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에서 학부모로 산다는 것

 

농촌의 작은 초등학교에 연년생 두 딸을 보내면서 참 행복했다. 그러나 2011년 큰아이가 중학교를 진학하면서, 그리고 다음 해 둘째 아이까지 중학교에 진학하면서 큰아이만의 부적응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온몸으로 느끼면서 중고등학교는 적당히 타협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4년간의 탈학교 시간과 두 아이의 조기 대학 입학. 그것으로 대강 경북 교육에 대한 나의 저항은 폼 나게 마무리되는가 싶었다.

그러나 2019년 3월 25일 포항 Y 중학교 3학년이었던 고 김건우 학생의 죽음은 경북의 학부모로서 나를 너무나 이기적이고 부끄러운 존재로 만들었다. 존경하는 도덕 교사에게 자습시간에 빌려본 라이트 노벨을 음란서적 취급하며 친구들 앞에서 얼차려와 망신을 당한 것 때문에 학교 건물에서 투신을 한 것이다. 고 김건우 학생의 죽음을 대하는 학교와 사회의 모습은 부모를 더욱 분노하게 하였다. 참교육 학부모회가 경북에서 조금만 더 학생 인권에 대해 제 목소리를 내주었다면 살릴 수 있지 않았을까? 미안하고 부끄러웠다.

고 김건우 학생의 죽음을 계기로 경북의 교육 시민단체들은 깊은 반성과 변화를 위한 각오를 다지게 되었고, 청소년 인권 캠프, 학생인권조례 준비, 학생인권 실태조사 등을 조금씩 챙겨가고 있다.

 

2021년 12월, 경상북도의회 세미나실에서 경상북도 학생인권보호 제도 마련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경북 학생인권조례 제정의 첫삽

 

2021년에는 경북 혁신교육 연구소 공감과 함께 학생인권 소모임 활동을 격주로 꾸준히 지속할 수 있게 되었다. 경북의 교육인권 활동가들의 꾸준한 모임을 통해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것들 인권을 넘보다”, “유예된 존재들” 청소년 인권 독서토론, <상벌점제, 터놓고 이야기해 봅시다> 상벌점제 토론회(5월 12일)를 실시하였고, 7~8월에는 경북 혁신교육 연구소 공감과 전교조 경북지부가 공동 주최하여 ‘2021년 경북 학생인권 실태조사’를 관내 중고등학생 911명을 대상으로 구글폼을 이용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하였다.

‘2021년 경북 학생인권 실태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두발 규제 40% 이상, 복장 규제가 50% 이상, 탈부착 안 되는 명찰이 47.5%, 선도부 지도 단속이 45.8%, 소수이나 직간접 체벌은 9.2%로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휴대폰 사용은 통제 위주가 63.7%로 절대다수였다. 학급이나 학생회 임원 출마에 성적 등 제한이 있는 경우가 29.7%, 여학생 생리 결석을 모르는 경우가 52.7%, 상벌점제는 88.6%가 시행 중이며, 학생 생활규정에서 학생, 학부모, 교사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는 비율은 27.1%에 불과했다.

 

이러한 실태조사를 토대로 10월 2일 온라인 토론회 “경북 청소년 인권을 말하다: 우리들의 학교 생존기”를 청소년 2명, 비청소년 9명이 자율적으로 참여하여 실시하였다.

이후 ‘2021년 경북 학생인권 실태조사’에 따른 의견서를 경상북도 교육청에 제출하였고, 2021년 11월 10일에는 경상북도 교육청과 면담을 했다. 면담에는 경북 혁신교육연구소 공감과 전교조 경북지부, 참교육 학부모회 경북지부에서 5명이 참석하였고, 도교육청에서는 장학사 2명, 장학관 2명, 학생생활과장 1명이 참석하여 개선방안에 대하여 논의하였다.

이후 12월 15일에 김영선 도의원(전 참학 상주지회장) 주관으로 ‘경상북도 학생인권 보호 제도 마련 정책 토론회’를 개최하여 신성호 참학 경북 부지부장, 청소년 2명, 장학관 1명, 교사 3명, 공감연구소 소장 등이 참여하여 청소년 인권조례 제정의 필요와 경북 학생인권 개선에 대한 의지를 다지게 되었다.

이러한 노력들 덕분에 경상북도 의회 김영선 도의원의 대표 발의로 ‘경상북도 학생인권 조례안’이 2022. 3. 11자로 발의 제안되었으나 초기 동의한 의원 12명 중 3인이 동의 의사를 철회하면서 조례안으로 상정하지 못하게 되었다.

「경상북도 학생인권 조례안」 제정에 부동의 한 학생생활과의 검토의견을 살펴보면 “박주민 의원이 대표 발의한 「초·중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제정된 다음에 제정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것, 성적 지향 등 관련 사항이 포함된 학생인권조례는 각종 시민단체별로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서 심각한 사회적 논쟁이 예상된다는 것, 그 외 학생인권이 강조됨으로 해서 상대적인 교권의 부실화, 학생의 자기 권리 강조로 인한 책임감 부재, 교육적인 문제와 학생인권 문제 사이에 발생하는 격차로 인한 생활지도의 문제” 등을 문제 삼고 있다.

경북의 사회 구성원들의 인식과 교육 전문가들의 인권의식, 정치적 편향성 등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의견서이다. 그러나 경북 교육 시민단체들과 참교육 학부모회가 함께 경북 학생인권 개선을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펼치고 있으며, 「경상북도 학생인권 조례안」 제정을 위해 첫 삽을 떴다고 생각한다.

인디언식 기우제는 “비가 올 때까지” 지내기 때문에 한 번도 틀린 적이 없다고 했던가! 경북 학생인권조례 제정도 부단히, 지치지 않고, 학생인권이 정상화될 때까지 노력해갈 것이기 때문에 성공할 수밖에 없다고 믿는다!

 

글 / 신경진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부회장, 경북지부장




※ 이 글은 <학부모신문>에 최초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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