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성리를 쓰다10] 우리는 언제 체포될지 모른다
[소성리를 쓰다10] 우리는 언제 체포될지 모른다
  • 기록노동자 시야
  • 승인 2021.09.01 21: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찰과 국방부가 협력한 미군 육로수송 작전은 멈추지 않는다. 지난 7월 8일 경찰청 인권위원들이 소성리로 방문했을 때, 나는 경찰폭력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서 4개의 영상을 준비해 참가했다. 당장 현실에서 닥친 일들, 사드기지 건설에 동원된 공사 차량과 장비들, 미군에게 제공되는 물품 차량들이 마을길로 통행하지 못하도록 주민들과 연대자들이 소성리 마을길에서 집회를 하고 연좌 농성을 할 때면 어김없이 경찰병력이 저지르는 성추행, 폭력적인 강제진압을 중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생각했었다.

인권위원이 소성리 이장님께 주민들의 고충이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이석주 이장님은 지금이 한창 농번기라서 새벽부터 농사를 짓기 위해서 농민들은 길을 나선다고 하셨다. 트럭 위에다 관리기를 싣고 논과 밭으로 나가야 하는데, 새벽 일찍부터 경찰버스가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마을로 들어오고, 좁은 마을길에 버스를 주정차를 시켜놓고 있으니 트랙터나 경운기가 자유롭게 마을길을 나다닐 수 없게 된다고 하셨다. 경찰이 들어오는 날은 사드 반대하러 집회에 참석하지 않는 주민들도 일상이 감금상태에 놓이게 된다고 하셨다.

그러고 보면 모심기할 5월 중순부터 일주일에 두 번씩 꼬박꼬박 경찰병력 1000여 명이 수십 대의 경찰버스를 타고 들어와서 새벽 6시만 되면 마을길을 경찰들이 빽빽하게 에워싸고 있으니까 모심기에 필요한 장비들이 마을길을 마음대로 오고 가지 못했다. 경찰버스와 병력에게 길이 막히니까. 아무리 길을 돌아다닌다고 하지만, 사드 반대 집회에 나오지 않는 주민들조차도 발목이 잡혀야 할 상황이었으리라. 거기다 경찰들에게 계속 불심검문을 당하면서 마을 주민임을 밝혀야 하고, 농사일하러 가야 한다고 보고하면서까지 마을길을 이용하는 게 얼마나 곤욕스러운 일이었을까.

일상이 감금상태가 되어버렸다는 이석주 이장님의 말씀처럼 사드 반대하러 나오든 나오지 않든 소성리 마을주민 모두가 심각한 인권침해를 당하고 있었다.

그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갑자기 내 머릿속에서 양치하고 있는 경찰의 모습이 떠올랐다. 1000여 명이나 되는 경찰들이 새벽 5시 30분이면 소성리로 들어와서 하루 두 끼 이상의 식사를 하고, 두 번 이상의 양치를 하고, 입을 헹군 물을 뱉어댄다고 상상만 해도 역겹다.

그런 이야기들을 나눴지만, 경찰청 인권위가 뭔가 해결해 줄 거란 기대를 하기는 어려웠다. 그렇지만, 최소한 주민들에게 피해가 되지 않도록 협조를 바라는 마음이 있었으니까 조금은 개선되기를 바랄 뿐이었다. 그런 마음도 사치였나 보다.

 

사진=소성리종합상황실

지난 7월 15일, 경찰은 새벽 5시 45분에 주황색 질서유지선을 가지고 마을회관에서 도로로 나오는 길을 그어버렸다. 그리고 도로로 나온 주민들에게 불법 집회하면 체포하겠다고 협박하면서 새벽 일찍부터 경찰들과 대치해야 했다. 그전까지 경찰들이 소성리로 들어와도 6시에 집회를 하고 있으면 6시 30분경에 경찰들이 포위하고 들어내려고 작전을 하던 것에 비하면 한 시간이나 빨리 마을을 포위하고 나선 셈이다.

