남 어머니는 나를 거들어서 경찰들에게 끌어내지 말라고 항의하지만, 경찰은 우리 말에는 귀를 기울일 생각이 없다. 발이 경직되고 몸은 열나고 화나고 분노가 극에 달해서 소리만 질렀다. 마을회관 앞으로 끌려 나와서 잠시 눕다시피 있자니 허리가 심상치 않았다. 조심스럽게 몸을 일으켜보니 일어나졌다.

경찰병력이 겹겹이 ‘인간담벼락’을 만들어서 마을회관을 둘러쌌다. 경찰 담벼락 앞에 의자를 두고 올라가서 어깨너머로 마을길을 쳐다보는데, 허리가 몇 번이나 꺾이고 통증이 왔다. 그때 119구급차를 타고 병원을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조금 망설여졌지만, 또 움직일 만해서 살살 다녔다.

아침에 한바탕 전쟁을 치르고 나서 소성리부녀회에서 해주는 아침밥을 먹는다. 바로 헤어지기 섭섭한지 소성리 할머니들이 점심은 새알수제비를 해 먹자고 해서 초전농협으로 심부름 다녀왔다. 마을회관 부엌에서 점심 준비를 하길래 나는 원불교비대위로 가서 박형선 교무님과 잠시 누워서 쉴 수 있었다. 잠시 누웠더니 일어날 수가 없을 정도로 통증이 확 밀려왔다. 수상한 마음에 억지로 일어나서 차를 운전해서 집으로 달려왔다. 푹신한 베개를 다리에 받쳐서 누웠더니 통증은 조금 가셨고, 자세는 편해서 한잠 잤다. 문제는 그러고 나서는 일어나지 못했다는 것. 바로 누워서 스트레칭하고 억지로 일어나서 허리를 반듯이 펴고 서 있어 보아도 통증이 가시지 않았다.

입에서 저절로 ‘오… 하느님’ 정말 ‘오… 주여’라는 말이 저절로 나왔다. 국가폭력에 시달린 허리가 고장 나서 몇 시간 동안 누웠다가 일어나지 못했으니 말이다. 스트레칭하면서 살살 달래서 겨우 일어났다. 일어나니까 앉을 수가 없었다. 밥을 먹으려고 상에 앉지도 못해서 무릎 꿇고 앉았다가 다시 일어났다. 그래도 먹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에 꾸역꾸역 입으로 밥을 밀어 넣었다. 허리 아프다고 입맛이 없는 건 아니었다.

반듯하게 서서 팔을 뒤로 깍지 끼고 한참을 제자리걸음 걷다가 뜨거운 물주머니를 배에 차고 있었더니 조금 나아진 듯했다. 의자에서 앉았다 일어났다는 할 수 있었다.

 

봉정 할아버지, 6월 3일 소성리에서. 사진=이재각

한국 정부가 미군이 요구하는 소성리마을길을 미군이 자유롭게 통행할 수 있도록 경찰병력을 투입하고 군홧발로 짓밟고서라도 길을 열려고 하니까 주민들의 저항에 부딪히는 것은 당연하다. 연일 계속되는 국가폭력에 내 허리는 망가지고, 주민들은 골병이 들어가고 있다. 다음번에 무조건 구급차를 타고 병원 가야겠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

말이 씨가 된다고 정말 내가 구급차를 타고 병원 갈 일이 생겼다.

6월 8일은 소성리가 11번째 침탈을 당한 날이었다. 대학생들이 전날 밤에 찾아왔고, 새벽 일찍 아사히비정규직지회와 kec지회 노동자들이 들어왔다. 그리고 여러 곳에서 소성리로 연대 온 분들이 있어서 사드 기지 건설을 저지하려는 평화지킴이들이 100여 명은 모인 듯했다. 소성리로 들어온 경찰병력은 1100여 명 추정했다. 우리가 많이 모였다고 한들 경찰이 병력을 이끌고 들어온 데에는 비할 바가 아니다.

사드철회평화회의는 6시까지 소성리로 집결해달라고 했고, 사람들은 조금 일찍 들어와서 준비했다. 마을길 도로에 널찍하게 자리를 깔고 앉았다. 원불교 법회로 사드기지 건설 저지 투쟁이 시작되었다.

6시 20분이 지나, 저 멀리서 경찰들이 밀려오기 시작하더니, 마을 앞으로 빼곡히 둘러쌌다. 지난 5월 14일 소성리길 미군 수송 육로 확보 작전을 시작하면서 성주경찰서장이 자주 출몰하고 있다. 작전지휘를 손수 진행하고 있는 모양새다. 정수태 목사는 “경찰 정복을 안 입어도 될 거 같은 서장은 따박따박 정복을 입고 소성리 도로를 배회하고 돌아다니고, 정복을 입어야 할 경찰들은 사복을 입고 무전기를 차고 도로 건너편에 심어져 있다”고 했다. 경찰인지 구분이 안 되는 복장을 한 이들이 제법 눈에 띈다.

