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투자방식으로 경산시가 추진하는 생활폐기물 소각장 증설에 대해 ‘기업 이윤 봐주기식 사업’이라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경산·청도지역 주민들은 절차상 문제와 환경오염 피해 등을 이유로 소각장 반대 운동에 나섰다.

 

ⓒ김연주

경산시는 올해 1월 가칭 경산클린에너지(주)와 ‘경산시 자원순환시설 증설 민간투자사업(BTO-a*)’ 실시 협약을 맺고 경산시 용성면 용산리 247번지 일대에 생활폐기물 소각장 증설 사업을 공식화했다.

앞서 2015년 경산시는 경산에코에너지(주)와 민간투자(BTO**) 방식으로 생활폐기물 소각장을 신설해 현재 가동 중이다.

경산 용성면과 청도 금천면 등 사업 예정구역 인근 주민들은 올해 8월 ‘경산시소각장증설반대대책위’를 공동으로 결성하고, 소각장 추가 건설로 주민들이 소각장 유해 물질 피해에 장기간 노출된다며 사업 취소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앞서 용성제2소각장증설반대투쟁위원회는 소각장 증설을 위한 환경영향평가 초안 공청회가 열린 14일 용성면행복나눔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소각장 증설은 소각장 주변 주민의 희생 위에서 민간투자 사업자의 영구적 이윤을 보장하려는 반인간적 소득 창출 사업”이라며 “주민 생존권을 위협하는 제2 소각장 신설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주민들은 소각장이 있는 용성면 지역에서 세균병 확산으로 인한 농작물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며 소각장 배출 유해 물질과 연관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또 주민들은 소각장으로부터 약 6킬로미터 떨어진 청도 운문댐 식수원 오염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운문댐은 대구와 경산, 청도, 영천 지역에 광역상수도 용수를 공급하고 있다.

하승수 변호사는 14일 열린 소각장 증설 환경영향평가 초안 공청회에서 “지역주민에게 장기간 집중적인 피해를 주는 것은 환경 정의에 어긋난다”고 비판하며 “법인격이 없는 사업주가 공청회를 개최했다. 새로 입지선정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입지 선정 절차를 밟지 않았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하 변호사는 “소각장 증설 사업에서 실제 사업주가 SK그룹으로 드러났다. SK는 지자체가 손해 비용을 부담하게 하는 BTO-a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하면서 법적 절차도 지키지 않았다”라며 “경산시는 소각장 증설 사업을 재검토 하고, 시민 협조를 통해 폐기물 감량 및 재활용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14일 용성면행복나눔센터에서 열린 환경영향평가 초안 공청회에서 하승수 변호사가 주민 측 패널로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김연주

증설 추진 중인 소각장 규모는 1일 소각 70톤, 여열회수 발전 1900Kw, 하수 슬러지 건조 10톤이다. 기존 소각장은 1일 생활폐기물 소각 100톤, 하수슬러지 건조 14톤, 여열회수 발전 1875Kw 규모이다. 소각장 증설 시 생활폐기물 처리 용량은 기존 일일 100톤에서 170톤으로 증가한다.

현재 운행 중인 소각장 운영 시한은 2035년 까지다. 내년 초 소각장 착공에 들어간다면 증설 소각장의 운영기한은 2024년부터 2044년까지다. 소각장이 처음 운행을 시작한 2015년부터 2044년까지 약 30년에 걸쳐 주민들은 소각장이 배출하는 유해 물질의 영향에 놓이는 셈이다.

환경영향평가서 초안을 검토한 대구가톨릭대학교 양원호 환경보건학과 교수는 “환경영향평가 계획서가 구체적이지 않고, 노출되는 인구수 평가도 없다. 환경성 질환에 대한 영향이 빠져 있다”라며 “소각장 처리 폐기물에 하수슬러지가 포함돼 있고, 완전 연소가 안 돼 유해물질이 나올 수밖에 없다. 주민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관한 평가와 보상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각장 증설 사업이 주민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힌 가운데, 양원호 교수는 경산시가 적극적으로 갈등 해결에 나설 것을 주문했다.

