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천문연, 블랙홀 제트와 고밀도 가스 구름과의 격렬한 충돌 현장 포착
“블랙홀 제트와 주변 물질 상호작용에 의한 진화 비밀 풀 증거”

 

2015년부터 관측한 3C 84의 초거대블랙홀에서 분출된 제트 열점 위치 변화(왼쪽)와 3C 84 제트 전체의 전파 이미지(오른쪽). 그림 한국천문연구원

한일 공동 우주전파관측망(KaVA)을 통해 블랙홀 제트(Black hole jet)와 주변 물질 상호작용에 의한 진화 비밀을 풀 증거가 될 활동성은하핵(Active Galactic Nuclei, AGN)에서 일어나는 특별한 순간을 포착했다.

한국천문연구원은 “와지마 키요아키(Wajima Kiyoaki) 박사가 참여한 한국, 일본, 미국, 이탈리아 4개국 국제 공동연구팀은 활동성은하핵 ‘3C 84’가 만들어내는 강력한 제트 분출로 형성된 전파엽(葉) 탄생의 순간을 관측했다”고 밝혔다.

활동성은하핵은 밝은 광도를 갖는 은하 중심에 존재하는 영역으로 다양한 파장에서 대량의 에너지가 뿜어져 나온다. 주로 우리은하보다 질량이 큰 거대은하들에서 발견된다.

활동성은하핵에서 나오는 강한 수소방출선의 세기와 선폭을 분석하여 중심부 블랙홀의 질량을 정확히 측정할 수 있어, 블랙홀이 속한 은하인 모은하와 중심부 거대 질량 블랙홀의 동반 진화 과정 연구에 쓰이는 대상 천체이다.

한국천문연구원은 “전파엽(radio lobe)은 활동성은하핵 중심의 초대질량블랙홀에서 분출된 고에너지 제트가 주변 고밀도 가스와 격렬하게 충돌하며 만드는 거대 규모의 빛나는 영역을 말한다”며, “보통 활동성은하핵 중심으로 대칭 구조로 형성되며 전파 파장에 해당하는 빛이 나뭇잎 모양을 띄어 ‘전파엽’이라 한다”고 설명했다.

국제 공동연구팀은 “관측 결과 3C 84 은하 중심의 초대질량블랙홀에서 분출된 제트 끝 지점의 열점(hotspot, 전파엽 내 가장 밝게 빛나는 부분)이 2016년 7월부터 약 1년 동안 움직임을 멈췄다. 이후 2018년부터 열점과 그 주번의 전파엽이 다시 움직임을 시작하다 열점은 사라지고 전파엽의 모양은 일그러지며 밝기 역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관측 과정을 공개했다.

 

시그너스 A(Cygnus A)로 알려진 전파은하 3C 405를 전파망원경으로 관측한 모습(©NRAO/AUI). 그림 한국천문연구원

또한, 이번 관측을 통해 “초대질량블랙홀에서 제트가 주변의 고밀도 가스와 격렬하게 충돌하며 활동성은하핵의 전파엽 진행과 성장 과정에 큰 영향을 주는 것임이 밝혀냈다”고 말했다.

페르세우스자리 은하단의 활동 은하(active galaxy)인 3C 84 은하는 2005년 은하핵에서 블랙홀 제트가 분출되는 것이 처음으로 발견되었다.

국제 공동연구팀은 “초대질량블랙홀 제트에 대한 정밀 관측은 초기 전파엽의 탄생과 성장 과정을 볼 수 있어, 블랙홀 제트와 주변 물질과의 상호작용에 의한 진화를 새롭게 설명할 수 있는 중요한 증거가 된다”며, “활동성 은하핵과 제트의 신비로운 형성 과정을 풀 수 있을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에 포착한 영상은 한일 공동 우주전파관측망(KaVA)을 통해 2015년부터 2019년까지 관측한 결과와 고해상도 전파 관측이 가능한 미국 국립전파천문대의 VLBA(Very Long Baseline Array) 관측자료를 함께 활용해 얻었다.

연구에 참여한 천문연 와지마 키요아키 박사는 “활동성은하핵의 강력한 제트를 막을 수 있을 만큼 밀도가 높은 가스가 블랙홀에 매우 가까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은 전혀 예상치 못했다”며, “이 천체의 기이한 성장 과정을 자세히 관측함으로써 활동성은하핵과 제트의 신비로운 형성 과정을 풀 수 있을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연구결과는 10월 12일 자 국제학술지 천체물리학 저널 회보(The Astrophysical Journal Letters)에 게재됐다.

 

한일공동 우주전파관측망(KVN and VERA Array, KaVA) 한국 전파망원경(KVN) 3기와 일본 전파망원경(VERA) 4기를 연결한 총 7개의 초장기선 전파간섭계(VLBI, Very Long Baseline Interferometry) 관측망. 그림=한국천문연구원
한일 공동 우주전파관측망(KVN and VERA Array, KaVA). 그림=한국천문연구원

 


< 참 고 > 

○ 전파은하(radio galaxy): 우리은하보다 수백 배 이상 강한 전파를 방출하므로 전파 은하라는 이름이 붙었다. 중심의 활동성은하핵에서 뻗어 나온 제트(jet)가 양 끝에 뭉쳐서 전파엽(radio lobe)라는 구조를 형성하고 있는 대칭적 모습을 하고 있다. 따라서 핵과 로브, 관측자가 일직선을 이루는 방향에서 관측할 때는 그냥 핵만 뚜렷한 모습으로 보인다.

전파를 방출하는 하나의 전파엽 크기는 보통 200광년 정도로 눈으로 보이는 은하 크기의 두 배 이상이 되고, 한쪽 전파엽 끝에서 반대편 전파엽 끝까지 1,000광년을 넘는 규모인 은하도 적지 않다. 전파엽에서의 전파 방출은 싱크로트론 과정에 의한 것이다. 싱크로트론은 고속으로 움직이는 전자가 자기장을 따라 운동하면서 복사를 방출하는 현상인데, 이때 전파엽 내의 고속으로 가속된 전자는 장갑차를 뚫는 포탄처럼 고에너지를 갖는다. 또한 전파엽 내부에는 제트의 가장 끝점에서 강한 전파 복사인 열점(hotspot)이 존재하기도 한다.

○ 한일 공동 우주전파관측망 KaVA(KVN and VERA Array): 한국천문연구원이 운영하는 한국우주전파관측망 KVN(Korean VLBI Network)과 일본국립천문대가 운영하는 VLBI 관측망 VERA(VLBI Exploration of Radio Astrometry)가 결합한 한일 공동의 VLBI(Very Long Baseline Interferometer) 관측망이다. 즉 서울 연세대, 울산 울산대, 제주 탐라대에 설치된 21m 전파망원경 3기로 구성된 KVN과 일본 미즈사와, 이리키, 이시가끼시마, 오가사와라에 설치된 20m 전파망원경 4기로 구성된 VERA가 결합한 7기의 전파망원경에 의한 VLBI 관측망으로 그 가장 긴 거리(미즈사와부터 이시가끼시마)인 약 2,300km 직경에 해당하는 전파망원경으로 관측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KaVA는 2010년 한국천문연구원과 일본국립천문대 사이 VLBI 상호협약에 의해 구축되었다. 그간 시험 관측 단계를 거쳐 현재는 한국, 일본은 물론 동아시아 지역 전체의 천문학자들과 공동 이용 중이다.

출처 : 한국천문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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