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바람이 아니라 사람입니다(2)
[인터뷰] 바람이 아니라 사람입니다(2)
  • 김연주
  • 승인 2022.02.11 16: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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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한 순간을 즐겨라”

배달대행 노동자 김수현(가명) 씨 팔에 푸른 잉크로 적혀있다. 그가 좋아하는 축구선수 데이비드 베컴이 새겼던 문장이라고 했다. 김수현 씨는 신생아 때 장애인거주시설에 왔다. 걸음마를 배우지 못해 제대로 걷지 못했던 그는 재활치료를 받고 중학교 때부터 장애인 축구 선수로 뛰었다. 앞서 게재한 〈바람이 아니라 사람입니다(1)〉에 이어 김수현 씨가 들려준 노동과 삶의 이야기를 옮긴다.

 

축구

초등학교 2학년 때까지 제대로 못 걸었어. 초등학교 2학년 때 새벽에 월드컵 한일전 보면서 박지성 땜에 내가 축구하고 싶어서 시설 방 샘한테 원장님이랑 상담하고 싶다고 했지. 일 년 동안 재활 치료하면서 걷게 됐지.

원래는 제대로 못 걸었지. 다리에 힘이 없어서. 아기 때 들어갔다 보니까 걸음마도 제대로 안 해준 거지, 시설 샘들이. 원장님한테 걷고 싶다고, 뛰고 싶다고 그카면서 일 년 동안 운동 배우고 재활 배우고 초 3 때 완전 뛸 수도 있고. 그때부터 초등학교 가서 공차고 애들이랑.

초등학교 6학년 때까지 그렇게 지내다가 중학교 들어오면서 뉴스 보다가 장애인 축구 뜨길래 보니까 국가대표 축구선수 3위라면서 뉴스에 나오더라고. 아, 장애인 축구도 있구나. 뉴스에 나오길래 네이버 그런 거에 찾아보니까 00시설에 경북팀이라고 있었어. 원장님이 연락해 주더라고. 경북팀 딱 들어가서 전국체전도 나가고. 중2 때 3월에 국가대표 선발전이 있었어. 바로 스카우트됐지. 우승 많이 했고. 대표팀 활동도 했지, 장애인 국대. 전국체전은 6~7년 나갔지.

시설 사건 땜에 병원 들어가서 그 뒤로 국대는 박탈됐지. 최근에 주장 전화 왔거든, 내한테 사진 보내 주대. 니 오면 이 축구화 줄게. 근데 못 뛰지, 철심 때문에. 사고 날 때 100대 0이라서 철심은 녹는 걸로 했는데, 발목은 내 돈 주고 한 거라서 사고 나면 내 돈으로 해야 되기 때문에 아직 축구 못한다. 체력도 안 되고. 체력 키우려면 일 년 걸릴 거라서.

 

시설

시설에서는 사고 쳐도 원장님이 있으니까, 옆에 시설 샘들도 있고 해서 사고 칠 건 많이 쳤지. 애 때려뿌고, 담배 피우고, 술 먹고.

우리는 학교 다닐 때 한 달 용돈이 이만 원이었어. 초등학교 때는 용돈 없고, 중학교 때부터 받았거든. 2만 원은 원장님이 주는데, 원래 내 돈을 한 달에 2만 원씩 준 거지. 중학교 때부터 고정적으로. 교통카드 충전 2만 원, 총 4만 원. 시설 방 샘이 뭐 먹고 싶은 거 사고 싶은 거 사라면서 매달 15일마다 용돈을 10만 원 따로 줬어. 그 달에 사고 치면 용돈 없고. 내가 사고를 많이 치니까. 진짜 큰돈이었지. 방 샘이 두 분인데 학교 다닐 때 주고, 방학 때는 안 주고.

