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 대구퀴어문화축제 본행사에서 성소수자인권을지지하는 외교관 모임 회원들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김연주

10일로 다가온 차별금지법 제정 국민동의청원 심사 시한을 앞두고 대구에서 퀴어문화축제가 열렸다. 이날 행사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2년 만에 전국에서 처음으로 오프라인 행사로 진행됐다.

6일 오후 2시부터 대구 중구 중앙로 대중교통전용지구에서 열린 제13회 대구퀴어문화축제 참가자 400여 명은 성 소수자 혐오·차별 반대를 외치며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했다.

대구·경북 44개 인권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한 제13회 대구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는 축제를 앞둔 지난 3일 기자회견을 열고 “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한 지 14년이 지났지만 평등사회는 멀기만 하다”라며 “21대 국회에서 4개 법안이 발의되어 있지만 국회에서는 논의조차 거부”한다고 비판했다.

또한, 국회가 차별금지법 법안 심사를 미루는 동안 △서울퀴어문화축제 법인 설립 불허, △사회적 가족지원 조례 심사 보류, △변희수 공대위 지하철 광고 불승인 등 성 소수자와 사회적 소수자 차별은 더욱 노골화됐다고 지적했다.

기자회견에서 조직위원회는 “대구퀴어문화축제는 성 소수자에 대한 혐오차별 반대를 넘어 삶의 현장과 사회에 존재하는 각종 혐오와 차별을 반대하는 목소리를 함께 담고 있다”라며 “행진을 통해 사회적 소수자인 우리를 긍정하고 우리의 존엄성을 힘차게 외칠 것”이라고 선언했다.

 

제13회 대구퀴어문화축제 퍼레이드가 시작됐다. 참여자들은 오후 3시, 중앙로를 출발해 공평네거리와 봉산육거리를 거쳐 출발 지점까지 약 1시간 동안 행진했다. 사진 김연주
사진 김연주
사진 김연주

이날 축제는 2시 본행사를 시작으로 거리행진과 무대 공연까지 약 3시간 동안 진행됐다. 차별금지법을 발의한 장혜영 국회의원과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등 종교사회단체, 성 소수자 모임 등 각계각층의 참여자들이 축제에 함께했다.

장혜영 국회의원은 “대한민국은 사랑하고 존경하는 레즈비언, 게이, 바이섹슈얼, 트랜스젠더, 인터섹슈얼, 모든 퀴어 시민들의 나라”라고 선언하며 “사회를 바꿀 힘은 여러분에게 있다”고 말했다.

차별금지법 촉구 평등길 행진에 이어 대구퀴어축제에 참여했다고 밝힌 아리 씨는 “혐오 세력이나 길 막음을 보면서 아직 성 소수자에게 안전한 나라가 아니구나 느꼈다. 성적 지향을 이유로 차별금지법 제정을 반대하는 걸 보면서 성 소수자도 장애인만큼 약자라는 생각을 했다. 차별금지법은 평등의 시작”이라며 “차별금지법이 꼭 제정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조직위원회는 코로나19 방역지침 준수를 위해 사전 신청자만 축제장 입장이 가능하도록 했다. 축제 무대 주변과 행진 코스 대부분 구간에 가설 펜스를 설치해 참가 신청자 외 인원의 축제 대열 합류를 제한했다. 성 소수자 혐오 집회가 행사장 주변에서 산발적으로 벌어졌으나 큰 마찰 없이 축제는 마무리됐다.

 

2021년 7월, 지하철 2호선 영남대역(경산) 광고판에 뜬 온라인퀴어퍼레이드 영상. 사진 김연주
사진 김연주

코로나19 확산으로 지난해와 올해 퀴어축제는 온라인 행사로 열렸다. 지난 6월 진행한 온라인 퀴어퍼레이드에는 3주 동안 약 3만 9천여 명이 참여했다. 퀴어퍼레이드 광고비 후원에 1425명이 동참해 2천만 원 모금을 달성했다. 서울, 대구, 부산 등 109개 광고판을 통해 온라인 퀴퍼 홍보가 이뤄졌다.

대구퀴어축제를 준비한 배진교 조직위원장은 “코로나19 상황에서 우리 목소리를 내고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 동료 시민들과 같이 퍼레이드를 하고 싶었다”라며 “대구 퀴퍼를 통해서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축제를 안전하게 잘 치러 낼 광장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조직위에 따르면 이날 축제 현장에는 인권지킴이 30명과 변호사가 배치되었다. 참가 사전 신청과 동행자를 고려한 그룹 배치 등을 위해 코로나19 이전보다 행사 준비 실무는 몇 배 더 늘었다고 밝혔다.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 피켓시위를 하는 사람들. 사진 김연주
행진단을 향해 한 시민이 ’하나님은 당신을 사랑합니다. 회개하고 예수님께 돌아오세요!‘라고 적힌 피켓을 들어 보이자 외국인 참가자가 손으로 문구를 가리고 있다. 사진 김연주
십자가와 손피켓. 사진 김연주

배진교 위원장은 코로나19 이후 차별에 대한 시민 인식 변화와 조직위의 방역 관련 치밀한 준비, 경찰의 협조와 참가자들의 방역지침 이행 등이 맞물려 축제를 평화롭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코로나19라는 특수한 긴 터널 지나오면서 차별이 소수자만의 일이 아니라 일상에서도 만날 수 있는 일이라 시민들이 인식하게 됐다. 작년에 국가인권위 국민 인식조사에서 국민 88.5%가 차별금지법에 찬성했다”라며 “종교적 이유로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것에 대해 시민들의 여론이 좋지 않다. 반대 집회도 있었지만, 안전하게 치러내야 한다는 목적에 따라 경찰이 협조했고, 안전하게 축제를 마쳤다”고 말했다.

한편, 2021 차별금지법 연내 제정 쟁취 농성단은 8일 국회 앞에서 농성 투쟁에 돌입했다. 차별금지법 연내 제정을 촉구하며 지난 10월 12일 부산을 출발해 500㎞에 이르는 행진 여정에 나선 미류, 종걸 활동가는 10일 국회 도착을 앞두고 있다.

 

퀴어퍼레이드에 참여한 장혜영 국회의원(왼쪽에서 세 번째). 사진 김연주
사진 김연주
대구퀴어축제 반대 시위가 곳곳에서 벌어졌다. 사진 김연주
퀴어퍼레이드 참가자들이 달구벌대로를 지나고 있다. 사진 김연주
퍼레이드를 마치고 무대에서 서울드랙퍼레이드 공연이 열렸다. 사진 김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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