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두칠성 푸른 별 보며 숲에서 용기 내요!’

경산에서 지난해 문을 연 제로웨이스트(zero waste) 가게 세 곳 이름이 이 문장에 숨어 있다. 제로웨이스트는 어떤 뜻일까? 사전에서는 ‘포장을 줄이거나 재활용이 가능한 재료를 사용해서 쓰레기를 줄이려는 세계적인 움직임’이라고 설명한다. 코로나19가 사람의 일상을 바꾸는 사이, 제로웨이스트 가게가 하나 둘 셋 동네에 문을 열었다.

봄인 듯 봄 아닌 듯 쌀쌀한 2월 어느 날 오후, 경산 제로웨이스트 가게 세 곳을 찾았다.

 

# <용기내요>, 이런 이름은 처음이야!

용기가 없어도 용기를 낼 수 있다. 용기(容器)만 챙기면 된다. 용기 있는 사람 되기, 버킷리스트에 추가.

경산 사동, 고즈넉한 주택가에 <용기내요>가 있다. 친환경 재료로 만든 생활용품과 세제를 비롯해 진열대 한쪽에는 양말목공예로 만든 제품이 전시돼 있다. ‘원데이클래스’로 커피찌꺼기로 주방비누 만들기, 입욕제 만들기, 양말목공예 등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용기내요 홍남희 대표는 “코로나가 터져 일을 그만두고 살림을 하면서 쓰레기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라며 “피부가 약해서 세재, 비누를 바꿨더니 피부도 건강도 좋아졌다. 변화를 직접 경험하면서 이 일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홍남희 대표가 지구를 지켜라 챌린지 참여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김연주

홍 대표는 경산시자원봉사센터가 주관하는 비대면 봉사 프로그램 <지구를 지켜라 챌린지>를 소개했다. 봉사 신청일로부터 일주일 동안 지구를 지키는 16가지 활동 가운데 하루 5개씩, 5일간 실천하면 자원봉사 3시간 인증을 받을 수 있다.

경산시자원봉사센터 홈페이지(https://1365.gsvol.or.kr/index.asp)에 접속해 줍깅(줍기+조깅), 메일함 비우기, 다회용기 사용, 채식하기, 대기전력 줄이기 등 지구를 지키는 실천 사진과 참여 소감을 제출하면 된다.

홍남희 대표는 용기내요에서 판매하는 제품 중에 소프넛 열매를 추천했다. 소프넛 열매는 ‘비누나무 열매’로도 불리는 천연 세제다. 소프넛 열매를 우려낸 물로 설거지, 세탁, 목욕 모두 가능하다. 소프넛 열매의 사포닌 성분이 피부의 잔여 화학성분을 제거한다고 알려져 있다.

 

제로웨이스트가게에서는 각종 친환경 가루 세제를 직접 가져간 용기에 담아 구입한다. 사진 김연주

 

# 작은 산, 중산동에 <북두칠성 푸른 별>이 뜨다

중산동은 대구와 이웃한 동네다. 초고층 아파트 단지가 들어선 신도시다. 경산 성암산 자락에서 옮겨온 성암초등학교가 중산동 펜타힐즈 3로에 있다.

“첫아이가 아토피가 심했어요. 코로나 전에 베이징에서 10년 동안 살았는데 아파트 앞 동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미세먼지가 심했어요. 석탄 연기 냄새도 많이 났고요. 건강과 환경에 대해 고민하게 됐죠.”

<북두칠성 푸른 별> 곽혜영 대표가 말했다. 베이징에서 아토피를 앓는 아이와 미세먼지 가득한 공기를 마시며 하루하루를 사는 동안 환경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게 됐다. 코로나19 유행으로 2020년 한국으로 귀국한 그는 수세미 농사를 시작했다. 어린 수세미는 애호박처럼 먹는다. 수세미는 기관지에 좋다. 버릴 것이 없는 작물이다. 천연 수세미를 사용하면 환경오염을 줄일 수 있다.

