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쿨버스를 타고 가는 아이들을 배웅하고 돌아오는 길에 ‘백로(白鷺, 흰 이슬)’를 만났다.

마을 회관 옆 논에 거미가 전깃줄과 전봇대를 지지대 삼아 허공에다 크게 거미줄로 그물을 쳐 놓았다.

새벽녘에 자욱하던 안개가 해를 만나 그 거미줄에 이슬이 방울방울 맺혀, 한걸음 뒤에서 보면 거미줄이 하얗게 보인다. 레이스는 아마도 이슬 맺힌 거미줄에서 영감을 받아 시작되지 않았을까?

허공에다 과감하게 그물을 쳐 놓았지만, 바람 한 번 사르르 불면 집이 통째로 날아가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 같다.

거미줄처럼 학교가 사라질까 봐 이사 온 그다음 날부터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내리리 영주

공부는 둘째 치고, 학교에 가야 아이들이 친구들을 만날 수 있는데, 그 학교마저 사라지면, 어째야 하나? 다행히 현 교육감의 공약이 면 단위에 한 학교는 무조건 살려두는 것이라니, 당장 내년 내후년에 학교가 없어질 걱정은 덜었다. 그러나 그 이후 매년 인근 도시 구미나 대구로 이사 가는 가족들을 보게 된 다음에는 또 누가 이사를 가게 될까 걱정을 하게 되었다. 아무리 교육감님 공약이 있다 해도, 학생 수가 급격히 줄어들어 교육적인 관계를 맺을 수 없을 정도가 되면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통폐합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2020년 7월 더불어민주당 양기대 의원이 한국고용정보원의 인구 소멸 지수를 인용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군위는 경북에서 인구 소멸 위험이 가장 높은 지역이라고 한다. 2020년 9월 기준으로 인구가 2만 3345명이고, 군위교육청 홈페이지에 나온 학교 현황에 따르면 군위 전체 학생 수가 2021년 9월 기준 1061명이다.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합한 학생 수가 이러한데, 아이들은 모두 흩어져 산다. 군위읍에서도 아파트가 모여있은 곳에 사는 이들을 제외하면 아이들이 동네에서 같이 놀 친구는 없다. 우리 집 아이들뿐 아니라 대부분의 아이들이 동네 유일의 아이다.

 

ⓒ내리리 영주

도시에서 아파트에 살 때는 아이들이 자연을 좀 많이 만났으면 싶어서, 늘 산으로 공원으로 아이들 손을 잡고 유모차를 밀고 때로는 아기띠를 하고서라도 숲으로 숲으로 갔다. 그런데 숲도 논도 들도 하천도 아름답게 펼쳐져 있는 시골에 와보니, 아이들 데리고 갈 데가 없다. 아이들이 자꾸 텔레비전 속으로 핸드폰 속으로 들어간다. 용기를 내어 숲으로 가 본다. 도시에서 다니던 그 숲이 아니다. 일단 길이 없다. 길이 있어도 어느 순간 없어진다. 그리고 오가는 사람도 당연히 없다. 숲 탐험 가자고 바람을 잔뜩 넣어 출발했는데, 내가 먼저 무섭다.

‘그것이 알고 싶다’에 나오는 흉흉한 사건이 생각난다. 그제야 아파트 단지 사이사이마다 있는 놀이터와 산책길, 그리고 잘 정비되어 있는 도시의 숲들이 공금으로 꼼꼼하게 관리되고 있는 공간이라는 이제서야 알아챘다.

‘그런 게 공공재였구나…’ 생각하며 산길 대신 동네를 돌아보기로 한다.

 

ⓒ내리리 영주

1차선 도로다. 인도는 없지만, 도로 양쪽으로 펼쳐진 하천의 풍경과 논과 밭, 과수원에서 자라는 갖가지 식물들! 눈길 닿는 데마다 아름답다. 하지만 나는 그 뷰를 즐길 여유가 없다. 아이들에게도 ‘이것 좀 봐!’ 할 틈이 없다. 드문드문 다니지만 차가 다닌다. 일정한 흐름을 가진 교통량이 아니라 더 긴장된다. 차들도 으레 사람이 없겠거니 하고 쌩쌩 달리다가 아이들을 보고 놀라 멈추기도 한다. 아이들 조심시키느라 나는 나대로 신경이 곤두서고 엄마가 예민해지니 아이들은 움츠러들고 그러다 보니 어서 집에 가자고 난리다.

아이들이 없는 시골에 어린이 공원을 만들자 할 수도 없고

걸어 다니는 사람도 거의 없는데 인도를 만들자 할 수도 없고

마당에 놀이터를 만들어도 친구 없이는 5분 만에 시들해지고

고민이 깊어져 갔다.

 

그러던 차에, 통전교육연구소 김희동 선생님께서 ‘매곡리 자연학교’를 소개해 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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