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보기의 미학" 포스터 이미지
<영화 보기의 미학> 포스터 이미지

1_ 영화, ‘다르게 보기’

 

영화를 보는 데 특별한 과정이나 절차가 필요한지 항상 논란이 따른다. ‘영화를 보는 행위’에 대해 각자가 갖는 성격 규정이 차이나기 때문이다. 영화를 시간 때우기, 즉 ‘킬링 타임’ 용도로 간주하지 않더라도 번잡한 일상에서 찰나의 휴식 혹은 탈출로 활용하는 이들에게 골치 아프게 영화를 보기 위해 또 머리를 싸매거나 설명을 들어야 한다거나 하는 주문은 비호감이 되기 딱 좋은 소리다. 하지만 영화를 통해 현실의 고민을 풀거나 승화해내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새로운 지적 탐구와 모색의 공간이 되기도 한다. 영화 속에 담긴 현실의 압축 또는 모사는 이 경우에는 세상을 이해하기 위한 창구이자 시험의 장으로 변신하곤 한다.

한때 딱딱한 사회과학 이론서 대신 영화에 담긴 의미와 배경, 구조를 통해 지적 훈련을 대체하는 유행이 퍼지기도 할 만큼 영화 보기라는 행위는 다양한 시도와 방법론으로 활용되어왔다. 하지만 어느덧 이제 영화 평론의 시대는 저물었다고 사람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확실히 영화 매체와 전문평론가의 영향력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축소된 상태다. 그 자리를 유튜버들의 10분 전후 영화 리뷰와 평점 사이트가 대신하기 시작했다. 변화의 속도는 빠르고 그 폭은 드넓다.

이런 상황을 안타까워하는 이들도 적잖다. 하지만 영화를 논하는 새로운 조류가 그동안 평론계가 다루지 않아 온 영화들의 다양한 경향과 묻혀 있던 작품들을 언급하는 긍정적 영향력의 형성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와 함께 과거와는 양적으론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영화에 대한 담론과 그 영향력이 늘어난 것도 감안해야 한다. 과거의 고정된 담론을 넘어 백가쟁명의 다양한 방식으로 전환하는 과도기인 셈이다.

새로운 시대의 영화비평 방식에서 두드러지는 경향은 역시 텍스트에서 영상 위주로의 변화, 그리고 하나의 ‘정전’이 아닌 친절한 ‘가이드’로 개별의 감상을 지원하는 형태로의 이동이다. 이제는 넘쳐나는 유튜브 영화 리뷰 덕분에 익숙해진 영상비평에 색다른 라인업이 하나 추가되었다. 넷플릭스가 직접 제작한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영화 보기의 미학>이 바로 그 새로운 시도다.

 

"영화 보기의 미학" 스틸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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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_ ‘극장의 적’ OTT가 만든 본격 친절한 영화해설서

 

이 작품, <영화 보기의 미학>은 상당히 의미심장하다. 현대 대중음악이 음반을 듣는 행위에서 다양한 공감각적 퍼포먼스를 즐기는 행위로 변화하는 ‘징후’의 상징으로 떠올랐던 MTV의 탄생이 영화에서 재현되는 느낌이다. 극장 개봉 위주의 기존 영화산업을 위협하는 강적으로 적대시되어온 OTT, 그 대표주자인 넷플릭스가 ‘영화 보기’ 담론에 대해 꽤나 본격적인 행보를 보이기 때문이다. 현재의 복합상영관이 다양한 영화를 관객에게 소개하겠다는 본래 주장과 달리 ‘천만 영화’ 탄생에 집중되어 오히려 선택 폭을 제약하는 현실에 대한 카운터펀치 격이다.

본 시리즈 총괄 프로듀서로 <세븐>, <소셜 네트워크>, <나를 찾아줘>로 잘 알려진 명감독 데이빗 핀처를 기용한 것만 봐도 그렇다. ‘거장’ 칭호를 받는 현역 감독들 중에서도 데이빗 핀처는 유독 OTT 서비스에 전향적인 태도를 취해 왔다. (관심 있는 이들이라면 <인셉션>과 <인터스텔라>의 크리스토퍼 놀란과 핀처의 관련 논쟁을 찾아보면 좋겠다) 그가 책임지고 제작한 <영화 보기의 미학>은 대체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까.