6시 50분, 경찰 진압이 시작되었다. 널찍널찍 앉았던 집회 대오는 중앙으로 밀착해서 앉고 팔짱을 끼고 앞에 대학생들은 드러눕기 시작했다. 가장자리에서부터 경찰들이 난입해 들어와서 남자들을 끌어내는데 인정사정 볼 거 없이 틈을 주지 않고 순식간에 사람들을 빼내기 시작했다. 가운데로 들어오다가 경찰들이 잠시 멈칫하는 느낌이 들었는데, 남자 참가자들 사이에 여자가 끼어 있다 보니까 남자 경찰이 여자 경찰을 안으로 들이기 시작하면서 잠시 잠깐 틈이 벌어졌다.

내가 앉은 곳의 앞뒤로 경찰들이 사람을 빼내면서 내 옆에 있던 이미경 님을 여자 경찰들이 끌어내려고 하는 걸 붙잡고 있었는데 갑자기 미경 님이 땅바닥에 똑바로 눕더니 미동도 하지 않고 30초 인가, 아니 40초 정도 정적이 흘렀다. 나는 미동도 하지 않고 똑바로 누워버린 미경 님을 보고 놀라서 괜찮냐고 물으면서 곁에 엎드리다시피 누웠는데, 경찰들도 순간 당황했는지 주춤했었다.

그때 나는 공포를 느꼈다. 잠시 후 미경 님이 숨을 가다듬으면서 슬며시 일어나 다시 앉았고, 우리는 다시 팔짱을 꼈다. 앞에서 남자들 틈에서 밀려난 한 여성을 우리가 끌어안고 뭉쳤는데, 여자 경찰이 여기저기서 사람을 떼어내고 끌어내려고 막무가내 덮치는 바람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이상한 건 나를 먼저 끌어내려고 하지는 않았다. 내 주변의 여성들을 한 명씩 한 명씩 끌어내는 듯했다.

 

사진=소성리종합상황실
2021년 여름, 소성리 침탈 현장에서 폭력 진압에 의식을 잃은 활동가. 사진=소성리종합상황실

그걸 말린다고 몸을 오른쪽으로 기울이다 보니까 다리는 왼쪽으로 나와 있었는데, 내 옆에 여러 명의 여자 경찰이 한 여성을 들어 올리려고 모여있었을 때, 단발머리 여자 경찰도 그 옆에서 일어서려다가 뒤로 넘어지면서 내 왼쪽 허벅다리에 주저앉았다가 번쩍 일어났다. 그러고는 여자 경찰 여럿이 나를 들어 올리려고 했다.

다리가 아프다고 소리치는데도 내 다리를 들어 올렸다. 나는 다리에 쥐가 나고 골반에 통증이 느껴져서 다리를 내려달라고 했지만, 여자 경찰들은 내 팔과 다리를 거머쥐고 어딘지 알 수 없는 곳으로 뱅뱅 돌아다니고 있는 느낌이었다. 하늘의 볕이 뜨거워서 머리는 퀭했고, 골반과 다리는 말로 설명할 수 없을 만큼 불쾌한 느낌이었다.

마을로 끌려 나와서 길바닥에 내려놓고는 여자 경찰들은 어디론가 사라져버린 듯했고, 나는 길에 엎드렸는데, 다리를 펼 수가 없었다. 골반이 아픈 건지, 허리가 아픈 건지, 묘한 통증 때문에 자세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그냥 그대로 엎드려 있었다. 바로 일어나면 혹시나 골반이 틀어지거나 척추가 분리되는 건 아닌가? 겁도 나고, 삐뚤어질까 봐 걱정도 되어서 꼼짝을 할 수 없었는데, 내 등 뒤로는 경찰들이 방패로 계속 밀고 들어오는지 사람들의 싸우는 소리가 들렸다. 구급차를 부르는 소리도 들렸고, 환자가 있다고 하는데도 소란은 그칠 줄 몰랐다.

구급차가 들어와서 나는 들것에 실려서 옮겨졌다. 들것에 실려 나가는 것도 조금 불안하긴 했지만, 그래도 구급차를 타고 나서 조금 안정감을 찾았다. 아무도 나를 헤치지 못할 거란 생각이 들어서였나 보다.



 

글 / 기록노동자 시야

소성리사드-미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성주 주민이고, 노동자 편드는 글을 쓰고 싶어서 인터뷰하고 기록한다. 함께 쓴 책으로 <들꽃, 공단에 피다>와 <나, 조선소 노동자>,<회사가 사라졌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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