양 교수는 “관리 주체인 경산시가 뒷짐만 지고 있는 듯하다. 이해관계자인 사업자, 시청, 주민 간에 소통이 이뤄지지 않는 상태에서 사업이 진행되는 것에 반대한다”고 견해를 밝히며 “주민 의견을 일 순위에 두는 것이 올바른 정책이다. 사업주는 주민들과 소통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경산시가 적극적으로 중재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왼쪽 붉은 표지는 소각장 증설 사업 부지, 오른쪽 붉은 원 부분은 운문댐이다. 소각장과 운문댐 간의 직선거리는 약 6킬로미터이다. 운문댐은 대구(수성구·동구·북구 등의 일부)와 경산, 청도, 영천 지역 식수원이다. 공청회에서 양원호 교수는 ‘대기오염물질 영향권을 학회에서는 10킬로까지 잡기도 한다’라며 소각장 배출 물질 영향지역의 범위를 특정하는 것이 무의미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미지 출처=구글 위성지도 화면 캡쳐

 

생활폐기물 처리 민간위탁 한계 곳곳에서 드러나
감사원 조사 결과 “경산시, 소각장 관리
·감독 미흡”
소각장 대기오염물질 배출 협의기준 초과에도 경산시, ‘민간사업주 적자 운영’ 이유로 ‘손해배상 면제’
주민대책위 관계자, “경산시가 시민 안전과 환경 책임져야”

주민들이 우려하는 소각장 환경오염 문제는 경산시 생활폐기물 소각장 관련 감사원 조사 발표 자료에서도 드러난다. 감사원은 지난해 9월 소각장 관리감독 소홀과 관련해 대구환경청과 경산시에 주의 및 통보 조치를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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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월 1월부터 2019년 8월, 경산시자원회수시설(생활폐기물 소각장) 대기오염물질 협의기준 초과 배출 현황. 출처=감사원 자료 갈무리

감사원에 따르면 2017년 1월 1일부터 2019년 8월 말까지 2년 8개월 동안 경산시 소각장의 대기오염물질의 협의 기준 초과 건수는 총 4016건에 달한다.

연속 3회 이상 초과한 자료 수는 598건, 주 8회 이상 초과는 1526건이다. 미세먼지 발생 원인인 황산화물의 경우 최대 농도가 41.28ppm으로 협의 기준 농도 10ppm의 4배를 웃돈다.

경산에코에너지 사업주는 2년 넘게 수천 건 이상 초과 배출하고도 환경피해방지조치계획을 한 번도 제출하지 않은 사실도 감사원 조사에서 드러났다.

환경영향평가서 등 작성 등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환경오염물질을 환경영향평가 협의기준보다 초과하여 배출하는 경우 배출 즉시 또는 5일 안에 환경피해방지조치계획을 제출해야 한다.

감사원은 “소각장이 환경영향평가 협의에서 설정 받은 협의 기준을 준수해 운용하도록 경산시가 철저히 감독해야 했다. 경산시는 협의 기준 준수 여부를 점검하지도 않고 감독상 필요한 명령도 하지 않았다”라며 경산시의 소각장 관리 감독 소홀을 지적했다.

한편, 소각장이 대기오염물질을 초과 배출해도 소각장을 위탁 운영하는 민간사업주 이윤 현황에 따라 손해배상 청구마저 어려운 실태도 취재 결과 드러났다.

경산시 환경시설사업소 김한섭 팀장은 “민간투자사업 협약 조건에 근거해 법인세 차감 전 운영 수익이 적자인 경우 대기오염물질 배출에 따른 부과금(손해배상 청구) 면제가 가능”하다고 했다.

김 팀장은 “2019년 기준 경산에코에너지는 법인세 전 이익이 8억 적자”라며 사업협약서에 따라 손해배상 부과금 200여만 원을 면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김동욱 경산시소각장증설반대대책위 사무국장은 “사업주 적자 운영은 경산시가 사업 계획을 잘못 세웠기 때문”이라며 “이윤창출이 목적인 기업이 무슨 환경을 책임지겠는가. 장기적으로 볼 때 시가 직접 소각장을 운영해야 한다. 시민 안전과 환경을 정부와 지자체가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주민대책위 활동 계획과 관련해 김동욱 사무국장은 “소각장 인허가를 담당하는 대구환경청에 간담회를 요청했다. 최영조 경산시장에게도 주민 간담회 개최 요청 공문을 보냈다”라며 “소각장 증설 반대 활동을 계속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산 용성면과 청도 금천면에서 각각 대책위를 결성해 경산 소각장 증설을 반대 활동을 펼쳐온 주민들이 지난 8월 공동으로 경산시소각장증설반대대책위를 출범했다. 사진은 금천면대책위가 게시한 현수막. 사진=경산시소각장증설반대대책위

 


*BTO-a(Build·Transfer·Operate-adjusted) 방식 : 손익공유형 민간투자 방식. 시설 건설과 운영에 필요한 최소사업운영비를 정부가 보전하여 사업주의 위험을 낮추는 방식이다.

**BTO(Build-Transfer-Operate) 방식 : 사업시행자가 투자위험을 전적으로 부담하는 민간투자 방식. 시설의 준공과 동시에 해당 시설의 소유권이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에 귀속되며, 사업시행자에게 일정 기간 시설관리운영권을 인정한다.

출처=K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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