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슬비가 내린 오늘, 수라갯벌을 걸었습니다. 20년간의 간척 사업에도 살아남은 수라갯벌. 방조제 물막이 공사 후 수년에 걸쳐 조개 무덤이 만들어지며 아무것도 살지 못하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그 와중에 수라갯벌은 금개구리, 흰발농게의 서식처가 되어줬습니다. 해수유통만 된다면 본래의 갯벌 모습을 찾을 수 있지만, 전라북도는 여기에 새만금 신공항을 만든다고 합니다. 현재의 군산 미군기지 바로 옆에 말입니다.

 

새만금 신공항 예정지인 김제 수라갯벌은 새만금개발지 ‘마지막’ 갯벌이다. 사진 한경아

군산, 김제, 부안에 걸친 세계 최장의 방조제는 세계 3대 갯벌로 손꼽히던 새만금 갯벌을 황무지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지역 발전과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갯벌의 생명은 간단히 돈과 맞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죠. 새만금 간척사업을 팔아 많은 정치인이 권력을 누려 왔고, 토건 기업들 역시 자신들의 배를 불려 왔습니다.

그러는 사이 탄소를 흡수하고 강 하구의 물을 정화하고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생명의 터전이었던 새만금은 이제 모래바람이 날립니다. 권력자들이 약속한 미래는 도래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지금의 미래는 기후 붕괴라는 초유의 상황을 만들었습니다. 개발이냐, 보존이냐 하는 선택의 문제가 아닙니다. 자연이 인간에게 보내는 경고에 우리는 시급히 움직여야 합니다. 그런데 여전히 권력자들은 개발을 말하고, 성장을 말합니다. 여전히 새만금 신공항을 만드는 일은 전북의 최우선 과제입니다.

이 절박한 현실에 우리가 버텨낼 수 있는 힘은 함께 하는 동료들입니다. 20년간 새만금 개발에 반대해온 동료들과 함께 전주 시가지를 걸으며 우리가 요구하는 다른 세상을 외쳤습니다. 그리고 마음을 모아 17번째 ‘팽팽문화제’에 함께 했습니다.

생각해 보면 거대한 미군기지 옆에서, 거대한 개발 사업 앞에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막막할 때가 더 많았습니다. 한숨과 눈물, 모멸감의 시간을 버텨야 했습니다. 숨넘어가는 개발의 포화 속에서도 최선을 다해 살아낸 흰발농게처럼, 마지막의 그 마지막까지 우리도 최선을 다해 살아갈 것입니다. 땅을 일구고 모종을 심고 함께 노래하고 웃음을 나누며 동료들과 연대하며 최선을 다한 하루입니다. 다른 세상도 봄처럼 불쑥 다가오길 기대해 봅니다.

“작년에는 한파가 2박 3일씩 세 번 왔어요. 팽나무 옆에 대나무가 작년에는 벌겋게 얼었는데. 올해는 전혀 문제가 없어요. 올해는 한파가 두 번 왔거든요. 1박 2일로요. 그 정도는 견딜 수 있다는 거죠. 대나무 숲에 들어가 봤는데 이미 준비가 끝났어요. 이제 터트릴 준비가 다 됐어요. 봄이 오고 있습니다.”

(최재석)



26일, 팽팽문화제 참가자들이 대파, 씨감자, 딸기 등 모종을 텃밭에 심었다. 새만금 간척 사업, 군산 미군기지 확장으로 사라진 하제마을에 남겨진 팽나무 곁에서 2020년부터 매월 셋째 주 토요일에 팽팽문화제를 열고 있다. 사진 한경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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