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품 비리 드러나자 경북도교육청 “문제 없다” 언론 대응
교육단체, “비리 엄중 처벌ㆍ재발 방지ㆍ비리 관련 공무원 업무 배제해야”

 

 

경북도교육청이 납품 비리 관련자 업무 배제나 부정부패 방지 대책에는 관심이 없고 비리 의혹에 대한 언론 대응만 골몰하는 모습을 보여 교육단체들의 비판을 받고 있다.

경북교육연대는 26일 경북도교육청에서 납품 비리 엄중 처벌 및 재발 방지 촉구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기자회견 개최 하루 전, 경북도교육청 소통담당관이 경북교육연대에 전화해 “경북교육연대가 제기하는 비리 의혹은 실제 비리가 아닌 것으로 확인했으니 기자회견을 하지 말아 달라”라는 말을 했다.

경북교육연대는 “비리 의혹뿐만 아니라 도교육청 사업담당자가 학교에 책임을 떠넘기는 잘못된 업무 관행을 지적하고 납품 비리 재발 방지 대책 수립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므로 계획대로 진행한다”고 답한 뒤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그런데 경북도교육청은 “추가 비리가 없는데도 경북교육연대가 기자회견을 개최했다”라는 취지의 언론 대응에 나서면서 교육단체들의 비판을 받게 된 것이다.

경북교육연대는 보도자료에서 대당 5백~6백만 원으로 총 10억 예산이 들어간 도서소독기 구입 사업과 대당 2백~3백만 원으로 총 6억~10억이 들어가는 생존 수영VR 구입 사업에 대해 의혹을 제기했다.

도서소독기 사업은 학교가 정보 부족으로 물품 성능을 모르고 잘못 구매해 1~2년 안에 창고로 가는 예산 낭비의 우려가 있다. 또 특정 업체의 물품을 추천받아 구매하는 비리 개입의 가능성이 있다는 게 경북교육연대의 주장이다.

생존 수영 VR 구입 사업은 수요조사도 하지 않은 채 사업을 추진한 고 학교에 강제 배당한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으며 수준 미달의 제품이라는 의견도 있다고 경북교육연대는 밝혔다.

경북교육연대는 두 가지 사업 모두 도교육청 사업담당자가 져야 할 책임을 학교에 떠넘기고 부정부패의 책임을 가리기 위한 것으로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다.

하지만 경북도교육청은 두 사업 모두 학교에 수요조사를 해서 진행한 사업이라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견해를 고수하며 언론 대응만 하고 있다.

한편, 경북교육연대 기자회견의 불씨가 된 경북도교육청의 마스크 보관팩 납품 비리는 도의원, 도교육청 소속 공무원이 브로커와 결탁해 2020년에 일어난 사건이다. 도의원, 도교육청 소속 공무원 등이 약속한 만큼 납품이 이루어지지 않아 손해를 보게 된 공급업체가 올해 제보를 하면서 비리가 알려지게 되었다.

제보에 의하면 마스크 보관팩 지원 사업은 코로나19 예방대책사업 예비비 5차 지원계획으로 추진되었다. 지난해 7월 17일 도교육청이 처음으로 마스크 보관팩 지원금을 교육지원청에 배정하면서 ‘7월 22일까지 물품 계약을 하라’ 했고 9월 13일에도 추가 배정하면서 ‘9월 21일까지 물품계약 완료하라’고 했다.

마스크 보관팩 공급이 긴급 사업이라 볼 수 없는데도 1주일 만에 계약을 완료해야 하므로 사실상 교육지원청이 특정 업체와 수의계약하도록 유도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는 상항이다.

경북교육연대는 도교육청 공무원이 도의원과 인맥을 형성해 승진에 혜택을 볼 목적으로 마스크 보관팩 납품 비리에 연루된 것이라 보고 있다. 공적 자금 집행 과정에서 개인의 이익을 위해 비리에 개입했으므로 금품 수수 여부와 관계없이 관련 공무원은 업무 배제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도교육청에서 근무하는 공무원들 사이에서도 “다른 시도교육청처럼 비리에 연루된 공무원은 직위해제로 업무에서 배제해 부패 척결 의지를 보여주어야 한다. 신속한 조사와 논의를 통해 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비리 연루 공무원에 대한 늑장 대처가 경북도교육감이 관여되었기 때문이라는 의혹도 있다. 집행 후 경북도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예비비의 특성상 경북도교육감이 예비비 집행에 대해 결재를 했을 것이므로 마스크 보관팩 사업을 몰랐을 리 없다는 이유에서다. 경북도교육감이 의심의 눈초리를 피할 방법은 비리 연루 공무원에 대한 신속한 업무 배제밖에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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