“천연 수세미는 물기가 금방 마르고, 카레나 고춧가루 물이 배지 않아요.”

가게를 찾은 손님에게 가장 추천하는 제품이 천연 수세미로 만든 수세미다. 껍질을 벗겨 씨를 빼고 말린 수세미를 판매한다. 지난해 농사지어 수확한 수세미는 이미 ‘완판’했다.

 

우유팩 수거함. 사진 김연주

가게 입구에는 ‘우유갑되살림함’이 놓여있다. 우유팩을 수거하는 우유팩 모양 상자다. 한살림에 직접 신청해서 받은 수거함이라고 했다. 우유팩 수거뿐만 아니라 가게 맞은편 성암초등학교 학생들에게 종이팩 재활용을 시각적으로 홍보하기 위해서다.

북두칠성 푸른 별에서는 쓰다 남은 몽당크레파스를 모아서 키트를 활용해 새 크레파스를 직접 만드는 리크레용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몽당크레파스를 몽땅 녹여서 틀에 붓고 굳히면 5원소를 상징하는 다섯 가지 모양의 새 크레파스가 만들어진다.

곽혜영 대표는 장난감 재활용 NGO 단체 ‘트루’에서 제작한 탁상시계를 보여주었다. 한 해 동안 버려지는 장난감은 240만 톤에 달한다고 한다. 쓰레기로 사라질 장난감들이 맥박이 뛰는 동그란 시계로 새로 태어났다. 아이들 손길이 닿는 일상의 모든 곳에서 제로웨이스트는 시작된다. ‘푸른 별’이 전하는 메시지다.

 

# 경산 남매지 아래, 비건밀카페 <숲>

겨울밤이 코로나19로 더욱 길어졌다. 지난해 가을부터 수요일 저녁마다 <숲>에서 열리는 뜨개질 모임. 맛있는 타코와 음료를 나누며 여섯 명이 둘러앉아 뜨개질한다. 손과 바늘 끝에서 물빛 스웨터, 베이지색 목도리, 노란색 아기 털모자, 검정 털모자가 만들어진다.

 

사진 김연주

비건밀카페 숲은 대구지하철 2호선 임당역과 남매지 사이에 있다. 영남대에서 불과 지하철 한 정거장 거리. 학생 손님도 눈에 띈다. 숲에서는 친환경 생활용품, 세재뿐만 아니라 비건 샐러드, 비건 요거트, 생과일주스 등 음료를 판매한다.

숲에서는 종이팩과 사용하지 않는 텀블러를 수집한다. 기증받은 텀블러는 ‘용기 없는’ 손님에게 보증금을 받고 대여한다. 최근에는 브리타정수기 필터 수거함*도 비치했다.

숲을 운영하는 장태인 대표는 숲에서 첫봄을 맞으며 새로운 활동을 준비한다. 3월 중순부터 <에코페미니즘>을 함께 읽는 ‘숲에서 책 읽기’ 모임을 시작한다. 영화 상영을 위해 빔프로젝터도 마련했다.

숲은 비건밀카페이자 문화공간, 제로웨이스트 가게, 잠시 멈추고 싶은 이들이 부담 없이 찾을 수 있는 장소다. 점점 더워지는 5월부터 비건 맥주도 메뉴에 더해질 예정이다. “맥주는 모두 비건 맥주 아니야?” 하는 분은 꼭 한번 찾아가 보길. 반려동물 동반 입장 가능.

 

 

◈ 경산 제로웨이스트 가게

북두칠성 푸른 별 instagram.com/7blue._.star

instagram.com/___soop_

용기내요 instagram.com/yonggi_naeyo


*브리타 정수기는 전기를 사용하지 않는 대신 플라스틱 필터를 계속 교체해 주어야 한다. 필터 재활용 여론이 높아지면서 브리타는 수거함을 제작해 필터 수거에 나섰다. _ 기자 주.

저작권자 © 뉴스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