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제목을 이렇게 적었는가? 우리한테 무소유자, 착함을 요구하면서 천사가 되길 강요한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착해지고 싶어 한다. 그런 착함에서 탈피하고 싶다. 사회적으로 보호를 강요받으면서 살아왔던 세월에서, 착한 척을 벗어나지 못한다. 어릴 때 사람들이 보든 안 보든 간에 사람들이 있는 데서 밤에 늦게까지 놀고, 술도 실컷 마시고 싶었고. 제일 하고 싶었던 건 클럽을 가서 방탕 생활을 해보는 것. 그런데 못한다. 아직도 내가 스스로 결정하는 게 어렵다.

지난 4월 7일 오전 10시부터 하는 장애인 권리 보장 및 탈시설지원법 제정을 위한 공청회를 유튜브로 보게 되었다. 공청회에서 주요 논쟁이 된 것은 탈시설지원법이었고, 찬·반으로 나뉘어졌다. 주로 반대가 많이 거론되었다. 발달장애인 당사자가 자립했을 때 사회적으로 안전망이 없어 시설 폐쇄에 불안함을 느낀 것 같았다. 그래서 참석자 대부분은 보건복지부에 발달장애인의 자립 지원 현황과 시설의 실태 현황을 어떻게 파악하고 있는지 물었다. 그중 기억에 남는 것은 공청회에 참여한, 발달장애 자녀 둔 국회의원이었다. 그는 탈시설지원법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보면서 눈물을 보였다. 그리고 ‘왜? 어머님들이 발달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의 돌봄에 대해 불안함을 느끼는가’ 말을 하였다. 또한 발달장애인의 어머님이 돌봄 노동으로 인한 희생 때문에 불안을 느끼지 않게끔 사회적으로 보호가 필요하다고 보았다. 그렇기에 ‘무조건의 탈시설은 필요한가’라고 했다.

그리고 시설 안의 거주인은 장애 유형이 대부분 중복 발달 및 와상장애인이 많다. 거주인 장애인에게 의사결정권이 있지 않은가. 지역사회에서 나왔을 때 안전망이 없다. 최근 노인요양시설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장애인 거주시설 폐쇄가 필요한가, 이것이 주요 논쟁이 되었다. 현재로서 모든 장애인이 탈시설 이후 사회적으로 자립을 했을 때 기반은 부족하거나 없다. 개인적으로도 시설에서 20년을 가까이 살아왔기 때문에 장애인시설 폐쇄의 불안함에 너무나 공감이 간다. 위에 거론 되었던 것처럼 시설 안에는 중복 발달 및 와상 장애인이 많고, 사회에서 보는 기준으로 ‘의사소통 불가’로 보이는 장애인이 대부분이다. 24시간 돌봄은 어려운 경우가 많다. 어쩌면 우리가 보기에 불가능으로 보인다. 그래서 ‘시설 폐쇄’라는 말이 불안함을 만들어 준다고 생각한다. 나도 처음에 불안을 느꼈기 때문이다.

공청회에서는 장애인시설에서 인권침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개선되거나 완화하면 되지 않겠냐는 질문도 많았다. 발달장애인의 결정권을 말하면서 시설도 선택권을 줘야 한다고 했다. 그걸 보면서 나라는 존재가 아직 사회에서, 안정적인 곳에서 보호받으며 살아야 하는 대상이구나 느꼈다. 물론 공청회의 참석자가 나의 장애를 보면 자립할 수 있다고 말할 것 같지만 별개로 나는 그렇게 느꼈다. 의도가 어떠하든 상관없이 사회에서 장애인은 무소유자이고, 안전한 곳에 있어야 하는 존재로 느껴진다. 그러면 시설은 인권침해가 발생하지 않는 좋은 시설인가? 나를 포함하여 장애인은 시설이라는 안전한 곳에서 보호를 받고 살아야 하나?

또한, 발달장애인에게 ‘아이’라는 표현을 많이 한다. ‘어른’의 기준으로 ‘아이’는 순수함을 강요할 때가 많다. 그래서 ‘아이’를 표현할 때마다 순수하고, 착한 사람으로 보이는 것 같다. 사회에서도 아동에게 반듯하고 착한 천사가 되길 강요하는 것 같다. 발달 자녀를 둔 가족 중 한 활동가의 인터뷰에서 “동생은 발달장애인이다. 동생은 10년 넘게 시설에서 살다가 탈시설하고 나서도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어른이 되면 할 수 있다’고 한다.”라고 했다. 동생이 ‘20세 넘은 성인’이지만 시설에서 집단 통제로 개인의 생활을 할 수 없었고, 시설에서 “어른이 되면 할 수 있다”고 들어왔기 때문이라고 했다.

장애가 있는 사람은 무소유자인가? 천사인가? 태어날 때부터 죽을 때까지 사회로부터 격리된 채 보호 속에서 우리는 천사이거나 천사가 되길 바란 것 같다. 그래서 천사가 되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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