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소멸지역 양육자로 살아가기] 9. 인구소멸지역 양육자의 두려움
[인구소멸지역 양육자로 살아가기] 9. 인구소멸지역 양육자의 두려움
  • 내리리 영주
  • 승인 2021.11.17 16: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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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에 아이들 배웅하고 집에 돌아와 제일 먼저 한 일은 지구본 ‘공구’이다.

알람 신청을 해둔 인스타그램 계정에 지구본 공구 알림이 떴고, 품절이 되기 전에 얼른 결제했다.

며칠 뒤에 지구본이 택배로 올 것이다.

인터넷을 켠 김에 즐겨가는 커뮤니티 몇 군데를 둘러보고, 익숙한 닉네임의 글에는 댓글도 단다.

어제는 zoom으로 진행되는 교육이 있어, 오전 내내 머리에 쥐가 내리도록 공부했다.

한 달에 두세 번 이상 구미와 대구로 볼일을 보러 간다. 직접 보고 사야 하는 물건이 있거나, 아이들 병원을 가거나, 지인을 만나기 위해서 다른 지역으로 간다. 원하면 아마존에서 물건을 살 수 있고, 대구 국제공항도 차로 40분이면 가는 거리에 있다. 운전해서 30분~1시간 이동하면 대도시의 인프라를 모두 누릴 수 있다. 그걸 누릴 경제력이 없을 뿐이다. 거주지의 문제는 아니다.

세계로 열려있는 인터넷과 운전이면, ‘인구소멸지역’이라는 구분은 나에게 크게 의미가 없다.

 

ⓒ내리리 영주

양육자의 입장에는 여러모로 두렵다.

첫 번째 두려움은, 상호작용을 통해 익혀야 할 사회성에 결손이 크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아이들은 새 학년이 되어도, ‘올해는 누구와 같은 반이 될까?’ 설렐 일이 없다. 변화는 오로지 누군가 학교를 떠나가는 일이다. 유년기 청소년기에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여러 가지 차이가 있어도 함께 공부하고 함께 놀고 함께 급식을 먹으면서 품을 넓혀가는 것인데, 그럴 기회가 없다. 이 부분을 가정에서 보조하려 해도, 이 년째 코로나로 캠프나 여행도 어려웠다. 오로지 가족과 학교에서 만나는 친인척 같은 친구들이 상호적 관계의 전부이다. 그 관계에서 안정적으로 잘 지내는 것이 너무 감사하지만, 양육자인 내 마음에 ‘나중에 아이들이 더 너른 세상에 나아가서 적응을 못 하면 어쩌나’하는 두려움이 있다.

 

두 번째 두려움은, ‘비관하는 마음’이다.

더러 ‘군위가 그렇지 뭐/군위는 안돼/군위에서는 하던 대로만 해야지.’ 라는 말을 듣는다.

여러 영역에서 이와 같은 비관하는 말을 들을 때면, 알게 모르게 아이들에게 그 에너지가 스며들까 봐 두려움 마음이 일어난다. 군위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인구소멸지수(65살 이상 대비 20~39살 여성 수 비율)’가 가장 높아 전국에서 소멸위험도가 가장 높은 곳으로 꼽혔다. 뉴스에서 도표로 정리된 소멸위험도에서 가장 새빨간 곳이 내가 사는 곳이다. 조사는 조사일 뿐이지만, 하나의 메시지가 되어 사람들을 무기력하게 하는 게 있는 것 같다. ‘굳이’ ‘애써’ 자치모임을 꾸리거나, 기존의 관행을 바꾸려는 흐름이 놀랍도록 없는 편이다.

 

ⓒ내리리 영주

나는 양육자로서 아이들이 좀 더 다양한 사회적 관계를 맺기를 바라고, 세상에 대해 낙관적인 마음을 가질 기회를 얻길 바라는 마음이 있다. 그래서 같은 마음인 양육자분들과 학부모회 활동을 좀 적극적으로 해보기로 했다. 마침 2020년에 ‘경상북도교육청 학교 학부모회 설치·운영에 관한 조례’가 제정되어 이에 따라 여러 활동을 시도해 볼 수 있었다.

가장 먼저 학부모 공부 모임을 열었다. 삼국유사의 고장이니, 삼국유사와 관련된 책을 한 권 읽어 보자고 하여 이양호 선생님이 새로 엮은 ‘만만파파식적과 간 뜯어 먹히는 용’을 함께 읽었다. ‘삼국유사’라는 책 제목만 알다가 단군신화를 포함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구체적으로 알게 되니, ‘삼국유사의 고장’이라는 지역 이미지가 자랑스럽게 느껴진다는 소감을 나누었다. 삼국유사를 읽다 보니, 역사를 너무 모른다는 것을 깨닫게 되어, 올해는 함께 ‘한국사 편지’를 읽고 있다. 집안일하고 생업에 바빠 역사는 드라마로만 접한 지 오래되었는데, 모임을 통해 역사적 사건을 접하니 신선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시험 치려고 외울 때는 지겹기만 한 역사였는데, 이만큼 살고 역사를 보니, ‘사람 사는 이야기구나.’하며, 자연스럽게 개개인의 일상이나 뉴스에 나오는 사회문제 등도 나눌 수 있게 되었다. 모임의 이름은 ‘기린숲’이다. 일연 스님이 머무르셨던 인각사에서 ‘기린’을 따오고, 비폭력의 상징인 기린처럼 평화를 사랑하는 어른들이 숲을 이뤄 아이들을 함께 기르자는 마음을 담았다. 한 달에 한 번 서로 연결되어, 공부와 마음을 나누다 보니, 앞에 말한 두려움들이 더 커지지 않는 효과가 있어, 앞으로도 계속 진행될 예정이다.

 

ⓒ내리리 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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