23번째 군경 합동작전이 있었던 날인 7월 20일 나는 밤새 영상편집을 하다가 새벽에 겨우 두 시간을 자고 일어났다. 집에서 5시에 출발했고, 경임 할머니 댁 앞에 도착했을 때는 5시 30분이 조금 안 되었다. 경임 할머니는 벌써 걸어서 올라가셨다. 할머니는 경찰버스를 만나기 싫어서 일찍 소성리 마을로 올라가신다. 5시 30분이면 경찰버스가 들어올 시간인데, 이상하게 마을길이 평온했다.

소성리 마을에 도착해서 주차해 놓고, 사람들과 도로를 향해서 의자에 앉아있으니까 성주경찰서 경비과장이 경찰 무리를 이끌고 마을로 내려오는 모습이 보였다. 경임 할머니는 의자를 엉덩이에 붙인 채 일어나 마을길로 나와버렸고, 다른 주민들도 마을길로 나왔다.

경찰들은 주황색 질서유지선을 긋고, 경비과장은 마을회관 앞에서 하는 집회는 보장하겠지만, 도로를 점거하는 집회는 불법이라고 떠들어댔다. 질서유지선을 넘어 다니는 것도 불법이라면서 못 다니게 막으려고 했지만, 쉽지는 않았다. 새벽 6시경에 위쪽에서 방패를 소지한 경찰병력이 우르르 내려와서 3열로 마을회관을 차단했다. 똑같은 일들이 반복되었다.

경찰버스는 5시 전에 소성리로 들어왔다고 한다. 부산과 경상남도 경찰청의 버스가 주로 많고, 서울과 경기 쪽에서도 내려왔을 텐데, 그럼 경찰들은 밤새 버스를 타고 소성리로 왔으니, 윤석열 씨가 말한 주 120시간 노동을 경찰이 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웃음이 픽 났다.

성주경찰서장의 명을 받은 경비작전 계장은 6시도 되기 전부터 경찰 방송을 하기 시작했고, 6시 32분에 1차 해산명령을 하는 경고방송을 했는데, 여러 말을 했지만, 스스로 이동하지 않으면 사법처리하겠다는 뜻이고, 나중엔 대놓고 체포될 수 있다고 협박하는 방송이었다.

1차 방송을 끝내고 5분도 채 안 된 6시 36분에 2차 해산명령을 하는 방송을 했다. 4분이 지난 6시 40분에 3차 해산명령하는 방송을 하길래, 이제 끌어내나 보다 했더니, 또다시 4차 해산명령 방송을 6시 44분에 한다. 마을 도로에서 스스로 이동하지 않으면 경찰에 의해서 해산 조치를 당하겠지만, 현장에서 체포될 수도 있다고 하는데, 앞을 바라보니까 벌써 사드기지로 들어갈 공사 인부를 실은 차량과 트럭들이 줄을 서서 대기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주민들과 평화지킴이들은 여러 번 해산명령에도 자리를 비켜줄 수 없었다. 경찰들은 강제로 끌어내지 않고 설득하고 또 설득해서 스스로 일어나게 한다고 하지만, 말끝에는 도로에서 일어나지 않으면 체포될 수 있다는 협박이었다.

6시 48분, 5차 해산명령하는 경찰 방송이 마을길에 크게 울려 퍼졌다. 이젠 경비과장이 집회 대오 속으로 들어와서 마이크를 잡고 스스로 이동하지 않으면 체포하겠다고 떠들어댔다. 뒤에는 경북기동대장이 확성기를 들고 알아들을 수 없는 모기 목소리로 체포하겠다는 말만 앵무새처럼 떠들어댔다. 대신 강제로 끌고 나오지는 않겠다는 듯이 ‘대화 경찰’ 조끼를 입은 경찰은 계속 일어나라고 했다. 그리고 끌어내도 되겠냐고 물었다. 아니면 체포하겠다고 협박했다. 7시 28분 모두가 해산당할 때까지 두 시간 가까이 경찰들에게 들은 언어폭력과 시선 폭력의 내용이다.

