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8일, 삼평리 평화회관. ⓒ김연주

청도 삼평리 할머니들이 평화회관 꽃담 앞을 지나 집으로 향한다.

맞은편 삼평리 정류장에 이억조 할머니와 김기현 작가, 만평을 그리는 계대욱 활동가가 나란히 앉아 있다.

오전 아홉 시 무렵 시작한 벽화 작업은 날이 어두워 질 때까지 이어졌다. 평화회관에서 꽃을 보던 할머니들도 대문을 나서신다. 두 작가는 여전히 무엇을 더 그릴까, 토론을 한다.

“벽화 보신 소감이 어떠세요?”

한참 동안 대답을 생각하던 이억조 할머니가 도로 건너편을 바라보며 말씀하셨다.

“…… 저 할매 땅콩 가지로 왔네!”

 

아침부터 저녁까지 벽화를 그리는 동안 성곡댁 김춘화 할머니께서 많은 도움을 주셨다. 

그리고 평화회관에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밑칠 작업을 함께한 유정애 작가 님, 활동가 분들, 경산생활폐기물 소각장 반대 활동을 하는 금천면 이장 님….

면사무소에 요청을 했더니, 도로를 지나는 차량에 수신호를 보내 안전 통행을 유도해주시는 분도 일찍부터 오셨다.

또 각북면장이 ‘비타오백’을 들고 와서 주민 분들에게 인사했다. 면장이 평화회관을 방문한 건 처음이라고 했다.

낮에 평화회관에 오신 할머니는 “여기 누가 전 피놨네! 머 살까” 했다.

홍시, 꽃사과, 샤인머스켓, 감주와 감식초, 김밥, 비스킷……. 뜨락에 빼곡히 놓였다. 그러나 먹을 새가 없었다. 작가분들은 쉴새 없이 그림을 그렸다.

삼평리의 옛이름, ‘이슬 머금은 꽃’이라는 뜻의 ‘방지’ 마을을 그리는 꽃들이 흰 벽에 개화한다.

평화회관 벽화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나서 이억조 할머니는 노란 비닐 꾸러미를 안고 오셨다. 할머니가 햇밤을 건네주신다. 

“갖고 가서 꼭 삶아서 먹어래이! 벌레 먹은 것도 있대이!”

대답 대신 햇밤.

이럴 땐 이렇게 말해야 한다.

 

“또 올게요! 고맙습니다!”

 

이억조 할머니(사진 왼쪽)와 김기현 작가, 계대욱 활동가, 배성우 조합장 님이 벽화를 배경으로 함께 사진을 찍었다. ⓒ김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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