고1 때 통장 하나 만들러 갔는데, 내 수급비 통장에 돈이 애법 쌓여있었지. 앗싸, 개꽁돈! 내 유치원 때부터 들어와 있더라. 모아서 나갈 때 주는 거지, 시설에서. 미리 얘기하면 찾아서 썼겠지.

시설에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 몇 명 있었어, 금마는 나이가 좀 있고 해서 “히야 일루 와봐라, 내가 음료수 하나 사 줄게 담배 사 온나.” 셔틀 용으로 사용했고. 그러면 쪼르르 뛰어가서 담배 사 온다. 금마는 뇌성마비. 팔도 안 돌아가고, 발작을 많이 해. 약을 꾸준히 먹으면 의사소통하고 그런 건 다 잘 되는데, 지금은 갔지, 하늘나라. 교통사고 나서. 원래 시설에서 혼자 밖으로 외출을 못 하게 하는데 새벽에 가출하다가, 횡단보도 안 보고 뛰어가다가 죽었지.

시설에 있을 때 통금시간도 있고 아침에도 찬물로 씻어야 되고, 겨울에도 찬물로 씻고. 보일러 시간이 있어. 다섯 시 반부터 한 시간, 여섯 시 반까지. 일단 큰 양동이에 물을 받아 가면서 씻거든. 물 받아져 있어도 내가 일어나면, 서너 시간 지나면 차가워. 그러다 보니까 찬물로 씻게 되고, 짜증 나지 솔직히. 난 깨우는 거 진짜 싫어해. 그래서 잘 안 깨우거든. 밥도 차려서 덮어놔, 따로.

중2 때부터 애들 때리고 다니고, 중3 때부터 애들끼리 모이게 되니까 담배 피우게 되고. 그전부터 시설 안에서 몰래몰래 담배 피웠지. 군인들이 쌀 나누고, 연탄 갖다주고, 도와주고 하잖아. 그때 등나무에서 담배 피대. 저건 뭐지, 호기심에 가보니까 담배가 있더라고, 라이터하고. 그냥 그걸 훔쳤지, 일하러 간 사이에. 술을 밤늦게까지 먹고, 중3 때부터. 술 냄새 풍기면서 들어가서 화장실에서 담배 다 피우고 자고 일어나면 오후 한 시쯤, 열두 시 반인가 그래. 배고파. 식당 가서 오늘 반찬 뭐예요, 그럼 별로대. 그라면 안 먹을래요. 도시락 시켜 먹고 배달 시켜 먹고. 아니면 해장국 먹고.

 

정신병원

2011년, 고등학교 때 공익 팔을 그었지. 전국체전은 한 보름 남았었지. 6시간 운동 끝나고, 초등학교 운동장 가서 2시간 조깅하고, 집에 들어가서 씻고. 애들 노는데 방해될 것 같아서 방에서는 못 자고 컴퓨터실 가서 잤거든. 방안에는 애들 티브이 보고 하잖아, 한 방에 여덟 명. 컴퓨터실에는 두 명밖에 없었어.

컴퓨터실 구석탱이 가서 이불 깔고 자고 있었지. 근데 갑자기 막 시끄럽더라고. 처음에 경고를 주고 조용히 해라, 이런 식으로 말했는데, 다섯 번까지 참았어. 다섯 번까지 경고는 줬어. 조용히 해달라고, 잠 좀 자자고. 공익이 존나 시끄럽대. 뒤통수를 빡 때렸지, 좀 닥치라면서. 사람 말 존나 못 알아듣네, 생각 없나.

미안하다 말은 했어. 근데 내가 눈알 돌아뿌니까, 와, 존나 때리다가 나도 몇 대 맞고, 컴퓨터 다 뿌라졌뿌고, 컴퓨터 모니터 뜯어가 대가리 팍…. 모니터 화면 깨지고, 머리에서 피 좀 나대. 막 도망 가대, 쫄아서. 칼 들고 그냥 끄어뿌…. 여기, 팔뚝. 피는 계속 나고, 119 부르고. 