“스스로 일어나서 이동하지 않으면 체포하겠다”

태환 언니는 내가 체포될까 봐 도저히 먼저 일어나서 나올 수가 없었다고 한다. 할머니들은 할머니들이 먼저 나오면 연대자들이 체포될까 봐 온몸이 쑤시고 아파서 힘들었지만, 먼저 일어설 수가 없었다고 한다. 맨바닥에 앉아서 경찰들에게 둘러싸여서 시달려야 하는 시간 동안 육체적인 피로보다 정신적인 피로가 몸을 얼마나 괴롭혔을까. 이제 우리는 언제 체포될지 모른다.

 

7월 21일, 국가인권위 대구사무소 앞에서 경찰 진압작전 중단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사진=소성리종합상황실

7월 22일은 소성리길을 미군에게 열어주기 위해 24번째 군경 합동작전이 있는 날이었다. 5시 40분경에 경찰병력이 마을길로 내려와서 주황색 질서유지선을 쳤고, 도로로 나온 사람들에게 불법 집회는 엄중하게 사법처리하겠다고 경찰방송 차량에서 경고방송을 시작했다. 성주경찰서장의 위임을 받은 경비작전 계장이 도로를 점거하는 행위는 불법 집회라면서 마을회관으로 이동하지 않으면 사법처리하겠다는 취지의 방송을 5시 43분에 3번째로 했으니까, 1분에 한 번 방송을 한 셈이다.

5시 49분에 5번째 의미 없는 방송을 했고, 그다음부터는 2분 간격으로 앵무새처럼 떠들어서 횟수를 세지는 못했다. 경찰의 해산명령은 6시 28분 1차 경고방송을 시작으로 6시 32분, 6시 36분, 6시 40분, 6시 44분 5차까지 4분 간격으로 한 셈이다. 경찰방송의 내용은 스스로 일어나서 마을회관으로 이동하지 않으면 강경하게 사법처리하겠다는 것과 현장 체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고 나서 또 경비과장이 현장에서 마이크를 잡고 경찰들에게 강제로 끌어내지 말고 스스로 이동할 수 있도록 하라면서도 말을 듣지 않으면 체포한다는 이야기를 자꾸 하길래, 나는 그의 말소리를 찍기 위해서 가까이 다가갔다. 얼굴에 카메라를 대자, 초상권을 침해한다고 불쾌해하는데, 사실 나는 그의 얼굴을 찍는 게 목적이 아니라 경비과장의 육성 멘트를 녹음해두고자 했다.

주변이 조용하면 간격을 유지하면서 촬영을 하면 좋으련만, 워낙 경찰들의 방송 소리와 사드 반대 집회 주최 측의 방송 소리 그리고 집회 현장에서 들려오는 구호 소리와 비명이 뒤섞여 도저히 경비과장의 육성을 녹취할 수 없었다. 결국, 카메라를 최대한 경비과장의 얼굴 가까이 가져갈 수밖에 없었던 건데, 경비과장은 마치 내가 일부러 자신의 얼굴을 집중 공략하는 거로 오해를 한 듯했다. 그러면서 그는 내게 자신은 공인이 아니라 공무원이라고 했다. 공무원의 얼굴은 함부로 찍으면 안 되고, 만약 자신의 얼굴이 내 영상화면에 나오게 되면 법적 조처를 취하겠다고 화를 냈다.

성주경찰서의 경비과장은 집회 대오 한가운데서 마이크를 잡고 도로 점거는 불법행위이고, 스스로 마을로 이동하지 않을 시에 강경하게 사법처리할 방침이라고 방송했다. 또는 소성리 마을길에서 집회하고 있는 이들에게 체포당할 수 있다고 공지했다. 집회시위의 자유를 보장해야 할 경찰공무원이 민원인을 상대로 공식 발언을 한 것인데, 이걸 취재하고 촬영하는 것이 왜 법적 조치를 당할 일인가.

