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하바 알 쿠츠 #1] 예루살렘에서의 첫 학기, 표현의 자유 침해 사례를 목격하다.
[마르하바 알 쿠츠 #1] 예루살렘에서의 첫 학기, 표현의 자유 침해 사례를 목격하다.
  • 희동
  • 승인 2021.11.30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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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이어질 마르하바 알 쿠츠 시리즈에서는 제가 예루살렘에서 이스라엘 점령 반대 운동에 참여하며 보고 느낀 경험들을 담아내고자 합니다. 연재가 가능한 글쓰기 방식을 고민하다 보니 예루살렘에 대한 기술적인 묘사보다는 제 경험을 기반으로 1인칭 주인공 시점에서 글을 쓴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같은 맥락에서, 이 글은 7개월 동안의 저의 개인적인 예루살렘 체류 경험을 바탕으로 쓰였으며, 한정되고 특수한 집단과 교류하였다는 점에서 팔레스타인 집단이나 유대인 집단 전체에 일반화되어 적용되기 어렵다는 점을 말씀드립니다.

 

2018년 10월 초, 예루살렘에서의 가을학기가 시작하기 며칠 전, Haaretz1는 한 미국 학생의 입국 불허 사건을 보도하였다. 팔레스타인 난민 3세대인 ‘라라 알카즘(Lara Alqasem)’이라는 학생이 예루살렘에 있는 대학원에 입학할 예정이었으나 입국 과정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BDS2(보이콧, 투자 철회, 경제제재) 운동에 참여한 경력이 있다고 확인되어 입국이 금지되었다는 소식이었다.

교환프로그램을 오기 직전 나는 학교에서 퀴어페미니즘 강연을 주최하였다는 이유로 징계위원회에 회부된 적이 있었다. 4개월을 넘게 징계위원회에 대항하여 표현의 자유, 양심의 자유, 종교의 자유, 학문의 자유를 근거로 스스로를 변호해야 했다. 합법적으로 비자를 받고 입국한 외국인이 단지 사상을 이유로 불이익을 받은 이 사건은 나에게 남 일 같지 않았다. 학내 행정절차 및 허가에 따라 강연을 주최하였음에도 강연 당일에 내용을 근거로 강연 취소를 종용 받았던 나의 사례와 너무나 닮아있었다.

학기가 시작되었고 한 세미나 수업에서 교수님은 해당 수업을 신청한 학생 한 명이 입국 금지가 되어 함께하지 못하게 되었다는 아쉬운 소식을 전하셨다. 중동의 유일한 민주주의 국가라고 자부하는 국가에서 활동가 블랙리스트를 가지고 있다는 것 자체로 이미 이 사건은 나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그런데 그 학생이 더욱이 법학부 소속이고 같은 수업을 듣는 학생이라니! 이 사건을 더 깊이 파헤치고 지속적으로 사건을 팔로우해야 할 동기가 생겼다. 출입국관리소에서 참고하였다는 사설 단체의 블랙리스트가 과연 어떤 것이고 이것이 국가의 행정처분 근거로 쓰일 수 있는지부터 알아보았다.

 

▲ 라라를 블랙리스트에 올린 근거로 캐너리 미션이 수집한 자료 중 일부. 이스라엘의 군사점령을 지지하는 Sabra 기업을 보이콧하는 내용. 
▲ 라라를 블랙리스트에 올린 근거로 캐너리 미션이 수집한 자료 중 일부. 아랍, 팔레스타인 문화 교류 행사. 사진 출처: 캐너리 미션

결과는 놀라웠다. 해당 단체는 ‘캐너리 미션(Canary Mission)’이라는 운영자가 불분명한 단체로 미국 대학과 시민단체 내에서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집단 또는 개인에 대한 블랙리스트를 작성하여 공개하고 있었다. 캐너리 미션은 팔레스타인의 급진적 정당(PFLP, 팔레스타인 해방대중전선)들을 지지했다는 이유로 활동가, 학생, 교수를 ’테러를 옹호하는 집단, 테러리스트’로 단정 지으며, 이스라엘의 인종차별적인 정책을 비판하는 것은 ‘반유대주의’로 손쉽게 포장하고 있었다. 운영자가 수년째 밝혀지지 않은 단체에서 자의적이고 주관적인 해석으로 만든 블랙리스트가 한 국가의 행정처분의 근거로 사용될 수 있다는 사실은 내가 21세기에 살고 있는지를 의심하게 만들었다.

이뿐 아니라 캐너리 미션은 갓 대학을 졸업한 학생활동가들에게 불이익을 주려는 목적으로 블랙리스트를 미국의 기업들에 전달해왔다. 그들은 명단에 오른 사람들이 미국, 이스라엘 그리고 유대인을 위협하는 반유대주의자이며 고용되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운동 목표를 보란 듯이 홈페이지 전면에 배치할 수 있다는 것도 놀라웠다. 미국이 아무리 혐오 표현에 대한 법적 제재를 조심스럽게 여긴다고 하지만 그 대가는 너무 심각했다. 사실이 아닌 정보들이 캐너리 미션을 통해 국내외로 유포되었으며, 이로 인해 개인들은 구직과 이동에 있어서 심각한 불이익을 받고 있었다. 이 모든 것이 가능하려면 개인의 얼굴 사진과 개인의 관심사, 소속 및 활동정보들이 필요한데, 이러한 사적 정보를 페이스북, 지인, 감시 등을 통해 수집하여 온라인 사이트에 공개하는 등, 초상권 침해와 사생활 침해를 일삼는 것은 말할 것도 없었다.

