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힐튼호텔 옆 쪽방촌 이야기”
[서평] “힐튼호텔 옆 쪽방촌 이야기”
  • 박지영
  • 승인 2022.02.04 17: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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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부를 수치화하는 등급과 통계 좌표상에 자신이 어디에 위치하는지 정확히 점 찍을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부가 그렇듯 빈곤 역시 구체적인 삶이자 내력이며 외면만이 아닌 내면의 어떠함이다. 홈리스의 삶은 생애 내내 꽁무니에 붙은 채 끊어지지 않고 길어지기만 하는 서사의 실타래다. P312

 

<힐튼호텔 옆 쪽방촌 이야기>, 홈리스행동 생애사기록팀( 최현숙 외 2명) 저, 후마니타스 2021. 11. 22.

서울 밀레니엄 힐튼 호텔의 매각이 언론에 오르내린다. 엄청난 자본을 쏟아부은 사업주는 용적률을 높이기 위해 건물을 철거하고 높이 올리기로 한다. 시대사적 의미의 건축물 철거라는 기사와 함께 화려한 건물 뒤, ‘도시 빈곤 메커니즘’, ‘숨어있는 작고 초라한 집’, ‘일자리 없고 가난한, 일하지 못하는 빈민촌의 철거’라며 양동 쪽방촌의 대상화가 맥락 없이 불편하다.

동네 주민 열 명이 말하고 ‘홈리스행동’ 소속 열한 명의 작가들이 들었고, 활동가 둘이 이야기를 보탰다. ‘쪽방’은 쪼개고 또 쪼개 만든 방이다. (약 30평형대 방을 17개로 쪼갠다) 보증금은 없지만, 월 25만 원 선으로 단위 면적당 임대료는 강남 고급 아파트의 곱절보다 많다. 2019년 재개발구역 정비 계획 변경이 공고되었고 철거 위기에 놓여있다.

홈리스는 노숙인을 포함해 쪽방·고시원 등 최저 주거 기준 이하의 주거에 사는 삶을 뜻하는 말로 사용했다.

이 책은 노숙과 쪽방을 오가며 드러내는 빈곤의 서사, 못 배우고 가난한 ‘화자’를 그들 삶의 전문가로 기록한다. 기록은 병리적 패러다임에 머무르지 않는다. 타인의 인생을 세세히 들여다보는 글은 자신이 가진 준거틀을 버려야 가능하다. 이 책은 동정과 연민을 탈락시켰지만, 충분히 반짝이고 경이롭다.

쪽방 삶에서 중요한 것은 ‘살아내기’ 위한 몸부림이자, 말하는 용기다. 기록팀의 이야기 따라가기(듣고 적으며)에는 화자에게 집중하고 ‘삶에서 좋은 기억’을 묻는다. 삶의 경험에서 습득한 지식을 존중하며 ‘집다운 집’이란 무엇일까를 묻는다.

 

​홈리스 자신의 입으로 자기 경험과 생애 기억을 말하도록 돕고, 그간 겪어 온 다양한 어려움들(빈곤, 탈가정, 관계 단절, 질병, 중독, 노숙, 범죄, 낙인, 자괴 등)이 개인적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문제임을 드러내며, 홈리스 당사자가 직접 자신들을 규정하는 국가·자본·사회의 관점과 정책에 대항하는 서사를 생산하도록 한다는 것이 우리의 목적이다. p310

 

그림 박지영

그들에 대한 기록이 고통의 전시가 되어서는 안 되며, 기록의 목적은 화자가 어떤 사회적 위치를 거쳐 왔는가를 드러내고 그에 연관된 사회 구조를 파악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p224

 

​일곱 살 때부터 남의 집 살이, 염전, 구두닦이, 넝마주이로 쉴 틈이 이어진 삶, 스스로 살아온 게 대단하다고 이야기한다. 첫 ‘내 집’, ‘혼자 살기 딱 좋다’는 그 집에서 오래 살고 싶다고 한다. 이토록 버티는 삶에 가난이 그의 탓이라고 누가 말할 수 있을까.

​외항선을 타고 번 돈을 가족에게 맡겼으나 배신당했다. 돼지농장, 양계장, 장애인 시설에 거주하면서 일했다. 정신병원과 거리를 오가면서 일자리를 찾아다녔다. ‘쪼개나지만 그 안에서 뜨신 밥해 묵고 산다’는 쪽방마저 철거 예정이다. 일평생 일했지만, 오래도록 가난한 삶이었다.

​젖소농장, 양계장, 새우잡이 배, 연탄 배달, 엿장수 등 온갖 일을 했다. 의료 브로커에 의해 오래도록 정신병원생활을 했다. 딸 은영이를 시설에 보내고 술과 우울증 약을 복용하며 거리 생활을 하다가 양동에 정착했다. 그의 바람은 임대주택에서 은영이와 함께 하는 것이다.

​아동보호소, 근로 재건대, 머슴살이, 공장 노동과 일용직으로 전전하며 노숙과 쪽방을 오갔다. 범죄 집단이 명의를 대용해 수억 대의 체납액이 생겼다. 시멘트 40킬로는 거뜬했다는 그는 스스로 파산신청을 하고 세무서를 몇 번이나 오갔다. 공공 근로를 오래 하고 싶지만, 수급이 끊길까 걱정한다. 그의 집다운 집은 방에 깨끗한 화장실이 있는 집이다.

 

‘열심히 살지 않았으니 가난한 건 어쩔 수 없다’라는 논리는 고달픈 각각의 삶의 서사들을 납작하게 눌러 버린다. ‘열심’의 기준이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그 기준에 따른 삶을 살았건 아니건, 누구도 쫓겨나지 않고 앞으로의 시간을 상상할 권리는 주어져야 하지 않을까. p252

 

사진 박지영

이 책은 연대와 협력으로 존재하는 힘, 기록하는 힘을 보여준다.
현재를 바라보고, 가난과 차별, 혐오를 이겨내는 중이며, 움직이고 있는 모든 것은 변화한다는 믿음을 들려준다.​

 

‘홈리스행동’은 홈리스 상태가 자본주의적 내적 모순에 기인하며, 신자유주의의 금융세계화가 확대될수록 홈리스 문제는 점차 심화될 것이라는 관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홈리스행동’은 홈리스 문제를 게으름, 무능 등 개인의 책임으로 떠넘기는 인식에 반대하며, 노숙은 물론 극한의 주거빈곤 상태에 처한 홈리스 대중들의 조직된 힘을 통해 홈리스 상태를 철폐하고 새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한 운동에 기여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출처: 홈리스행동 홈페이지 

http://homelessaction.or.kr/xe/int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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