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쓴 편지] 봉화의 투쟁이 외롭지 않게
[바람이 쓴 편지] 봉화의 투쟁이 외롭지 않게
  • 평화바람 딸기
  • 승인 2022.04.18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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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동안 포클레인 일하면서 망해 보기도 하고 돈도 많이 벌어봤어요. 깨끗하고 조용한 곳에 살고 싶어서 애당리에 왔어요. 우리집이 이 길 끝에 있는데, 송전탑이 우리집 바로 옆으로 넘어가요. 여기가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인데요, 여기를 지키려고 생각을 안 하는 거죠. 봉화군 인구가 3만 명 정도 되는데, 봉화로 지나가는 송전탑이 83개고 내가 사는 애당2리에 제일 많은 18개가 지나가요. 처음에는 봉화군에서도 반대를 했어요. 근데 시간이 흐르면서 한전하고 합의를 하고 7개 마을 중에 2개 마을이 싸우고 있어요. 한 집에 2천만 원 정도 합의금이 되는데요. 저는 이것도 밀양에서 열심히 싸워서 받게 된 것이라고 생각해요. 밀양도 가보고 홍천도 가보고 소성리도 가봤는데. 소성리에서 제일 부러운 게 젊은 분들이 같이 살면서 싸우더라고요. 여기서는 뭐를 해도 관심이 없어요. 봉화가 작은 지역이라 사람들도 잘나서려고 하지 않죠. 겨우겨우 버티고 쓰러지기 직전이었는데. 여러분이 오셔서 물을 주신 거예요.” (송동헌 이장)

 

경북에서도 가장 오지라는 봉화군 춘양면에 왔습니다. 신한울 3·4호기가 지어지면 동해안~신가평 송전선로가 추가로 건설됩니다. 어제 다녀온 홍천도 이 송전선로 건설로 영향을 받게 됩니다. 이장님의 안내로 고선계곡을 따라갔습니다.

 

봉화 고선계곡 가까운 곳에 송전탑 건설 예정지가 있다. 사진 평화바람

차 한 대가 겨우 다니는 좁은 1차선 도로를 따라 들어갑니다 깊은 골짜기 상상하지도 못한 풍경이 펼쳐집니다. 너무나 맑고 깨끗한 물이 흐릅니다. 쭉쭉 뻗은 나무가 시원스럽습니다. 소나무, 진달래, 이제 막 새순이 나온 낙엽송, 산벚나무도 꽃망울을 터트릴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20여 분쯤 들어가서야 차가 멈춥니다.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이어서 마을 주민들만 경계를 넘어 들어갈 수 있다고 합니다. 바로 이곳에 송전탑이 들어섭니다.

 

4월 15일, 봄바람순례단은 봉화 송전선로 건설 반대 활동 현장을 찾았다. 사진 이재각
15일 저녁, 봉화 억지춘양주민문화센터에서 송전탑 반대 대책위 주최로 문정현 신부와 봉화지역 시민 만남의 자리가 열렸다. 사진 이재각

봉화군 7개 마을이 처음엔 반대했지만 시간이 흘러 합의한 마을들이 생기고 현재 단 두 마을만 남아 어려운 싸움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봉화의 주민들이 봄바람순례단 소식을 듣고 많이 오셨습니다. 한 시간여의 신부님의 말씀 속에 “한 번도 이겨본 싸움은 없지만 후회는 없다”는 말씀이 가슴에 남습니다.

순례단을 집으로 모시고 싶다는 이장님의 간곡한 요청으로 이름도 예쁜 애당2리 참새골로 들어갑니다. 저녁이 되어 찬 공기가 가득했습니다. 환대로 가득한 하루를 마무리하고 생일상 같은 아침상을 앞에 두고 이장님 부부와 긴 이야기를 합니다. 머릿속에 80%가 송전탑 생각이라는 이장님은 체중이 10킬로가 빠졌다고 했습니다.

박은자 님은 “처음에 유인물 나눠 줄 때는 안 받으면 어떻게 하나 걱정이 되었는데. 지금은 아무렇지 않게 일인 시위를 한다” 합니다. 두 분이 마음을 모아 함께 싸우시는 모습이 멋집니다.

오랜 경험을 갖고 있는 순례단의 경험을 나누며 봉화의 투쟁이 외롭지 않게 서로 힘주며 함께 하자고 마음을 나눕니다. 출발 시간이 점점 늦어지고 아쉬운 마음이 가득합니다. 폐를 활짝 열어 공기를 마셔 봅니다. 곧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합니다.

이번 주 군산-삼척-강릉-양양-인제-춘천-횡성-홍천-봉화 정말 먼 거리를 쉼 없이 달렸습니다. 월요일을 시작하며 이 먼 거리를 어떻게 할까 걱정을 했습니다. 하지만 어딜 가던 정말 오길 잘 했다고 느꼈습니다. 산을 넘고 물을 건너 골짜기 골짜기 이야기가 없는 곳이 없습니다. 다섯 시간 넘게 이동을 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인천으로 향합니다.

 

- 2022. 4.16

 

15일, 봉화에서 송전탑 건설 반대 주민들과 봄바람순례단. 사진 평화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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