시설에 공익이 총 세 명 있어. 공익 두 명도 나를 못 막았어. 시설 원장님이 경찰서에 전화해서 경찰 네 명 왔거든. 곤봉 보이데, 옆에. 그래서 곤봉 빼가 씨발 것들 카믄서 때렸어. 그때 딱 느꼈다, 테이저건. 와, 짜릿하더라. 눈 뜨니까 저 가 있더라, 병원. 병원에 감금돼 있더라. 

너무 나가고 싶어서 간호사한테, 원장님 좀 만나게 해달라고 해서 6개월 만에 원장을 만났거든. 그냥 감옥이다. 저 퇴소할게요, 그케서 나오게 된 거다.

시설에 있어도 나라에서 돈을 줬나 봐, 내한테. 그 돈하고 방 구하라고 500만 원을 주더라고, 나라에서. 방 안 구했지, 그 돈으로 오토바이 사고. 친구 집 지내면서 클럽 가고. 그렇게 살다가 나온 뒤로부터는 이제 옆에 아무도 없으니까 시비 붙어도 그냥 무시하는 게 답인 거 같더라고.

가끔 놀러 갔거든. 근데 지금은 코로나 땜에 못 가고. 가면 애들 다 좋아한다. 그냥 내가 지금은 맞아주지. 톡 때려뿌고 가뿌고 있잖아. 지금은 귀엽더라, 그게. 그전에는 그냥 짜증 나고.

 

대학

0000대학 특수체육재활학과. 이게 씨, 나도 낚인 거지. 교수가 왔더라고. 대학교 다닐래? 어느 대학굔대요? 운동 가르쳐줘요? 당연한 거 아이가. 공부 가르쳐줘요? 당연한 거 아이가. 그카길래 입학을 했지. 슬슬 운동을 제대로 배우고 싶어서. 한 학년 잘 다니고, 그다음 학기 때 그냥 안 나갔지. 짱 나가꼬.

특수체육재활과 자체가 특수반 애들. 수화, 그게 공부였다. 수화하는 게. 내한테 별 도움 없거든 솔직히. 난 일반 쪽에서도 스카웃해갈라 했었거든. 근데 운동 가르치는 샘이 없대. 코치도 없고, 감독도 없고. 공 하나 던져주고. 그냥 중고등학교 체육시간이대. 공 하나 던지고 그게 끝이야. 운동해래이, 그게 끝. 중고등학교지 그거는.

행정실에서 전화 오대, 한 학기 안 나가니까. 학교 안 나와요? 네, 퇴학 처리해 주세요. 알겠어요.

거기 체육과가 따로 있어. 일반인들만 있는 체육과가 따로 있는데 걔들 훈련할 때 거기 끼워서 운동하고. 나는 수업 제껴뿌고. 걔들은 낮에 운동을 해. 우리는 네 시에서 여섯 시까지 그렇게 하다 보니까 걔들 옆에 끼워져서 같이 뛰고, 체력 테스트하고. 우린 등록금 같은 거 안 내. 총장이 우리 등록금 다 냈거든. 나라에서 지원 나오는 거도 있고. 내 경기 와서 다 챙겨 봤더라고, 전국체전 때. 잘 뛰고 똑똑할 거 같아서 너는 특기자로 뽑는다고….

우리랑 비슷한 과가 있거든, 특수예술관가? 걔네들 미술, 음악, 준비물을 우리가 옮겼어. 기왓장에 그림 그려야 돼. 그럼 기왓장 실어야 돼, 영천 가서. 갑자기 차에 타라 하길래 딱 세 명 갔거든. 힘 좀 좋은 애. 영천 000 갔는데 기왓장 존나들고. 한 네 시간 동안 그 짓 했나? 경산 와서 내린다고 또 네 시간. 그마이 고생했는데 짜장면 하나 사주대. 탕수육도 없드라. 개새끼들, 진짜.

