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술이라고는 소주 한 잔만 마셔도 얼굴이 홍시처럼 달아오르는 체질이라 평소 술과는 거리를 두고 지내 왔지만, 동짓날만큼은 술독에 빠진 하늘과 소나무, 그리고 독으로부터 퍼지는 솔향에 홀려 그만 대취에 빠진다.

서당 도반들과 시골 서당 훈장 선생님으로부터 전수를 받아 삼십여 년 전부터 꾸준하게 이어오는 동짓날 행사이다. 그 비결이 내게 넘어온 것은 서너 해 남짓, 서당 밥 먹은 지 십 년이 넘어서이다. 人文이라고 할 수 있다. 이름하여 송하대력주계(松下大力酒契) 행사이다.

동지는 가장 긴 밤이 짧아지기 시작하고, 가장 짧은 낮이 길어지기 시작하는 날이다. 태양의 힘이 다시 상승하고 광명이 부활하는 날 서당의 도반들은 양지바른 곳의 소나무 뿌리를 조금 채취하여 깨끗이 씻어 말렸다가, 경주 남산 어느 암자의 비전을 담은 맑은 곡주(그들은 이 술을 신선주라고 한다)와 함께 집 뒷산 기룡산의 품위가 있는 소나무를 택하여 동쪽에 묻어 두었다가 이듬해 동짓날 개봉을 하고 그다음 해 마실 술을 단지에 담아 다시 묻어 두는 것이다.

술의 맛은 우선 솔향이 진동을 한다. ‘한 잔을 마시면 단전으로부터 뜨거운 기운이 쭉 밀려 올라오며, 입이 헤벌쭉 벌어지며 그저 실실 좋아서 웃는다.’라고 훈장 선생님은 말씀을 하시는데 단전의 기운을 느낄 수 있는 도력은 내게 없고 헤벌쭉헤벌쭉 웃는 것만큼은 사실이다. 훈장 선생님 왈 도가의 <利生方>에 나오는 처방이라는데 구전인지 텍스트로 전해진 것인지는 미상이다.

사진은 지난 신축년 동짓날 개봉한 술독의 사진이다.

환갑인 임인년 동짓날은 눈이라도 내려 산중 범이 되어보는 분위기 우아한 동지가 되길 기대해 본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뉴스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