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성리를 쓰다6] “소성리를 떠나라”
[소성리를 쓰다6] “소성리를 떠나라”
  • 기록노동자 시야
  • 승인 2021.08.25 13: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진=소성리종합상황실

6월 17일 목요일은 경찰병력이 소성리로 들어오지 않았다. 그렇다고 사드 기지 건설공사에 투입되는 공사 인부들이 들어오지 않는 건 아니다. 우리는 경찰과 싸우려고 소성리로 오는 게 아니다. 사드-미군 기지가 건설되는 것을 막고 소성리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 싸운다. 경찰이 어마어마한 병력으로 우리의 앞길을 막고, 사드 기지 건설을 돕고 있으니까 부득이 경찰과 마찰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경찰병력이 하루 쉰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나는 소성리로 아침 일찍 올라갔다. 공사 인부들이 사드 기지로 들어가려는 것을 막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러나 우리가 그들과 물리적인 충돌을 하고 싶은 게 아니다. 공사에 협조하지 않기를 바라지만, 목구멍이 포도청이라는 그들이 기어이 걸어서라도 가겠다면 붙잡을 도리가 없다. 그래서 최소한 차를 타고 사드 기지로 출근하는 건 못 보겠다고 진밭에서 차를 막았다. 공사 인부들은 진밭에서 차를 세워두고 걸어가는 듯하지만, 경찰초소를 지나면 세워두고 있는 트럭을 타고 가려는 꼼수를 쓴다. 그래서 그 트럭을 타고 출근하는 것도 막았다.

우리는 공사 인부들에게 “걸어서 가시라”고 했다. 우리는 사드 기지로 올라가지 마시라고 말리고 싶었다. 사드-미군 기지가 건설되는 걸 반대한다면서도 건설되는 걸 지켜볼 수밖에 없는 내 처지가 참담하기 그지없다. 그러나 우리의 힘이 그들을 저지시킬 수 없다면 그들이 걸어가는 것으로 위안 삼을 수밖에 없었다. 우리가 다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최선을 다해서 사드 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우리의 저항을 보여주고 싶다.

국방부가 분명히 17일 목요일엔 소성리에 작전이 없다고 통보를 했었다. 분명히 ‘연기’가 아니라 ‘취소’한다는 통보였다. 서울과 경기에서 달려온 연대자들이 헛걸음을 하긴 했지만, 하루라도 작전이 취소되었다고 하니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 각자의 터전으로 돌아갔는데, 그날 밤 8시 국방부는 6월 18일 금요일 아침에 작전이 있다고 통보했다. 당시에 우체국 택배 노동자들이 상경 투쟁하면서 파업을 벌이고 있었고, 어느 정도 합의에 도달하면서 현장 복귀를 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설사 그렇더라도 경찰들은 소성리 마을을 걱정하는 연대자들의 발길을 따돌리고 소성리의 주민들을 고립시키기 위한 고도의 기만 술수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었다. 6월 18일 금요일, 14번째 소성리 경찰 침탈이 있었다.

경찰의 폭력이 도를 넘어서고 있었다. 마을 주민들과 평화지킴이의 수가 얼마 되지 않을 때는 10분 만에 해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어서 서두르지 않지만, 연대자가 조금 더 들어와서 수십 명이 되면 시간에 쫓기듯이 경찰 여럿이 우르르르 달려들어서 남자들은 다리부터 들어 올리고 상체를 잡은 경찰과 하체를 잡은 경찰이 각자 다른 방향으로 끌고 나가려고 하면서 붙잡혀있는 집회 참가자에게 폭력을 가한다.

여성 참가자는 여자 경찰들이 감당하지 못해서, 남자 경찰들이 발을 잡아주어 제압하고 여자 경찰이 여성 위에 올라타고 다리로 눌러서 제압하고 손발을 꽁꽁 잡아서 꼼짝달싹하지 못하게 만드는 일이 벌어졌다. 굵은 글러브를 낀 남자 경찰들이 등장했고, 드러누워서 옆 동료와 팔짱을 끼고 버티는 여성들의 발을 잡으니까 여성들은 기함하고 소리를 지르고 난리였다. 계속되는 폭력을 당하는 일상은 끔찍했고, 나는 카메라로 촬영했다. 매일 우리 사람들이 경찰들에게 어떻게 폭행당하는지 카메라 렌즈를 지켜보아야 했다.

 

6월 소성리. 사진=소성리종합상황실

6월 29일 17번째 경찰 침탈이 있었다. ‘진보대학생’들이 전 날밤에 소성리로 들어와서 일박했다. 새벽 6시부터 마을길을 지키면서 격렬하게 경찰들에게 저항하면서 끌려나가지 않기 위해서 대학생들은 몸부림을 쳤다. 그러다 한 학생이 체포된 사건이 발생했고, 그 학생을 연행하는 과정에서 여러 사람들이 경찰들의 발에 차이고 엉덩이에 깔리는 일도 벌어졌다. 현장은 너무나 아수라장이었다.