시리즈는 총 6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다. 개별 편당 20분 전후의 간략한 분량이다. 매회 영화평론가와 프로듀서, 블로거들이 돌아가며 해설을 맡는다. 1편 <상어와 함께한 여름>, 2편 <복수의 윤리학>, 3편 <그 남자, 맘에 안 들어>, 4편 <매력의 이중성>, 5편 <영화 대 텔레비전>, 6편 <욕설에 숨은 심오한 진실>로 구성되는 각 에피소드마다 중심축 되는 개별 작품이 있지만, 그 외에도 고전부터 현대에 이르는 명작이 잔뜩 예시로 언급된다. 영화애호가라면 탄성을 지르며 빠져들게 할 시각적 향연이 화면 가득히 펼쳐지는 셈이다.

각 편은 주제가 명확히 나뉜다. 1편은 최초의 블록버스터 영화로 인정되는 <죠스>를 통해 본 현대 영화산업의 영욕을 논한다. 2편 <복수의 윤리학>은 ‘복수’가 주는 카타르시스와 함께 그 위험성에 대한 경계를 다룬다. 3편 <그 남자, 맘에 안 들어>에서는 영화가 주인공을 매력적으로 보이게 만드는 장치에 대해 분석한다. 4편 <매력의 이중성>은 애니메이션 장르에 집중해 애니 작품에서 캐릭터 창조 과정과 고려요소를 설명한다. 5편 <영화 대 텔레비전>은 TV 탄생부터 영화와 격렬한 갈등을 빚어온 애증 관계와 그 미래에 대한 상상에 이른다. 6편 <욕설에 숨은 심오한 진실>은 인종차별 문제를 독립예술영화가 아닌 상업영화가 소재로 다루는 방식에 대해 소개한다. 가볍지 않은 주제들을 풀기엔 좀 짧은 분량이지만 꽤나 본격적으로 각 주제별 영화분석과 비평이 행해진다. 유튜브 10분짜리 줄거리 요약 리뷰나 TV 영화소개 방송보다는 몇 수는 위다.

 

"영화 보기의 미학" 스틸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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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_ 다양성과 깊이가 조화를 이룬 개별 에피소드의 매력

 

#1. <상어와 함께한 여름>, 블록버스터의 성차별 마케팅

첫 번째 편은 ‘블록버스터’ 영화의 효시로 기록된 1975년 개봉영화 <죠스>에 얽힌 추억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해설자는 영화가 개봉하던 그해 여름을 잊을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 불우했던 현실과 답답한 집을 떠나 상상의 모험과 스릴을 체험할 수 있는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당시에 극장은 1개 상영관, 즉 단관이었고 수를 쓰면 온종일 상영관 내에 숨어서 영화를 볼 수 있었다. 그렇게 아이들은 바쁜 어른들 대신에 극장에서 영화를 보며 유년기를 지내고 추억하게 된다.

지금 본다면 조악한 특수효과를 비웃을 이들도 제법 되겠지만, 영화 역사에 길이 남을 존 윌리엄스의 무시무시한 배경음악과 함께한 <죠스>가 당시 얼마나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는지에 대해 과거 회상과 함께 그것이 한 세대 전체에 미친 영향이 여러 증언과 배경 고찰과 함께 펼쳐진다. 현존하는 가장 중요한 감독으로 손꼽히는 스티븐 스필버그가 선보인 <죠스>의 혁신적 면모와 치밀하게 관객을 쥐락펴락하는 심리적 장치의 비밀 또한 소상히 설명된다. 그리고 당대 청소년들이 이후 계속 이어지게 되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매혹되는 풍경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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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 함께 어두운 이야기도 등장한다. 1982년, 스티븐 스필버그의 <ET>가 개봉될 즈음, 해설자의 2차 성징이 시작된다. 그와 함께 할리우드 극장산업이 소녀들을 버리고 소년들에게 집중하게 되는 경향이 시작된다. 극장에 충성도 높은 소년들의 기호에 맞춤한 액션 블록버스터가 극장을 메우기 시작한다. 정작 중요한 교훈, 스필버그가 선보인 매혹적인 이야기와 정교한 구성의 매력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오직 눈요기와 규모의 경제가 흥행 불패공식으로 대두한다. 에피소드는 극장 산업과 상업영화가 왜곡되기 시작하는 순간을 한 소녀의 성장담을 통해 흥미진진하게 묘사한다.

