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소멸지역 양육자로 살아가기] 5. 집 앞에 자연선생님! 논밭에 농부선생님?
[인구소멸지역 양육자로 살아가기] 5. 집 앞에 자연선생님! 논밭에 농부선생님?
  • 내리리 영주
  • 승인 2021.10.02 15: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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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소멸지역의 가장 큰 장점은 사람이 적다는 것이다.
사람이 적으니 가게도 적고, 가게가 적으니 간판도 쇼윈도도 적다.
‘이걸 안 사?’하는 메시지가 담긴 유형무형의 자극이 없다.
우리 동네에는 구판장 같은 작은 구멍가게도 없다.

대신 논밭을 본다.
농사짓지 않은 땅에 자란 들풀을 본다.
그 사이를 오가는 개구리와 나비, 잠자리를 보고 긴장감 없이 나른하게 걸어가는 마을 고양이들을 본다.

오늘은 사마귀와 눈을 맞췄다.
개울 난간에 매달려있길래 몸을 낮춰 가만히 봤더니, 사마귀도 내가 신기한지 고개를 갸웃하며 나를 바라보는 것이다.
“나 사마귀랑 눈 맞았다.”하고 소리치니, 아이들이 코웃음을 친다.
이런 나를 보고 둘째는 늘
“엄마는 동심이 있는 어른이네.”라며 칭찬인지 놀림인지 모를 말을 한다.

 

ⓒ내리리 영주

자연을 선생님 삼는 법은 대구 앞산마을학교의 여러 숲선생님들께 배웠다.
자연을 대하는 태도, 자연과 관계 맺는 법도 배워야 한다는 것을 엄마가 되고서야 알았다.

어린 시절에 형산강 하구 방파제에 가서 자주 놀았는데, 늘 죽은 불가사리를 볼 수 있었다. 징그럽기만 하던 갯강구가 어느 순간 보이지 않고, 나도 더 이상 송도해수욕장 바닷가에 몸을 담그지 않았다. 멀리서 온 누군가가 해수욕을 하는 걸 보면 ‘저러다 피부병 걸리지…’ 했다. 고향에서는 자연의 영역이 산업의 영역에 밀려 사그라드는 것을 보았다.

그러다 다시 자연을 가까이하게 된 계기는 첫째의 피부 아토피 때문이었다. 아이가 ‘아토피’ 증상으로 잠을 못 자고 늘 진물이 나고 가려워하는 것을 보니 너무 괴로웠다. 그때 내 머릿속은 ‘무찌르자 아토피!’로 가득 차 있었을 것이다.

매일 아이를 데리고 숲으로 갔다. 아이가 싫어해도 갔다. 둘이 가니 재미가 없어서, 품앗이 모임을 했다. 지원 사업이 있다길래 신청했더니 당첨이 되어, 그 돈으로 숲선생님을 모시고 숲에 가기 시작했다.

늘 가던 숲이었는데 완전히 다른 세상이었다. 루페로 자세히 들여다본 세상에는 새로운 아름다움이 있었다. 숲선생님들과 함께 곤충 공부를 할 때, 에사키뿔노린재가 알을 보호하는 본능에 대해 배웠는데 그 이야기를 듣고 뭉클한 마음이 들었던 것이 지금도 생생하다. 이끼와 뱀, 그리고 온갖 새들까지…. 내가 자연계 안에 살고 있다는 걸 그때 다시 배웠다. 내 시선이 아이의 몸에서 자연으로 옮겨가니, ‘무찌르자 아토피!’ 하던 나는 스르르 사라졌다. 아이와 함께 육아 벗들과 함께 숲 가까이에서 사계절을 누리며 몇 해를 보냈다.

 

내리리에 와서 새로 만난 자연은 논과 밭이다.
동네 어르신들이 논과 밭을 일구면, 식물들은 뿌리를 내리고 위로 위로 뻗어 나가고, 그 식물들에 온갖 날벌레가 깃드는가 하면 새들이 주위를 맴돌고 있다. 농사를 늘 귀한 일이라 생각해 오기는 했지만 가까이에서 자연과 한 호흡으로 움직이는 모습을 목격하니 정말로 신비하고 신기했다.

 

ⓒ내리리 영주

추분을 막 지난 요즘은 집 앞 취나물 밭에 취꽃이 한창이다.
취나물을 먹을 때는 몰랐는데, 취꽃이 참 예쁘다. 하얗게 빛나는 모습이 가을 하늘과 너무 잘 어울린다.
취나물 농사를 짓는 어르신은 호박 농사도 같이하신다. 여름내 해님처럼 활짝 핀 호박꽃이 가득했는데, 이제는 꽃봉오리들이 힘겨워 보인다. 그래도 끝까지 피워내려는 의지가 느껴진다.

 

ⓒ내리리 영주

 

동네 콩밭을 유심히 보니 콩꼬투리가 제법 달렸다. 곧 콩잎들이 저 초록의 기운들을 모두 콩을 살찌우는데 보내고 그 자신은 노랗게 익어갈 것이다. 노란 콩잎들 위로 가을바람이 한 번 불어주면! 내가 일 년 중에 가장 좋아하는 콩잎 단풍 물결을 볼 수 있다. 기대된다. 나는 콩잎 단풍을 보며 늘 잘 물들어가는 것에 대해 생각한다. 콩잎에 깊어져 가는 태도를 배운다.

 

ⓒ내리리 영주

 

앞산마을학교에서 숲에 가고 숲을 공부할 기회가 없었다면, 나는 결코 시골로 이사 오는 선택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내가 자연을 보면, 자연도 나를 본다는 것을 일러준 숲 선생님들을 만난 덕분이다. 선생님들이 숲 공부를 하시고 숲에서 아이들을 만나시면서 자신의 삶도 아름답게 가꾸어 가는 것을 보았기에 나도 그 모습을 따라 배웠다.



농업인 숲선생님들은 어떨까? 상상해 본다.
자연과 협업하며 살아온 이야기
그 과정에서 만난 아름다운 순간들과
여러 어려운 과정을 지나며 몸에 익힌 지혜들을 들을 수 있겠지?

배우고 싶은 게 생겼으니 스승을 찾아 나서 보자!!!

 

ⓒ내리리 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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