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2017년 11월 포항 지진 이후 장애인들은 본격적으로 장애인 생존권을 외치며 24시간 활동지원서비스를 포항시에 요구하기 시작하였다. 활동 지원정책은 장애인에게 생명과도 같다. 그동안 야간시간에 고립되어온 최중증 독거 장애인은 최소한의 안전과 자립 생활을 위해 24시간 활동지원이 간절히 필요하였다. 돌봄의 책임을 가족이 짊어져야 하는 상황에서 이 정책은 당사자뿐만 아니라 가족의 생명까지 살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혼자서 살아가는 최중증장애인은 지원이 끊기는 야간시간을 오롯이 혼자서 버텨왔다. 고립되어 온 것이다.

 

▲ 장애인 활동지원 24시간 보장 요구 선전전에서.

그때 기초자치단체 지원으로 24시간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를 시행하는 지역도 있었지만, 포항시는 보건복지부 지침만을 따르고 있었다. 보건복지부(국가)에서 지원하는 활동 지원 시간은 당시 최중증 독거 장애인에게 최대 391시간이었고, 경북에서 90시간을 추가 지원하여 총 481시간이 전부였다. 하루 15시간 정도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활동지원사가 퇴근한 야간시간에는 물 한 모금 마실 수 없고, 긴급상황이 발생해도 도움을 요청하지 못하는 아주 위험한 시간이었다. 신변처리조차 할 수 없어서 대소변을 본 채로 지원사가 오기까지 기다려야 되는 너무나도 비참한 일상이 재난 같은 시간이었다. 이런 현실을 버티지 못하거나 가족에게 짐이 된다는 생각에 많은 중증장애인이 선택의 여지도 없이 수용시설이나 요양병원행을 결정하였다.

2020년 6월 30일 420장애인차별철폐포항공동투쟁단(이하 420포항공투단)은 “포항시 장애인 정책 규탄” 집회를 열고 무기한 천막농성에 들어갔다. 그 결과 포항시는 그해에 7명, 2022년까지 13명에게 24시간 활동 지원을 하기로 약속하였다. 대상자 13명의 선정 기준은 당시 포항지역에서 3년 이상 거주 중인 만 65세 미만 최중증 독거 장애인이었다. 포항시노인장애인복지과 담당자들은 포항시에 거주하는 장애인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예산 부족과 정책에 반대하는 이들의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420포항공투단과 함께 경북 최초로 24시간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 정책을 만들어 냈다. 그 결과 지금까지 경북에서 가장 많은(10명) 장애인이 야간 시간 활동지원을 안전하게 이용하고 있다. 또한, 최소 10명 이상의 활동지원사 일자리가 창출되어 선순환적인 효과까지 얻고 있다. 내년에 3명을 추가로 지원할 계획이다.

 

▲ 2020년 포항시청 앞 천막농성장.

서비스를 이용하는 장애인은 최소한의 안전을 보장받으며 자립 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급하게 만든 정책이기에 개선할 점 또한 분명 존재한다. 정신적 장애와 고령장애인 배제, 그리고 포항시 거주 기간 등의 제한은 필요한 사람에게 지원하는 인권적인 측면보다 예산에 맞추는 선 긋기의 조항이기에 앞으로 개선해야 할 숙제이다. 이러한 문제로 포항시는 그동안 신청 홍보에 소극적이었다. 조건에 들어가는 만 65세 미만 최중증 독거 장애인에게만 중개기관을 통해 문자를 보내 신청을 받아왔기에, 이런 정책이 있는 것을 모르는 당사자와 가족이 많았다. 중증의 장애와 건강이 악화한 고령장애인을 대상에서 배제하는 점은 개선이 시급한, 아주 중요한 문제 중 하나였다.

포항시는 올해 8월, 24시간 이용자 중 1명이 건강 악화로 별세하자 추가모집을 하였고, 5명이 신청한 가운데 만 65세 이상인 당사자를 선정하였다. 만 65세 이상이 되어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에서 노인장기요양서비스로 전환되었지만 시설에 입소하지 않고 자립 생활을 이어가는 장애인은 포항지역 장애인 약 2만 7천 명 중 3명이다. 많은 고령장애인이 자립 생활을 포기하고 시설에 입소하였거나, 버티지 못하고 사망했을 것으로 추측한다. 전국 장애인 단체의 끈질긴 투쟁으로 작년에 보건복지부는 나이가 만 65세가 되었어도 장기요양서비스로 전환하지 않고 활동 지원을 이어가며 자립 생활을 할 수 있도록 구제하였다. 포항지역에서 구제받은 3명 중 1명이 이번 24시간 추가모집 대상자에 선정되었다.

 

▲ 김00 씨는 65세라는 이유로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에서 노인장기요양서비스로 전환되었다가 2020년 활동지원서비로 구제받았다. 김 씨는 올해 포항시 24시간 활동지원에 선정됐다. 사진 김성열

이번 선정에서 포항시가 지원 대상을 고령장애인까지 확대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복지부 지침만을 따르던 포항시가 활동 지원이 필요한 사람에게 자체적으로 서비스를 지원하는 능동적인 방향으로 변화하였다. 지역 시민의 안전과 권리를 지키고, 정책 개선이 필요한 부분은 바꿔나간다는 의지도 담겼을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내년 초(1월) 포항시는 24시간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에서 3명을 더 선정한다. 지원대상자가 고령장애인까지 확대된 만큼 지원 예산을 절대적으로 늘리고 개선점을 보완하여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많은 시민이 안전한 자립생활권과 생존권을 보장받길 바란다. 포항시가 누구도 홀로 남겨두지 않는 복지정책을 펼치길 기대하며, 이번 대상자 선정에 환영을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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