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쓴 편지] 진실과 정의 그리고 ‘세월호’
[바람이 쓴 편지] 진실과 정의 그리고 ‘세월호’
  • 평화바람 딸기
  • 승인 2022.04.03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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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평화바람
사진 평화바람

진도 팽목항으로 향하는 봄바람 순례단의 차 안이 조용합니다. 이른 아침 출발이기도 했지만, 세월호를 만나러 가는 오늘 발걸음이 무겁습니다. 구불길을 한참을 달렸지만, 팽목항은 나오지 않습니다. 8년 전 이맘때 애간장을 녹이며 팽목항으로 향했을 세월호 참사 희생자 가족들의 마음은 어땠을까 절로 생각하게 됩니다. 꽃도 피고 새파랗게 봄의 기운이 터져 나오는 오늘 우리는 여전히 드러나지 못한 세월호를 만났습니다.

팽목항과 기억의 숲을 둘러봅니다. 8년 동안 그곳을 지켜온 고영환, 우재 아버님을 만났습니다. 햇살과 바닷바람에 빛이 바랜 시설물들이 그곳에서의 시간을 짐작하게 합니다. 가족들이 한참을 애 끓이며 서성였을 빨간 등대에서 순례단들도 말없이 바다를 봅니다. 국제항을 만들겠다며 포구를 넓히는 공사가 한쪽에선 한창이었습니다.

오드리 헵번의 가족들이 와서 나무를 심게 되었다면서 시끌벅적했던 것과는 달리 기억의 숲에 심어진 나무들은 앙상하고 쓸쓸했습니다. 고 김관홍 잠수사의 동상과 기억의 벽이 그곳에 심긴 나무들의 의미를 알 수 있게 합니다. 매끈하게 깎인 아래쪽 무궁화동산과 비교하면 기억의 숲은 잡초가 무성하게 올라와 있습니다.

“언제든 진도에 방문해 주십시오. 늦게 왔다고 미안한 마음 갖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렇게 잊지 않고 와 주시는 것이 우리에게는 힘이 됩니다. 오시기만 하면 진도의 아름다운 곳들, 맛있는 것들 다 소개해 드릴게요. 여행하러 오셨다가 잠시 팽목항에도 들러 주시면 좋겠습니다.”

고영환 님의 말이 마음을 때립니다. 언제라도 늦은 것은 없으니 미안해하기보다 연대의 마음으로 그곳에 기억과 애도 연대의 흔적이 남아 있을 수 있게 방문하면 좋겠습니다.

목포 신항 세월호를 보러 갑니다. 거대하고 낡은 배를 둘러보며 정성욱 님의 설명을 듣습니다. 배에서 나온 것은 갯벌도 함부로 버리지 않고 보관되어 있었습니다. 100톤 정도의 충격이 가해졌고 그로 인해 급격한 변침. 하지만 낡고 구식인 배를 안전규정을 지키지 않고 운행해서 선체가 급격히 침몰한 것까지가 알게 된 것이라 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왜’ 침몰했는지 그 원인을 알기 어렵습니다.

충격이 어디에서 왔는지, 첫날 항적과 공식 발표된 항적은 왜 다른지. CCTV는 왜 없어지거나 덮어 씌워졌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여전히 침몰의 원인은 명백히 드러나지 않았지만 조사 활동도 올해 6월이 마지막이라고 합니다. 세월호의 진실을 밝힐 수 있을까요. 아니면 여전히 권력자들의 탐욕으로 이 진실은 밝혀지지 못하는 것인가요.

 

사진 평화바람
사진 평화바람

진도에서는 세월호를 기억하기 위한 시설들을 두고 혐오스럽다며, 지겹다며 없애려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목포에서는 영정 사진 훼손이 많아 신항 경계선 안쪽으로 들여놓았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정부는 시간이 지나서 바람과 햇살, 모욕과 조롱에 스스로 없어지길 기다리는 것 같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이미 지난 일이 된 세월호입니다. 하지만 그 누구보다 이 참사를 지난 일로 두고 남은 생을 이어가고 일상으로 돌아가야 할 사람은 유가족들입니다. 하지만 진실 없이, 정의 없이 가족을 마음에 묻을 수 있을까요. 진실이 드러나지 않고 정의가 아직 오지 않은 세월호를 두고 우리 사회가 평화를 말할 수 있을까요.



- 2022. 3.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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