특수예술과 걔들은 뭐 하는지 모르겠더라. 고구마, 감자, 토마토, 오이, 그런 거 키웠는데 존나 잘 자랐어. 그거 키워서 지들 다 먹고 우리는 1도 안 주더라. 먹어 보라는 소리가 없대. 우리는 땅 파주고, 씨앗 꼽아주고, 바람 많이 불면 고정시켜 놓고. 난 그거 할려고 학교 간 게 아니거든.

학교 그만두고 중고등학교 때 만났던 친구들이랑 술 이빠이 먹고, 사고 치고, 먹고 또 사고 치고, 일하고. 늘 패턴이 똑같았지. 삼 개월 정도 일하고, 또 “야, 술 먹자” 해뿌면 그날부터 일 안 나가뿌고 쭉 술이야.

 

 

시설, 엄마*

시설에서 신생아 때부터 키웠다고 하대, 엄마가. 내 초등학교 4학년까지. 시설 일 그만두고도 맨날 찾아왔으니까. 봄방학, 여름방학, 겨울방학 때 항상 엄마 집에 있었고. 퇴직할 때 이 말 했다, 엄마가. 수현이 내가 키우면 안 되냐고. 원장님이 안 된다 했나 봐. 일주일에 한 번씩, 어쩔 땐 토요일 어쩔 땐 일요일 그렇게 같이 나가서 밥 먹고. 방학 때는 아예 넘어가서 지내고, 할머니랑.

작년 추석 때 영상 왔대, 사촌 애들. 여자애 두 명이 단체로 절하면서 계좌번호 보내주대. 중 2 거든. 뻐큐 하나 보내주고, 찾지 마라, 빠이빠이. 어제도 연락 왔거든. 안 간다, 엄마한테 못 들었나, 요즘 시대가 어떤 시댄데. 놀러도 못 가고 경산에 처박혀 있는데. 그냥 피하고 싶데, 이번에는.

엄마한테 오십만 원 챙겨드리고, 작년 설에. 동생, 사촌 동생들 피자 사 주고 족발 사주고. 용돈 달래, 절할 테니까. 일, 이만 원 챙겨주고. 백만 원 뜯겼나? 동생들 여섯 명. 스트레스 존나 받아가지고.

사주는 거는, 즐겁게 배부르게 먹고 하니까 좋아. 좋은데, 하루 만에 그마이 큰돈이 나가뿌니까. 한 번씩 용돈도 오만 원씩 부쳐주거든. 내가 좀 아끼는 운동 좋아하는 남자애들 두 명 있고, 여자애들 두 명. 네 명 챙겨주거든.

한 놈은 내처럼 축구를 좋아해. 축구화 선물해 주고, 작년 11월에 생일이었거든. 23만 원 짜린가. 나는 삼십몇만 원짜리 그런 거 신었지. 선수니까. 학교에서 주는 거는 쓰레기거든. 체전 그런 데는 단체로 다 주거든. 그거는 진짜 별로. 방수도 안 되고. 나도 축구를 좋아하다 보니까 축구화는 잘 알지. 어떤 게 잘 안 닳는지, 잘 알지.

그전에 신었던 축구화·축구공, 3년 전에 준 거 아직도 쓰고 있대. 아침밥 3공기 먹고. 나도 그랬어, 운동할 때. 근데 살이 안 쪄, 뛰는 걸 좋아해뿌니까. 가끔 걔들 보려고 내려가. 먹고 싶다는 거 사 주고. 고기면 고기, 회면 회. 지가 불편했던 거 봐달라 하면 운동장 가서 봐주고, 뜀박질 존나 시키지. 공 뻥 날려뿌거든. 야, 저거 주워 온나. 이제 중2니까, 그냥 애같애. 그 나이에 진짜 열심히 운동하려고 하니까 보기 좋더라. 내가 못 이룬 꿈을 네가 이뤄라, 하면서 다 줬지, 3년 전에.