나는 경비과장이 공무집행하는 모습을 공개할 수 없다는 것으로 들려서 당혹스러웠다. 공무집행은 공식적인 것인데, 지금까지 마이크 잡고 공식 발언한 것이 공무집행이 아니라 사적인 것인가 다시 물었을 때, 그는 아니라고 했다. 그렇다면 공무를 수행하는 이에게 질문할 권리가 우리에게 없나? 또는 공무집행하는 내용, 정보를 공개하면 안 되는 이유가 있나?

아무튼,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성주경찰서 경비과장의 태도에 조금 당혹스러웠지만, 그의 공식 발언은 역사적으로 경찰이 미군기지 건설에 어떻게 부역해왔는지 중요한 사료가 될 수 있다고 생각되어 집중적으로 촬영하였다. 먼 훗날 역사가 말해 줄 거라 믿는다.

22일은 소성리 부녀회장님의 2심 선고 재판이 있는 날이었다. 지난번에 내가 부녀회장님을 대구지방법원으로 모시고 가서 재판을 받고 선고 날짜를 받아왔는데, 그사이 까맣게 잊고 있었다. 전날 조은학 님이 마침 기억하고 있어서 박형선 교무님과 할머니들이 함께 부녀회장님 선고 재판을 방청하러 법원을 향했다.

부녀회장님은 사드기지 둘레길로 나물 뜯으러 갔다가 철조망에 가로막힌 길에서 철조망을 걷고 기지 안으로 들어간 사건이었는데, 저들은 건조물 침입과 1건을 더해서 기소했다. 이후 1심에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고, 2심에서 벌금 500만 원을 받았다.

부녀회장님은 돈 500만 원 벌금이란 말에 “집행유예로 가만히 놔두지”라고 하셨지만, 우리는 집행유예보다야 당연히 벌금으로 떨어뜨린 게 기쁜 일이었고, 꼬리표를 떼게 되어서 가슴을 쓸어내리며 다행이라고 했다.

할머니들은 예전 같으면 나물 뜯으러 오르락내리락했고, 장작을 김천 장에 내다 팔러 다녔던 길인데, 실제로 철조망 안쪽에 달구지 끌고 다니던 길이 잘 닦여있었다. 철조망이 들어서서 오도 가도 못하게 만들어놔서 기가 찰 노릇이었다.

할머니들은 말도 안 되는 재판을 보고 있으려니 속에 천불이 난다고 하셨다. 할머니들은 이제 연세가 있으니까 직접 사드 기지 둘레길을 걷지 못하지만, 워낙 오랜 세월을 소성리에서 살면서 드나들던 길이라 위치를 설명하면 그 자리가 어딘지 알아맞힌다. 그곳에 어떤 나물이 잘 자랐고, 어떤 걸 캐와서 살림에 보탰는지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신 듯했다.

앞으로 미국의 전략무기 사드가 이 땅에서 얼마나 많은 범법자를 만들어낼까. 자식들 키울 때는 그 흔한 “가시나야”, “머스마야” 하는 말도 함부로 써본 적 없었고, 남들한테 욕이라고는 입 밖에 낼 줄도 모르고 살았는데, 이놈의 사드가 들어와서 팔십 평생을 입 밖으로 내지 않던 욕이 자꾸만 늘어간다고 할머니들은 한탄한다.



 

글 / 기록노동자 시야

소성리 사드-미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성주 주민이고, 노동자 편드는 글을 쓰고 싶어서 인터뷰하고 기록한다. 함께 쓴 책으로 <들꽃, 공단에 피다>와 <나, 조선소 노동자>,<회사가 사라졌다>가 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북도 경산시 박물관로1길 6 재경빌딩 203호
  • 대표전화 : 053-811-5115
  • 팩스 : 053-813-5116
  • 광고문의 : 053-811-5115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연주
  • 법인명 : 협동조합 경북미디어센터
  • 제호 : 뉴스풀
  • 등록번호 : 경북 아00279
  • 등록일 : 2013-10-07
  • 발행일 : 2013-10-07
  • 발행인 : 이전락
  • 편집인 : 김동창
  • 뉴스풀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1 뉴스풀.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poole@naver.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