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사과밭에서



사과밭 ⓒ정헌호

과수원의 풀들을 제초하는 모습을 봅니다.

유명 가수의 노래에 이런 노랫말이 있습니다.

 

아무도 찾지 않는 바람 부는 언덕에 이름 모를 잡초야

… 아무것도 가진 게 없네.

 

노래처럼 잡초가 정말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존재인지 수년 전 적어 놓은 단상이 있습니다.

잡초는 가꾸지 않아도 저절로 자라나는 식물. 끊임없이 자신을 내주지만 결코 사라지지 않는 불멸의 생명력. 인간에게 외면을 당한 처지이지만, 생명을 품고 생명을 노래하는 존재입니다. 이 세상에 불필요한 생명이 있을까요? 여기 꽃을 피워 생명의 기쁨을 노래하는 잡초가 있습니다. 태워지고, 밟히고, 제초제라는 독을 뒤집어쓰고도 잡초는 꽃을 피웁니다.

작은 꽃들을 모아서 크게 보이게 하여 생명을 이어줄 벌, 나비, 등에, 박각시, 새들을 유혹합니다. 서양민들레. 별꽃. 하타리. 털여뀌 등 많은 잡초들이 그러합니다. 클로버는 심지어 죽은 제 꽃잎도 붙들어 매어두고 곤충들을 유혹합니다. 광대나물, 수염가래, 꿀풀, 앉은주름잎들은 제 아래 꽃잎들을 키워 벌 나비들이 쉽게 앉을 수 있도록 배려를 합니다. 닭의장풀은 헛수술을 이용하여 아래에 있는 진짜 암수술의 수정을 돕도록 벌들을 유혹합니다. 끈끈한 점액에다가 제 꽃가루를 숨기고 벌 나비의 도움을 받는 박주가리도 있습니다. 애기똥풀의 씨앗 생김새를 본 적이 있나요? 씨앗에다 젤리 같은 것을 늘 같이 붙여 다닙니다. 개미가 먹을 수 있도록 말입니다. 부지런한 개미기 씨앗을 날라주는 대가로 당분과 단백질 성분으로 제 몸뚱이를 만듭니다.

바람을 이용하여 생명을 이어가는 잡초들도 있습니다. 환삼덩굴의 꽃을 본 적이 있나요? 바람에 잘 흔들리라고 가는 실 같은 꽃줄기에 매달린 환삼덩굴의 꽃을요. 질경이의 꽃을 본 적이 있나요? 이들 암술은 바람에 날리는 꽃가루를 잘 잡기 위해 깃털 모양의 구조를 하고 있습니다.

곤충의 도움도 바람의 도움도 받지 못하는 잡초도 있습니다. 벌 나비들이 활동을 하기 곤란한 경우에는 자화수정을 하기도 합니다. 암술 수술이 서로 비벼서 벌 나비들의 도움을 받지 않고도 씨앗을 만듭니다. 자화수정이라고도 하고 자화수분이라고도 합니다. 같은 말인지 아닌지는 저는 식물학자가 아니라 분간을 하기에는 자신이 없습니다. 달맞이 꽃, 민들레, 좀씀바퀴, 엉겅퀴, 지칭개도 있습니다.

제비꽃은 기온이 오르면 꽃을 피우는 에너지가 바로 씨앗을 맺는 데 전력을 다한답니다. 서양민들레는 꽃이 피기 전 몸통을 자르면 꽃을 피우지 않고 바로 씨앗을 만들어 바람에 날려 보냅니다.

괭이밥은 씨앗을 감싸고 있는 씨앗 집의 팽창하는 세포분열 속도로 폭발을 일으켜 씨앗의 크기보다 천 배의 거리까지 보낼 수 있다고 합니다.

대지가 척박할수록 억세고 질긴 잡초가 뿌리를 내립니다.

그 뿌리는 대지의 숨통을 열어 줍니다. 오염물질을 흡수하여 제거를 합니다.

깊은 땅속의 양분을 끌어올려 표토를 기름지게 합니다. 땅속으로 태양의 에너지를 보냅니다.

잡초는 결코 굴복을 하지 않습니다. 반드시 씨앗을 남겨 훗날을 도모합니다.

잡초, 그 위대한 생명의 숨결은 오늘 우리 민중들의 숨결과 같습니다.

 

시인 <안도현>은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연탄재 함부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환경과학기자 <조홍섭>은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돌멩이 함부로 차지 마라.

하찮은 돌멩이 하나라도

20억 년 풍상을 견뎌 내었다는 것을 안다면.

 

저는 이렇게 마음을 적어 놓겠습니다.

 

민중을 하찮게 여기는 기득권들아

서러움 많고 눈물 많은 민중들을 함부로 대하지 마라

너희들이 언제 바람을 맞아 보았으며

너희들이 언제 우주의 근본인 결실을

간절함 없이 맺어 보았느냐

 


* 참고 자료 : <꽃과 곤충 서로 속고 속이는 게임>, <한반도 자연사 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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