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4시 30분에 누룽지를 끓여 먹고 대구에서 출발해 소성리로 갔습니다.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오늘은 날씨가 많이 따뜻했어요. 겨울 추운 날에는 정말 힘들었어요. 그래도 우리 할머니들은 딱 버티고 계셨어요. 지금은 주 3회 들어오는데 들어오기 전날 나간 다음 날 한 이틀은 정신이 없어서 실제로는 일주일에 이틀 정도 일을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근데 주 5일 들어오면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싶어요. 이제 곧 일하는 철이 돌아오는데요. 어떻게 할 수 있을까요. 불안한 건 사실이에요. 캄캄한 한밤중에 홀로 선 것 같은 기분이에요. 끝까지 싸울 수 있을까, 버틸 수 있을까, 그런 말을 하면 막막합니다.
소성리 임순분 님이 말했습니다.
소성리에 사드가 들어오고 문재인 정부는 사드를 빼겠다 했지만, 여전히 사드는 소성리에 있습니다. 그리고 소성리에 사는 주민들은 오늘도 불법적으로 들어와 운영되는 사드를 막기 위해 긴 싸움을 하고 있습니다.
사드가 배치되고 레이더의 정면에 있는 주민 100명이 사는 노곡리에 최근 1, 2년 사이 9명의 암 환자가 발생했고 그중 5분이 돌아가셨다고 합니다. 전체의 10% 주민에게 급작스럽게 암이 발병한 것인데, 달마산 자락 바로 아래 청정지역 노곡리에서 갑자기 바뀐 것은 사드 레이더가 마을을 향해 세워진 것뿐입니다. 어느 정도인지 알 수도 없는 전자파가 사드 레이더 기지에서 방출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인과관계를 확인해 줄 전자파 계측이나, 관련 연구, 조사조차 전혀 진행되지 않고 있습니다.
또 한국 군인들이 사드 부대를 지키는 일에 배치되어 사주경계를 하고 있습니다. 주한미군 부대를 한국군이 지키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인데, 소성리에서는 그 전례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7년을 하루같이 버텨내는 시간입니다. 정치권의 허울 좋은 약속은 지나간 지 오래입니다. 사지가 덜덜 떨리는 신새벽에 희망을 기대하지만, 무력함이 지배합니다.
얼음같이 차디찬 맞바람이 가슴까지 시리게 하는 오늘. 당연한 무력감 앞에서도 꼿꼿이 자리를 지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하루하루를 그저 성실히 살아가는 것 말고는 달리 방도가 없습니다. 우리가 가진 작은 몸 하나를 일으키는 것부터 우리는 시작할 수밖에 없습니다. 작은 마을 소성리의 외침이 당신의 작은 몸을 들썩이게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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