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소멸지역 양육자로 살아가기] 10. 소멸을 바라보며 산다.
[인구소멸지역 양육자로 살아가기] 10. 소멸을 바라보며 산다.
  • 내리리 영주
  • 승인 2021.11.30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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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리리 영주

4년 전에 이사 왔을 때, 마을회관 건너편 밭에는 마늘과 양파가 가지런히 심겨져 있었다.
비닐 멀칭이 단단하게 둘러져 있었고, 마늘과 양파 둘레에는 빛깔이 고운 여러가지 꽃도 잘 가꿔지고 있었다.
2층 집 어르신은 다리가 불편하다고 하셨는데도, 매일 그렇게 밭과 논을 돌보셨다. 그러나 어느 날 갑자기 병원에 장기 입원을 하셨고, 퇴원 후에는 두 어르신이 손을 꼭 잡고 매일 운동을 하셨다.
그리고 어느 날 할아버지께서 먼저 하늘나라로 가시게 되었다.
이후에 마을회관 건너편 밭은 온갖 들풀들의 땅이 되었다.
매일 자전거를 타시던, 정미소 앞집 어르신도 재작년에 돌아가셨다.
그 어르신은 자전거를 타시다가 넘어져 일어나지 못하는 것을 내가 발견하여 일으켜 드린 적이 두 번 있었다. 그런 일이 있어 그런지, 어르신이 오늘도 안전하게 자전거 산책을 다녀오셨는지 늘 궁금했다.
어느 날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으니 마음이 많이 먹먹했다.

 

매일 어르신들을 본다. 한 계절이 지날 때마다 어르신들의 노화가 눈에 보인다.
아이들이 자라는 속도에 비하면 느리지만, 아이들이 자라는 것과 어르신들의 사그라드는 기운을 나란히 바라보게 되니, 저절로 인생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아! 나는 늙고, 죽겠구나.
알고 있었지만, 매일 실감한다.
여기가 시골이라서, 인구소멸지역이라서 가장 좋은 점은 바로 이것이다.
끝이 있다는 것을 체감하며 살 수 있다.

 

그래서, 지금 살아있는 것이 참 귀하다. 사람 수가 워낙에 적다 보니, 이런저런 차이들로 시비를 가리고 싶은 마음이 별로 없다. 어지간한 차이라도 함께 갈 방법을 찾게 된다. 가끔 동네에 새로 지어지는 집에 생기면, 그 자체로 너무 신기하고 재미있다. 공사현장이라 시끄럽고 불편하다는 생각보다는 구경할 게 생겨 반갑다. 우리 식구가 이사 왔을 때 받은 환대가 그런 기운이었을 것이다.

 

ⓒ내리리 영주

지난 8월 감사원도 2047년이면 전국의 모든 시·군·구가 소멸위험지역에 들어가게 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세종시 포함 229곳). 이 보고서 역시 이 부연구위원의 소멸위험지수 기준을 이용했는데, 2047년엔 전체 시·군·구의 68.6%인 157곳이 소멸고위험지역에 포함되고, 그 비중은 2067년, 2117년엔 각각 94.3%(216곳), 96.5%(221곳)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이 부연구위원은 “(소멸지수 0.5~1.0인) 소멸위험 진입 단계는 경고 정도 의미라면, 20∼39살 여성인구가 65살 이상 고령인구의 5분의 1도 안 되는 소멸고위험 지역은 지역소멸이 현실화하는 단계로 봐야 한다”며 “읍·면 단위 농어촌 낙후지역에서 나타나는 소멸고위험 단계가 시·군·구 수준에서도 크게 늘어난다는 것은 지방 쇠퇴가 생각보다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지방소멸은 더 이상 농어촌 낙후 문제가 아니다. 지금은 웬만한 중소도시에서도 인구 감소로 인한 사회·경제적 문제들이 현실화되고 있으며 30년 정도 뒤에는 국가적 수준의 문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마을 사라지는 속도 빨라져…군위·의성·고흥 순 ‘최악’” 

https://english.hani.co.kr/arti/area/chungcheong/1015511.html#csidx153703d650c6f0897376159720aa1bd

위의 기사에 따르면 인구소멸지역이 점점 더 늘어날 전망이다.
내가 60대가 되면 전국에 70% 가까이가 인구소멸위험지역이 된다는 것이다.
뉴스에서는 이 지역에 약국도 없다, 병원도 없다하면서 없는 것만 잔뜩 늘어놓으면서 사람 살 곳이 못 되는 것처럼 말하지만, 나는 나름의 장점과 재미를 찾아 살아가고 있다.
양육자라는 역할 때문에 지역을 위한 활동을 해볼까 고민하고 행동하기도하고
인간의 생애주기를 가만히 바라보며 통찰을 얻기도 한다.
덜 관리된 자연을 직접적으로 만나며, 오히려 문명의 위대함을 느끼기도 하고
사람을 가리지않고 귀하게 생각하는 마음이 싹트기도 했다.
나의 경제력으로는 지금도 60대에도 도심에 살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리고 그에 대한 선망도 없다.

 

이미 심리적으로 정서적으로 여유있게 사는 기쁨을 맛보았다. 다만 양육자로서 아이들이 문화적으로 고립될까하는 두려움은 있다. 인터넷이 세계로 열려있는 이 시대에 적절한 고민인지 모르겠다. 나도 옛날 사람이라 ‘대도시에 대한 선망’이 있어 생긴 두려움일 것이다.

 

앞으로는 비슷한 조건의 지역에 사는 양육자들을 만나 내가 고민하는 것들을 나눠볼까한다. 공감의 시간을 갖고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어쩌면 재미있는 일들이 만들어질지도 모르겠다.

 

꽃이 진 자리에 열매가 맺는다. 열매가 떨어진 자리에 새싹이 난다.

소멸은 끝이 아니다.

사그라든 자리에 무엇이 새로 피어날지는 그때가 되어봐야 안다.

 

ⓒ내리리 영주
ⓒ내리리 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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