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현골에서] 별의 도시
[보현골에서] 별의 도시
  • 정헌호
  • 승인 2021.11.13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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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정헌호

글쓴이가 살고 있는 집에서 본 약 50여 호의 아랫마을 밤 풍경이다.

사진의 야경 위쪽 밤하늘에서 많은 별을 늘 볼 수 있다. 도심에서 보이는 희미한 별을 상상하면 이곳의 별은 돌 전후의 아이들 눈망울처럼 선명하다. 그렇지만 욕심이 큰 때문인지 마을 밤의 불빛 조도가 낮다면 더 선명한 빛을 즐길 수 있을 것인데 하는 아쉬움은 늘 있다.

별을 우리 시대 낭만의 섬 제주 신화 <천지왕본풀이>에서는 이렇게 본다.

‘별은 천지 탄생 이후 가장 먼저 생긴 것이다. 세상의 처음은 암흑과 혼돈이었다. 혼돈에서 차츰 개벽의 기운이 감돌아 하늘에서 청이슬이 내리고 땅에서는 물이슬이 솟아올라 세상에 만물이 생겨났다. 그중 가장 먼저 생겨난 것이 별이었는데  동쪽에는 견우성. 서쪽에는 직녀성, 남쪽에는 노인성, 북쪽에는 북극성, 그리고 하늘 한가운데는 삼태성 등 별들이 자리 잡고 차츰 구름이 생겨 생기고 천황닭(天皇鷄)이 울면서 먼동이 트기 시작하였다. 이어서 옥황상제가 해와 달을 보내 광명 세상이 되었다. 이처럼 별은 일월보다 먼저 존재한 광명의 씨앗으로 빛을 표상한다.’

 

빅뱅의 제주판이다.

별에 대해 문외한인 글쓴이도 무병장수를 상징하는 북두칠성과 중학시절 과학시간에 들은 카시오페이아 정도는 풍월로도 읊을 수 있으며, 북두칠성과 카시오페이아를 이용하여 북극성 정도는 찾을 수 있다.  별을 가까이하는 마을에 살기 때문일 것이다.

 

‘북두칠성 자루 쪽 일곱번 째 별을 천관파군성(天關破軍星. 수명장수의 상징)이라고 한다. 이 별이 여섯 번째 별과 짝을 이룬 것이 북두칠성의 자루를 뜻하는 두병(斗柄)이다. 이 두병이 절기에 따라 위치한 자리로 월을 알 수 있다고 하여 고천문학자들은 우주의 시침(時針)으로 여겼다고 한다.’

두병 중 끝의 별, 즉 일곱째 별 ‘알카이드’는 지구로부터 101광년이 떨어져 있다. 오늘 우리의 눈에 들어온 ‘알카이드’는 대략 100년 전 이 땅의 민초들이 들불처럼 일어나 만세를 외친 삼일 독립투쟁이 있었던 해에 출발한 과거의 별빛을 우리는 보고 있다.

먼 우주를 보는 것은 과거의 유령을 보는 것일 수도 있다.

 

‘창백한 푸른 점(Pale Blue Dot)’, 1990년 보이저호가 찍은 지구. 사진 출처=NASA

40여 년 전 태양계 탐사를 목적으로 발사된 보이저 1호는 지구로부터 59억 Km를 날아서 해왕성과 해왕성의 위성 ‘트리톤’ 탐사를 마쳤다. 그리고 태양계의 바깥인 성간 우주로 나가기 전 천문학자 ‘칼 세이건’와 천문학자들의 주장으로 보이저호는 카메라를 태양 방향으로 돌려 지구 사진을 찍었다.  사진에는 6만 4천 개의 점으로 이루어진 별들 사이에 먼지 하나 크기로 찍힌 지구의 푸른 모습이 찍혀 있다. 그래서 이 사진의 제목이 ‘창백한 푸른 점’이다. 지구를 비롯한 태양계의 여러 행성을 찍은 <태양계 가족사진>이 인류 사이에 회자된 적이 있었다. 더 넓은 우주에서 지구가 차지한 비중이 먼지 하나로 표현될 정도의 미미한 존재인데 그  지구에 얹혀사는  우리 인간이 지구의 모든 사물을 홀대하는 오만함을 어찌할 것인가?  지난 해 고인이  되신  <녹색평론> 김종철  선생의  화두, ‘성장 경제의  모순에서  벗어나  순환 경제 체제로 가야 한다’라는  명제를  다시금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별의 도시 영천 그중에서도 천문대 아래에 위치한 마을의 야경이 이처럼 화려해도 되는 것인지 객쩍은 생각도 해본다. 시정의 하나로 “별의 도시”라고 부지런하게 홍보를 하며 온 시내에 관공서나 관련 건물에, 공용문서에 시 엠블럼으로 별을 넣고 호들갑을 떠는 것이 과연 타당한 것인지 생각도 해본다. 실천이 따르지 않은 형식에 얽매인 자본주의의 폐해를 보는 것 같아 속이 불편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흔한 야경 사진에서 글쓴이의 다른 관점을 주저리주저리 중얼거려 본다. 이토록 작은 문제 하나에 얼키설키한 단상이 지방 도시 영천시 정책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단초가 되어 부정적인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나의 믿음이 부족하여 그러하겠지’ 하는 생각도 해본다.

주민들의 집 창문으로 비치는 불빛까지야  간섭을 할 수 없겠지만 적어도 마을 가로등에는 갓을 씌우고 조도를 낮춘다면 맨눈으로도  수많은 이야기를 간직한 또랑또랑한 별들을 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러한 것이 별의 도시에 걸맞은 처사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우리 만원 지폐 도안에 있는, 사람 눈보다 400만 배 밝은 국내 최대 1.8m 천체 반사망원경의 마을, 보현산 천문대 아랫동네에서 더 별을 잘 볼 수 있는 조건이 형성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행정 집행자들의 미진한 안목에 아쉬움이 있다. 안목은 있는데 예산의 많고 적음을 탓하시려는가…….

 

 

* 자료 참고 : 한민족 상징 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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