재활을 해도 100%로 못 뛴대, 의사가. 그래서 그냥 포기했지. 어쩌다 한 번씩 연락하긴 하는데 축구는 변함없이 좋아하대. 학교축구부 들어갔다고 자랑하대.

 

경찰서

친엄마는 경찰서에서 만났지. 고등학교 때부터 계속 찾고는 있었지. 알바하면서. 고2 때 사람 찾아주는 데도 갔었거든, 여름방학 때. 5개월 알바해서 400 정도 있었지, 통장에. 사진하고 있더라고 원장님한테. 한 250 줬나. 걔네들이 찾아줬지. 딱 20살 때. 진짜 대단하지. 사람 찾는 거는 박살 나는 거지. 인맥이 박살 나.

그 사람들이 그런 말을 했어. 포기하고 싶었다고. 아직 어리고, 불쌍해서 더 노력했다고 하대. 고맙다 하고 100만 원 더 챙겨주고, 금마한테. 찾아준 것만 해도 고마우니까. 얼굴은 한 번이라도 보고 싶어서, 찾고 싶었지.

시설 퇴소하고 한 달 뒤에 대회 잡혔거든. 제주도 대회 나갔을 때, 경찰서에서 부모님 찾았다고. 경기 못 치르고 바로 경산 넘어와서 경산경찰서 갔지. 어떤 아줌마, 아저씨 있길래 그냥 바로 주먹이 날아가더라고, 그 남자한테. 새아빠였어. 내가 딱 이 말을 했어. 씨발 키우지도 못할 거면서 니들 욕정 채우고 싶어서 처싸질러놓고 처버리냐고.

그러다, 좀 자제하다가 약 먹고. 분노조절장애. 지금도 먹고 있거든. 안 먹으면 매일 빡치지. 그때는 좀 심해서 약을 주머니에 넣고 다녔거든, 따로 통에. 열 알씩 먹었지.

중2 때, 애들이 많이 놀렸어. 애미 없는 새끼, 부모 없는 새끼라고. 나는 사고 치지 말자 했는데 그게 패턴이 똑같아져뿌니까 주먹 날라가뿌고. 자살 시도도 많이 했어. 중1, 중2 때. 원장님이 처음에 특수학교 갈래, 물었어. 난 그건 싫다 했어. 일반 학교 계속 다니다가 애들 졸라 많이 때렸지. 애들도 안 건들라 했지, 내 또라인 거 아니까. 그 뒤로 양아치 애들, 형님, 선배들 다 내 찾대. 니가 내 동생 때렸냐, 존나 지랄하대. 그캐서 존나 때렸지. 선배고 뭐고 없었거든.

요즘은 약을 좀 줄이려고 노력하거든. 하루에 아침 점심 저녁 세 알. 매일 아침밥을 먹었다. 약이 너무 독해서 아침 안 먹고 빈속에 먹다가 토 이빠이 했거든. 뭐 먹기만 해도 토해뿌고. 점심시간 때 배고파서 뭐 먹고 먹었거든, 그 뒤로 토가 없었어. 아침 안 먹고 그거 먹어뿌면 10시간 동안 토에 설사에 빈혈, 심각하다.

두 시간 정도 울었거든. 이야기 좀 하다가 그냥 찾지 말라고 했지. 그냥 한번 어떤 사람인지 보고 싶어서 찾은 거다. 나도 친부모 얼굴 한번 봐야 될 거 같아서. 어차피 늘 버렸던 것처럼 항상 늘 버려라. 거기 딸 한 명 있던데 딸 잘 키우고. 나는 내 알아서 잘 살고 있으니까.

