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너머] 보청기 센터
[사진, 너머] 보청기 센터
  • 김운영
  • 승인 2022.02.01 08: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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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청기 센터

 

아빠의 귀에는 매미 두 마리가 살고 있다고 했다. 매미 울음소리가 쉼 없이 들려 온 게 벌써 몇 년 됐다고, 청음사에게 자신의 상태를 설명하는 그의 목소리엔 다소간 흥분이 배어 있었다. 테스트가 시작됐다. 외부 소리가 차단된 청음실. 헤드셋을 차고, 청음사의 지시에 따라 들리는 소리에 반응하려 애쓰는 모습을, 숨죽이며 뒤에서 지켜보았다. 소리가 들리면 버튼을 누른다. 소리가 들리지 않으면 버튼을 누르지 않는다. 이곳에 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는데, 정작 와서는 열심히 버튼을 누르는 아빠의 작은 손을 바라보았다. 그 단순한 열심이 그의 삶의 많은 부분을 설명하는 것 같았다.

 

테스트를 마친 청음사는 그가 높은 피치의 소리를 잘 듣지 못하는 증상도 함께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장 먼저 떠오른 건 엄마였다. 간혹 언성이 높아질 때면, 엄마의 목소리는 더욱더 아빠 귀의 문지방을 넘지 못하고 바퀴를 헛돌았다. 그 헛바퀴가 두 사람이 굴린 수많은 헛바퀴 중 일부에 지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질 때면, 엄마의 목소리는 차라리 여름 끝 무렵 매미의 울음처럼 들렸다. 습기에 지친. 힘이 잦아들고 힘겨움이 실린. 그리고 난, 이런 상념에서,

 

나를 건져낼 필요가 있었다.

 

열심히 버튼을 누르던 아빠의 모습을 떠올렸다. 그 모습을 떠올리자, 보청기 센터에 오기까지의 그의 걸음이 떠올랐다. 그건, 주위의 시선에 대한 경계심, 적지 않은 비용을 지불할 자식들에 대한 미안함, 늙은 육신을 인정하기 싫은 마음 같은, 무겁고 질긴 감정들과의 일정한 싸움을 그에게 강요했을 것이다. 그런 이해 속에서, 그의 버튼 누르는 소리가 도움을 구하는 목소리로 들려왔다. 비록 그가 그렇게 말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지만, 그게 그렇게 들을 수 없는 이유가 되는 것은 아니었다. 그렇게 듣기 위해 필요한 건, 내 안의 매미 울음소리를 잠재우는 일이었다.

 

청음사는 매미 울음소리가 아주 사라지지는 않더라도, 감당 가능한 만큼으로 소리의 강세를 낮추는 작업과 함께, 보청기의 도움에 적응하는 노력을 함께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 아빠는 그 적응기를 지나고 있다. 아빠의 가족들도 그럴 것이다. 이번 새해에는.

 

사진, 글 _ 김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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