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것을 보고 반전평화라는 큰 틀에서 조금씩 다른 고민을 하고 계실 것 같아요. 한 명 한 명 만나 이야기를 들은 것은 아니지만 양심적 병역거부자라고 해서 모두 같지는 않을 것 같아요.

그럼에도 병역거부자들이 한 공통의 생각이 있을 듯해요. 러시아 군인이라면, 우크라이나 군인이거나 시민이라면 어떻게 할까 하고 말이죠. 이런 생각은 꼭 병역거부자가 아니더라도 여기 모인 분들도 고민해 보셨을 것 같아요.

저도 이 생각을 해봤어요. 이 생각은 굉장히 조심해서 해야 하는 생각입니다. 저는 한국에 있고, 물리적 전쟁을 직접 겪은 적이 없기 때문이에요. 그럼에도 우크라이나 뉴스를 보면 제 경험에서는 이 생각을 멈추는 게 쉽지 않았어요. 몇 년 전에 병역거부자에게 검사가 하는 질문이 ‘1980년 광주 항쟁에서 시민군으로 총을 들 거냐 말 거냐’ 였으니까요.

러시아군의 군인이었거나 징집 대상자였으면, 저는 탈영이나 병역거부를 진지하게 생각했을 것 같아요. 실제 지금 러시아 병역거부 운동 단체는 군인에게 아프다는 이유로 조기 제대를 요청하거나 탈영하라고 얘기하고 있어요. 조기 제대나 탈영을 하자는 방식은 베트남전쟁 당시 반전운동 단체가 한 오랜 반전운동 병역거부 방식이에요.

물론 러시아 군인이 군사 행동에 참여하지 않는 것은 어려운 일이죠.

그렇다면 우크라이나에서 병역거부를 하는 건 어떨까요.

생각을 더 해보기 전에 저는 알 수 없이 슬퍼져요. 우크라이나 군인이나 정치인만이 아니라 시민들이 무장하고 있잖아요. 이들 중에 가족이나 친구, 지인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슬퍼져요. 그들 마음을 전부는 아니더라도 알 것 같거든요.

그럼에도 나는 비폭력 저항을 하겠다고 말하는 것이니까요. 이렇게 생각하면 그냥 슬프다는 생각을 하게 돼요.

전쟁저항자인터내셔널에서 러시아 침공 전에 성명서를 냈어요. 러시아는 국경에서 군대를 철수하라고요. 이 점을 분명히 합니다. 그리고 우크라이나 정부에게 군사적 저항이 아니라 시민 저항을 하라고 해요. 러시아가 새 정부를 세우더라도 정부에 불복종하라고 해요. 불복종함으로써 사회를 지키라고 해요. 비폭력적인 시민의 불복종이 결국 푸틴 정권을 몰아낼 것이라고요.

안타깝게도 결국 러시아는 침공했고, 군사적 저항이 이뤄지고 있어요. 러시아는 점점 공격 강도를 높이고 있고, 서방 국가는 우크라이나에 계속 무기를 공급하고 있어요. EU는 처음으로 무기를 구입해서 우크라이나에 제공한다고도 해요.

하지만 이런 일들만 일어나고 있는 건 아니에요. 제가 말하지 않아도 이미 트위터나 페이스북에서 많이 보고 계실 거예요. 히틀러에게서도 살아 남았으니 푸틴에게서도 살아 남겠다고 말하는 할머니 사진을 보기도 하고요, 우크라이나 원전 주변 주민들이 바리케이드를 치며 몸으로 군대를 막았다는 기사도 보죠.

3월 1일 미국 방송 ‘데모크라시 나우’에 출연한 우크라이나 병역거부 평화운동단체 ‘전쟁 너머 세상’(World BEYOND War) 활동가 유리 셸리아첸코(Yurii Sheliazhenko)가 언론이 오직 군사적 지원과 방어만 보도한다고 말해요. 무기 없이 탱크를 막거나 도로 표지판을 없애거나 바뀌는 등 비폭력 저항은 무시되고 있다는 것이죠. 어느 마을에서는 평화 집회를 조직하고 군대를 설득하여 탈출한 사례도 얘기해요.

이 활동가는 지금 평화로운 해결 방식을 기대할 수 있는 이유는 군사화에 맞서 난민 인권 활동 같은 꾸준히 비폭력적인 방식을 준비해왔기 때문이라고 해요. 이런 방식의 활동을 군사적 방어가 아니라 사회적 방어라고 얘기하기도 해요. ‘평화를 원하면 평화를 준비하라’는 말이 떠올랐어요.

푸틴에게 해주고 싶다는 말이 있다면 뭘까요?

푸틴은 평화를 이길 수 없다는 말을 해주고 싶어요.

글 / 우공(병역거부자)

※ 3월 4일 금요평화촛불 ‘우크라이나에 평화를’ 집회에서 발언한 병역거부자 우공의 이야기를 보완, 정리한 이 글은 병역거부, 반전평화운동 단체 <전쟁없는 세상> 블로그에서 최초 게재하였습니다. _ 편집자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