 

#2. <복수의 윤리학>, 위험한 대리만족체험

우리는 칸이나 베니스, 베를린 등의 국제적 영화제 수상 결과를 보면서 한국영화의 인기가 세계적이라고 느끼곤 하지만 잘 실감은 나지 않는다. 하지만 본 시리즈의 2번째 에피소드를 보면 그 영향력이 실제 상당함을 실감할 수 있다. 이번 편에서는 현대 법치국가에서 금기시되지만 대중의 욕망 한구석에 여전히 잔존하는 ‘사적 제재’의 유혹을 영화가 어떻게 안전하게 대리만족시켜왔는가를 폭로한다. 그런 안일함에 대한 카운터로 에피소드에서 박찬욱 감독의 영화 <친절한 금자씨>가 대표 사례로 소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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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금자씨>의 주요 국면과 전개를 통해 에피소드는 (현실에서 일어난다면 큰일 날) 복수의 쾌감을 안전하게 누리게 해주는 복수물의 안일함을 장르의 법칙을 비틀어 드러낸다. 이런 장르 영화가 사회적으로 갖는 의미 분석은 요즘처럼 공권력에 대한 불신이 극으로 치닫고, 그 반대급부로 사적 제재가 ‘사이다’로 예찬 되는 분위기에서 퍽 유용해 보인다.

에피소드 전체에서 이번 편은 익숙한 한국영화 예시가 가장 많은 편이다. 주인공 격인 <친절한 금자씨> 외에도 박찬욱 감독의 다른 작품 <복수는 나의 것>, 김지운 감독의 <악마를 보았다>도 비중 있게 소개된다. 공통적으로 복수라는 사적 제재를 감행하는 이들이 겪게 되는 윤리적 딜레마와 위험요소를 주인공이 온전히 감당해야 하는 숙명의 환기가 이뤄지는 장면들이다. 이 측면의 강조를 통해 통쾌하게 대리만족하는 관객에게 영화가 주는 환상을 벗겨내고 현실에서 일어나는 사회문제와 직항로로 연결시키는 기능을 이번 에피소드는 충실히 해낸다.

 

#3. <그 남자, 맘에 안 들어>, 주인공 객관적으로 관찰하기

세 번째 에피소드는 영화 속 주인공들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제공한다. 메인 주역은 고전 명작의 반열에 오른 데이비드 린 감독의 대작 <아라비아의 로렌스>다. 캐릭터 분석을 통해 이번 편에선 우리가 무심코 감정 이입하게 되는 주인공에 대한 객관적 분석과 평가의 시선을 제공한다. 영화 속 주인공은 로렌스는 위대한 영웅인 동시에 불완전하고 흔들리는 자아의 소유자로 등장한다. 실제 역사에서 그러했던 것처럼 지극히 모순적 요소를 동시에 지닌 로렌스의 실체가 영화 속에 형상화되면서 인위적으로 완전하게 그려내지 않은 주인공에게 관객은 일방적 숭상보다는 각자의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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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비아의 로렌스> 외에도 이번 에피소드는 전편 통틀어 가장 많은 숫자의 참고 영화들을 제시한다. 미국 이민자 역사와 아메리칸 드림의 영화적 완성이라 할 프란시스 코폴라의 역작 <대부> 1부와 2부를 통해 가문의 피의 멍에에서 벗어나길 원했던 주인공 마이클이 서서히 가족을 지킨다는 명분 아래에서 가족은 물론 과거의 자신을 잃어가면서 막강한 권력자로 변이되는 과정들,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등의 작품에서 유명한 범죄자들에 감정 이입하는 관객들의 풍조, 마틴 스콜세지의 일군의 영화들(<성난 황소>, <코미디의 왕>, <택시 드라이버> 등)에서 선보이는 전혀 긍정적이지 않음에도 뇌리에 박히는 매력적인 주인공 캐릭터들을 일일이 예를 들어가며 거론한다.