소성리에서 한판 마무리를 하고 소성리 할머니들과 평화지킴이들 그리고 대학생들은 성주경찰서로 부리나케 달려갔다. 연행된 학생을 내놓으라고 경찰서 앞에서 항의집회를 했다. 언제 다 내려왔는지 벌써 성주경찰서는 민원실 셔터를 내려놓고 경찰들을 세워놓았다. 점심은 급한 대로 짜장면을 시켜서 먹고 뜨거운 볕에서 피켓을 들고 있었다. 두 시가 지나서야 연행된 학생은 풀려나왔고, 소성리 할머니들은 눈물을 흘렸다.

경찰 조사를 받고 나온 학생의 얼굴이 주눅이 들어서 백지장처럼 얼굴이 하얗게 질려있는 모습을 보고는 마음이 아프다면서 부녀회장님마저도 눈물을 흘렸다. 그 학생은 경찰서에서 자신을 기다려주는 이들이 너무 많아서 어리둥절했고, 정말 감사하고 미안해서 말을 못 했다고 했다.

그날 저녁 무렵에 원불교 김선명 교무님이 경북기동대장 김00을 만났을 때, 어떻게 어린 학생을 체포할 수가 있냐고 나무라자, 김00이 하는 말이 ‘학생이 공중으로 붕 날아서 이단옆차기’를 했다는 것이다. 믿기지 않고 너무 어이가 없어서 김선명 교무님이 우리에게 그 말을 전했고, 페이스북 라이브를 찍어서 상황을 잘 알고 있던 박형선 교무님이 설명을 해주었다. 나도 그냥 가만히 있을 수는 없어서 집으로 돌아와서 카메라 촬영한 것들을 자세히 다 찾아보았다.

사건은 이렇다. 경찰들이 남자 대학생 한 사람을 끌어내려고 목을 잡아당겼다. 대학생이 아프다고 항의를 하니까 화풀이를 하듯이 손으로 그 대학생의 얼굴을 가격하고 눌러버렸다. 이걸 본 옆 동료 대학생들이 격분해서 항의했고, 경찰들은 뒤로 빠졌다가 한 경찰이 김00에게 그 사실을 전하는 장면이 나온다. 김00은 다시 끌어내라고 손짓을 해 보이자, 다시 경찰들이 투입해 들어온다. 그러고는 얼굴을 가격 당한 대학생과 그 옆의 대학생을 끊어내기 위해서 한 남자 경찰이 허벅다리로 옆 대학생의 얼굴을 누르자 옆에서 지켜보던 대학생들이 일제히 발길질하면서 그 허벅다리로 얼굴을 누른 경찰을 밀어내기 시작한다.

경찰의 살인적인 폭력에 맞선 대학생들은 격렬하게 발차기를 한 것이었고, 상황이 심각해지자 기동대장 김00이 들어와서는 확성기를 들고 체포하겠다고 이야기를 하는데 자신의 동료 경찰에게 치여서 앞으로 고꾸라지고 일어서면 또 다른 동료 경찰의 엉덩이에 받쳐서 또 고꾸라진다. 그러다가 학생의 발차기로 김00 가슴 쪽이 차인 장면이 보인다. 소심하게 발을 뻗어서 차는 모습이고, 심각한 폭력이 아니었는데도 김00은 미친 듯이 그 학생을 향해서 “체포해, 체포해” 소리를 질러댔다.

경찰들이 학생을 무지막지하게 끌고 나가면서 바닥에 누워있던 김종희 님의 얼굴에 경찰이 주저앉는 사고도 발생했고, 도로에 팔짱 끼고 누워있었던 대학생들은 경찰들의 발길에 이리 차이고 저리 차이는 일도 있었다. 학생은 끌려나가는 과장에 팔이 심하게 꺾여서 다쳤다. 아프다고 하는데도 경찰은  학생을 향해서 고의로 발로 찼다고 윽박지르면서 연행하겠다는 말만 반복하다가 정말로 경찰차로 후송해 가버린다.

사건의 발단은 경찰이 화를 내면서 한 남자 대학생의 얼굴을 가격하고 눌러버리는 폭행을 저질렀기 때문이었고, 또 다른 대학생의 얼굴과 목을 경찰이 허벅다리로 눌러서 제압하려는 살인적인 폭행을 저질렀기 때문이다. 정작 경찰의 폭력에 항의하면서 발길질 한 학생만 체포되는 일이 벌어진 거다. 결코, 경찰의 체포 연행은 정당할 수 없다. 그날 이후 소성리 마을 입구에 “경북기동대장 김00은 소성리를 떠나라”는 현수막이 내걸렸다.



 

글 / 기록노동자 시야

소성리 사드-미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성주 주민이고, 노동자 편드는 글을 쓰고 싶어서 인터뷰하고 기록한다. 함께 쓴 책으로 <들꽃, 공단에 피다>와 <나, 조선소 노동자>,<회사가 사라졌다>가 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북도 경산시 박물관로1길 6 재경빌딩 203호
  • 대표전화 : 053-811-5115
  • 팩스 : 053-813-5116
  • 광고문의 : 053-811-5115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연주
  • 법인명 : 협동조합 경북미디어센터
  • 제호 : 뉴스풀
  • 등록번호 : 경북 아00279
  • 등록일 : 2013-10-07
  • 발행일 : 2013-10-07
  • 발행인 : 이전락
  • 편집인 : 김동창
  • 뉴스풀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1 뉴스풀.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poole@naver.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