경찰서에서 집 주소 받아 갔더라고 엄마가. 짱 나대. 전화해서 존나 지랄하고 엄마한테. 찾아오지 말라고. 방 계약 6개월 남았는데 빼고. 집주인한테 보증금 안 받을 테니까 방 빼도, 바로 영대로 이사 갔지. 반찬 통 뭐 이런 거 계속 갖다 놓더라고 앞에. 그거 그냥 가만 놔뒀어, 아니면 버리거나. 그냥 던지거나 풀어놓고, 고양이들 먹으라고.

 

피자가게

내가 서른 살 때까지는 이 일(배달대행)을 하고, 서른 안에 돈 좀 모이면 피자집 하는 게 꿈. 이전부터 계속 생각했어. 타지역 가서 포항이나 부산, 구미 공단 쪽에 그런 데 차릴까. 경산은 자영업자가 너무 많다. 이 좁은 데 찜닭집도 많고, 피자집도 많고.

경산에서 퀵 하다가 사고 나서 치료받고, 엄마 집에 있다가 나와서 감독님 집에 방 많다고 해서 갔지. 감독이 00고등학교 선배라서. 주택에 창고 비슷한 게 하나 있었는데, 거기서 지내면서 월세 아끼고.

다리 좀 괜찮아져서 합의금 받은 걸로 퀵 사무실 형이랑 피잣집 차렸는데 나중에 형이 튀었지. 한 달 수입이 2500 정도. 오픈 한 달 만에 미스터하고 굽네-굽네도 피자 하거든, 다 씹어뿌…. 좀 나간다는 네오도 육 개월 만에 씹어뿌고. 형이 통장 자체를 들고 튀었지. 1억 몇천일 걸. 형사가 해외로 도망간 거 같다고. 입국한 거 없대, 나간 거는 있는데.

1년 동안 한 번도 돈 안 쓰고 모았는데. 가게에 방 있으니까 방 월세 나갈 것도 없고. 완전 개새끼! 가게 팔고, 가게 물건 정리하고, 배달 월급 두 달치 주고. 알바 세 명 썼거든, 자체 배달. 퀵 안 썼거든. 가게하고 오토바이하고 다 파니까 2천만 원 나왔어. 어차피 기계는 내 돈 주고 다 샀으니까.

 

스티로폼 공장

패스트푸드 만드는 공장에서 6개월 일하고, 그다음은 스티로폼 만드는 공장. 거긴 좀 오래 있었지. 1년 2개월? 다리 그때 낫고 시작했으니까. 그거 하면서 일수도 하고. 명함 날리는 거. 공장 다니면서 하루에 2~3시간. 스티로폼 만드는 공장이 매일 하는 게 아니라 거의 일주일에 네 번 출근했으니까.

월급은 좀 세긴 세, 무거운 걸 이동시키고 해야 돼서. 또 위험수당이 붙어. 올라가서 달아야 되기 때문에. 좀 많이 높았지. 기계 옆에 사다리가 붙어 있거든, 그거 타고 3층 높이 올라가서 기계 올리고 구멍 맞추고. 떨어지면 사망…. 뜨거운 물도 있고. 위험수당하고, 주 4일 출근해도 210?

출근할 때마다 밤늦게까지 해야 돼. 그날그날 물량이 다 틀리고. 뺐다 올렸다, ‘집’을 고정시키는 데 거의 30분 걸리고, 빼는 데 30분 걸려. 스티로폼 만드는 모양, 그걸 기계로 일단 옮기지. 기계로 올리면 우리가 그걸 맞춰야 해. 내리면서 발로 밀면서 밑에 구멍을 맞춰야 해. 위에서도 위에 있는 사람이 위에 거 맞춰야 되고. 스티로폼 물량을 다 빼면 바꿔야 되거든. 기계가 여섯 대. 한 시간에 두 대씩 바꿨나. 물량이 다 빠지면, 그때 이모 아줌마가 “이거 바꿔주세요” 하면 또 출동하고.