 

#4. <매력의 이중성>, 애니메이션 캐릭터의 탄생과정

네 번째 에피소드는 우리에게 익숙한 <미녀와 야수>를 비롯해 여러 작품을 통해 현대 애니메이션 영화가 제작되는 과정을 소개한다. 1초에 24개의 작화가 필요한 애니메이션 장르의 제작환경은 실사영화와는 별개의 세계다. 현역 애니메이터들이 대거 등장해 캐릭터 창조 과정과 관련한 여러 가지 고려사항과 작업을 세세하게 보여준다.

갈수록 만화 원작의 할리우드 영화가 늘어남은 물론, 애니메이션 자체가 하나의 유력한 장르로 영화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 때문인지 관객에겐 생소한 이야기일 1편의 애니메이션이 완성되는 과정에서 들어가는 공력과 특히 캐릭터 창조에 얽힌 다양한 비하인드 스토리는 그 자체로 장르에 대한 이해를 관객에게 제공하고 있다.

 

#5. <영화 대 텔레비전>, 어떻게 차별화할 것인가?

아마 ‘넷플릭스 제작’ 타이틀이 화면에 뜨는 순간, 시청하던 관객들이 가장 궁금해할 에피소드가 바로 다섯 번째를 차지한 <TV 대 텔레비전> 편일 테다. 해당 에피소드는 20세기 대중문화의 거대한 기둥이 된 영화와 텔레비전이 그 탄생부터 치러온 대결 구도의 역사적 과정을 되짚는다. 그리고 최초의 텔레비전, 그리고 칼라 TV, 케이블 유선 채널, 그리고 OTT 탄생에 이르기까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구도가 어떤 공통점과 차이를 갖고 변화를 거치는 중인지 설명한다.

영화, 특히 할리우드 영화산업이 TV의 출현에 대항해 취해온 전략은 TV가 제공할 수 없는 시청각적 체험 제공이었다는 역사적 실제 사례를 이번 편은 꼼꼼하게 되짚는다. 그 방식으로 영화가 상영되는 극장은 더 편의시설을 확충함은 물론 스펙터클의 체험을 선사하기 위해 대규모화되고 기술효과에 집중해왔다. 하지만 케이블 TV(그리고 OTT)가 공격적 투자를 유지하고 안방 관람환경이 극장과의 격차를 줄여가면서 예전의 방식으로 경쟁하는 데 한계가 왔음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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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편에서 제시하는 쟁점은 다음과 같다. 문제는 결국 영화만의 호흡이 가져다주는 ‘이야기의 힘’이다. 이제 TV를 통해 다양한 소재와 막강한 투자로 무장한 대작 시리즈물이 속속 탄생하는 상황이라는 것을 공들여 설명한다. 그리고 시즌제를 취하는 라이벌에 대해 개별 작품의 호흡을 가진 극장용 영화가 취해야 할 입장에 대해 확신을 갖고 풀어낸다. 그 예시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언급된다. 해당 영화가 선보이는 영화 속 현실에서 고도로 집중된 공간이 풀어내는 계급 관계와 그로 인한 긴장 구조가 암호풀이를 하듯 해설된다. 그 외에도 비슷한 소재와 구조의 드라마 시리즈에 비해 마이클 만의 <히트>가 선보이는 압축적 이야기 구조, 스티븐 프리어즈의 <더 퀸>의 영화적 호흡 특성 등이 비중 있게 소개된다.