 

▲ 2018년 당시 캐너리미션의 홈페이지 전면 소개글 및 캐치프레이즈. 오른쪽에는 “오늘의 급진주의자들에게 내일의 직장은 없다”라고 쓰여있다.

라라의 입국 금지 사건에 대항하여 이스라엘 시민단체들은 행정처분 무효 소송을 진행하였고 국제적인 관심이 모아진 만큼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하여 사건은 빨리 진행되었다. 3심 대법원에서 사건이 다루어지기까지 이 모든 과정이 2주 안에 이루어졌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이었다. 대법원의 심리가 있기 전 내가 수학 중이던 대학의 법학부는 상고 의견에 공식적으로 동의를 표하였고, 주미이스라엘 대사관을 통해 합법적으로 주어진 비자를 단지 사상을 근거로 무력화시키는 행위는 민주주의를 위협한다는 의견을 냈다.

최종적으로 대법원에서 상고가 받아들여지기까지 라라는 이스라엘에 대한 BDS 운동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인정해야 했다. 대법원은 라라가 활동한 SJP3(Student for Justice in Palestine, 팔레스타인 정의 학생연대) 단체는 10명 미만의 작은 집단이었으며, 학부 시절 활동 이후 이스라엘에 입국하기까지 공백 기간이 길기 때문에 출입국법상 입국 금지 요건인 “BDS 운동에 적극적이고 지속적으로 가담하였으며 이 운동에 핵심적인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여 입국 금지 처분을 무효화하였다.

라라가 입국허가를 받은 날 저녁, 나는 자주 가는 카페에서 라라의 승소 기사를 읽고 있었다. 그러던 중 익숙한 얼굴을 볼 수 있었다. 라라였다. 나는 라라의 승소를 축하하고 앞으로 수업을 같이 듣게 될 것이라고 인사하고 자리에 앉았다. 라라가 입국을 하여 함께 공부할 수 있다는 것이 무척 반가웠다. 그러나 문제의 핵심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는 찝찝한 느낌이 떠나지 않았다…

 

▲ 예루살렘 시청 맞은편 골목에 위치한 Imbala 카페. 이곳은 예루살렘에 기반을 둔 점령 반대 운동 활동가들의 아지트이며 카페 수익으로 지역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출처: Imbala 페이스북

문제의 핵심이었던 이스라엘의 입국법은 “적극적이고 지속적이며 핵심적인 역할”을 한 BDS 운동 주요 인사에 대한 입국금지를 법적으로 정당화하고 있다. 누군가는 이것이 국가의 주권이며, 역사적으로 반유대주의의 피해를 입은 국가로서 할 수 있는 정당한 자기방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 출입국관리소가 운영자조차 밝혀지지 않은 일개 사설 단체에 의해 작성된 블랙리스트를 기준으로 입국허가 여부를 판단한다는 것은, 개인의 표현의 자유와 이동의 자유가 자의적인 판단으로 쉽게 침해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온라인으로만 존재하며, 운영자를 비공개하고 있으며, 불법적인 방식으로 정보를 수집 및 공개하고 활동가들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조장하는 캐너리 미션의 블랙리스트를 한 국가기관이 행정처분의 근거로 사용하는 것은 분명 문제적이었다.

문제는 라라 한 사람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었다. 팔레스타인 난민 2, 3세대들은 가족의 일부가 서안지구에 있는 경우가 많고, 가족연합이나 여행을 위해 서안지구에 방문을 하려면 이스라엘 벤구리온 공항을 거쳐야 한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입국법에 따르면 이들은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것만으로도 가족들을 만날 기회를 박탈당하게 된다. 이 법과 출입국관리소의 관행이 지속되는 경우, 이미 많은 사람이 미디어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강제 출국을 당하였을 것처럼 또 다른 피해자가 양산될 것이 분명해 보였다. 당시 언론 수업을 듣고 있던 나는 이 문제를 가지고 기사를 쓰기로 결심하였다.

 

이후 이어서…

 

 

글 / 희동. 대학에서 학내 청소노조 연대 활동을 하였습니다. 현재 팔레스타인 평화연대에서 자원활동가로 함께하고 있습니다.


1) 이스라엘의 진보 언론사

2) BDS(Boycott, Divestment, Sanction)은 이스라엘의 군사점령 및 인종차별을 종식시키기 위해 팔레스타인 시민사회에서 2005년에 시작되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비폭력 저항운동. 보이콧으로는 이스라엘 내에서 이루어지는 학술, 문화행사에 대한 보이콧, 그리고 이스라엘의 군사점령지를 후원하거나 직접적으로 군사점령지에 물건을 조달 및 판매하는 기업의 제품을 보이콧하는 방식이 있음. 투자철회로는 위의 기업과 관련된 투자를 기업 차원에서, 국가 차원에서 철회하는 것이며, 제재는 국가적 차원에서의 통상제재 등과 같은 경제적 제재를 의미함. (팔레스타인 평화연대X서울인권영화제 BDS 실천가이드북 참고)

3) 북미권 대학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팔레스타인 연대 단체. 2019년 기준으로 약 200개의 북미권 대학에 SJP 지부가 있을 정도로 규모가 큰 대학내 운동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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