그거 다는 사람이 딱 두 명, 내하고 그 형밖에 없었거든. 나머지는 다 아줌마. 밑에서 물건이 떨어지잖아. 아주머니가 그걸 쌓아서 포장하고, 우리는 도와주고. 우리는 그냥 쉬면 되는데 빨리 끝내고 집에 가고 싶어서. 힘이 너무 많이 들어. 그래도 돈은 벌어야 되니까.

올라가면 여름에는 쪄 죽어. 실내 공기가 뜨거우니까. 아침에 공장 돌려뿌면 그때 오십몇 도야. 근데 올라가 뿌면 70도. 거기서 한 30분 있으면 목욕해도 된다. 온도계가 항상 오후 되면 70도까지 올라가. 저녁 되면 그땐 좀 떨어져, 60도까지. 겨울에는 좀 괜찮고. 선풍기 무조건 틀어놔야 돼. 에어컨 자체가 안에 없어. 선풍기는 내 혼자 3개 썼지.

1년 2개월 일하다가 이 다리 때문에 못 버텨서 사장님한테 그만둘게요, 다리 때문에 안 될 것 같아요. 다리 힘으로 밀어야 되거든. 왼발 사용하려다가 위에서 몇 번 넘어졌고, 화상도 좀 입었지, 등하고. 장갑 무조건 네 겹 껴야 되고, 신발은 무조건 장화. 양말도 두꺼운 거 네 켤레, 다섯 켤레 신어야 되고.

 

집으로

- 아침에 언제 일어나?
아침 일곱 시.

- 출근 전까지는 뭐해?
그냥 티브이 보거나 쉬고, 방 청소하고, 이불 들고 내려가서 이불 한번 털고.

- 그래? 매일 털어?
응. 비 올 때 그럴 땐 못 털고. 비 안 올 때, 날씨 좀 괜찮고 그럴 땐 매일 털지. 이불 털고, 밥 먹고, 설거지하면 거의 열 시다 돼가서 옷 갈아입고, 출근하지.

- 건강검진 받아?
으으응(아니).

- 백혈구 수치는?
그건 끝났고. (사고 당시) 장 터져서, 그때. 백혈구 수치가 80만인가? 일반 사람들 백혈구 정상 수치보다 여섯 배 높다 했거든 병원에서.

- 설에는 뭐해?**
설에는 일해야지. 엄마가 오라 했는데 내가 안 간다 했다. 코로난데 뭘 가나 하면서. 그냥 돈 벌고 싶어서. 작년에 일했던 가겐데, 난 너무 빨리 빼준다고, 오토바이 잘 타고, 사고 나는 일도 없다고, 설 때 해주면 30만 원 준다 하대. 오케이! 5만 원은 그냥 설 떡값, 20만 원은 그냥 내 일한 시간, 5만 원은 빨리빨리 쳐주고 해서. 설 다음날, 전날은 배달하거든. 본사에서 500원 추가금 주거든, 설 명절 이벤트라면서. 작년 설 때 3일 해서 돈 좀 만졌지. 근 100만 원 벌었다.

- 반찬은 뭐 만들어?
소야, 소세지 야채볶음. 깻잎, 양념 무쳐서. 미역국. 두부조림.

- 나도 두부 사서 두부조림 만들어야겠다.
밥 도둑, 밥 도둑!

- 양념장을 제대로 못 만들어서, 항상.
유튜브 보면 나오잖아. 난 백종원 채널 밖에 안 본다. 그냥 이런 식으로 두부조림 치면, 백종원 들어가서. 난 동영상 안 보거든, 그냥 내리면 이렇게 보고. 재료 살 때는 이거 캡처해서 재료 사고. 양념장이 맛있어야 해.

- 양념은 먹을 때 올리는 거지?
당연하지. 오늘 결론은 두부조림을 해 먹어야겠다는 거다.
해 먹으면 사진 보내줄게!




* 장애인거주시설 사회복지사. 김수현 씨가 초등학교 4학년 때까지 시설에서 근무했다.
** 당시 인터뷰 시기는 2021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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