아마 본 에피소드 편이 총괄 프로듀서를 맡은 데이빗 핀처의 현재 영화산업을 향한 입장이자 고언이라 해석해도 무방할 것이다.

 

#6. <욕설에 숨은 심오한 진실>, 상업영화 속 숨겨진 암호

우리는 흔히 독립예술영화나 다큐멘터리가 민감한 사회적 소재를 다루는 데 반해, 상업영화는 그 역으로 오직 소재 활용을 통한 오락성 추구에만 빠진다는 고정관념을 갖곤 한다. 대다수의 상업영화가 그런 소모적 한계를 선보이는 게 엄연한 사실이긴 하다. 하지만 적지 않은 상업영화에서 다양한 예외가 존재할 수 있다는 주장이 여섯 번째 에피소드에서 펼쳐진다.

이번 편은 미국사회의 고질적 문제인 흑백 인종차별 이슈를 중심에 놓고 지금까지 대개 액션 오락영화의 성공적 계보로만 간주해 온 월터 힐 감독의 <48시간> 사례를 꺼낸다. 아주 제대로 통념적 인식을 뒤집어 놓아서 꽤나 놀랍다. 이 영화는 닉 놀테와 에디 머피, 두 명배우가 활약하는 흑백 콤비의 ‘버디 캅’ 영화 효시로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화면 분석을 통해 관객이 놓치기 쉽지만 의미심장한 해석들을 풀어냄으로써 감독의 숨은 의도를 극대화한다.

상업영화는 독립영화와는 다르게 선명한 작가적 메시지보다는 모호하게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도록 여기저기 장치를 깔아두고 관객이 이를 찾아내길 기대하는 보물찾기 무대와 같다. 비슷한 이야기를 하더라도 그 방식은 확연히 다른 셈이다. 주인공들의 툭 던지는 것 같은 대사 몇 마디, 유사해 보이는 다른 영화보다 아주 살짝 비틀어낸 설정이나 장면을 통해 정치적 발언을 암호처럼 숨겨놓는 표현, 관객 각자의 자율적 해석을 통해 도달할 수 있는 지적 체험의 장이 할리우드 상업영화에서 가능하다는 것을 마지막 에피소드의 결론은 제대로 도출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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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_ 영화 소비를 넘어 능동적 주체 되기

2시간을 투자하면 전편을 다 볼 수 있는 짧은 시리즈이지만 <영화 보기의 미학>은 풍성한 생각거리를 선사하는 알찬 기획이 돋보인다. 각 에피소드의 주제가 명확히 분리되어 있기 때문에 자신의 취향에 맞는 이야기를 찾아내는 재미는 물론, 풍부한 자료 제시로 이미 본 영화라 하더라도 예전에는 접근하지 않은 방식으로 재해석할 수 있다.

낡은 것은 가고 새것이 오는 순환을 거역할 수 없듯, 전통적 영화보기의 전제가 허물어지고 영화의 성격이 모호해지는 현실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과거의 것들이 사라진다기보다 새로운 형태로 순환 또는 재구성되는 데 가깝다고 보는 게 타당할 테다. <영화 보기의 미학>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려는 영화평론 시도와 함께 영화의 미래에 대한 전망을 제시한다. 이런 작업이 기존의 영화산업이 아닌 OTT가 주도한다는 점 또한 ‘영화’와 ‘영화를 본다’는 행위의 의미를 새롭게 고민하게 만든다. 볼거리가 넘쳐 정작 제대로 즐길 줄 모르는 현재의 관객에게 일방적 콘텐츠 소비가 아닌 지적 성찰의 길잡이를 제시하려는 시도는 충분히 주목해야 마땅하다. TV가 바보상자가 되느냐 새로운 정보와 지식의 통로가 되느냐는 결국 수용자의 몫이다.

 

 


작품정보

 

영화 보기의 미학 Voir

2021, 미국, 다큐멘터리, 6부작

총괄 프로듀서 데이빗 핀처, 데이비드 프라이어

2021. 12. 6 공개, 제작 및 배급 넷플릭스 오리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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