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환호공원 스페이스워크, 제1호 포항시 ‘차별문화유산’으로 선정
포항 환호공원 스페이스워크, 제1호 포항시 ‘차별문화유산’으로 선정
  • 김운영
  • 승인 2022.04.25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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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스페이스워크(SPACEWALK), “장애인 및 이동약자 시민·관광객의 접근권 박탈”‥ 포항시 대표 ‘차별 관광지’ 선정
420포항공투단, “개선 없으면 포항시 배리어프리(barrier-free) 도시 선언, 공허한 말에 불과”
“이동권·접근권 관련 구체적인 배리어프리 달성 계획, 포항시 내놓아야” 주장

 

포항시 환호공원의 ‘스페이스워크’(SPACEWALK)가 ‘제1호 포항시 차별문화유산’으로 선정됐다.

지난 18일, 제42회 장애인차별철폐의날을 맞아 포항시 최초로 <제1회 포항시 차별문화유산 시상식>이 포항시 환호공원 스페이스워크 앞에서 개최됐다. 특히 이번 시상식은 올해 초 이강덕 포항시장(현 예비후보)이 포항시를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더불어 살아가는 배리어프리(Barrier-Free) 도시”로 만들겠다고 선언한 데 이어, 그동안 포항지역의 장애인 이동권·접근권 보장과 배리어프리 도시 구축을 위해 활동해온 시민단체들이 중심이 되어 보다 구체적인 포항의 배리어프리 비전을 제시한 자리였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작지 않다.

 

18일 환호공원 스페이스워크 앞에서 열린 제1호 포항시 차별문화유산 시상식 현장  

이번 시상식을 주관한 420장애인차별철폐 포항공동투쟁단(이하 ‘420포항공투단’)은 포항 환호공원에 설치돼 작년 11월 개장한 스페이스워크를 ‘제1호 포항시 차별문화유산’으로 선정하며, 선정 이유로 크게 네 가지를 제시하였다.

420포항공투단이 밝힌 선정 이유는 ▲100% 계단 구조인 비장애인 중심 디자인으로 인해 장애인 및 이동약자들의 접근권이 원천적으로 박탈된 점, ▲환호근린공원이라는 ‘시민’공원의 중심부를 차지하면서도 정작 장애인 및 이동약자 등 특정 시민의 이용이 불가해 시민에게 차별과 박탈감을 유발하는 점 ▲포스코(POSCO)와 포항시가 밝힌 바와 같이 다양한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위원회 등을 통한 디자인 선정 과정에도 불구하고 접근성 문제가 배제된 점, ▲최종 선정된 디자인이 이미 2011년 독일 뒤스부르크 앵거공원에 설치된 작품(Tiger&Turtle)을 따른 것으로 원작품 역시 장애인 접근권을 제한하는 차별적 시설물인 점 등이다.

그러나 이날 시상식 참가를 위해 스페이스워크로 이어지는 가파른 오르막길을 힘겹게 오른 장애인들의 증언을 통해 ▲스페이스워크까지 접근하는 과정(특히 가파른 오르막길)에서도 장애인 접근권 보장을 위한 편의 제공을 받을 수 없다는 문제가 추가로 제기됐다.

 

발언하는 김명동 포항시민단체연대회의 상임대표

행사는 시상식에 참석한 이들이 발언을 통해 배리어프리 도시 포항을 위한 변화를 촉구하는 것으로 그 포문을 열었다.

김명동 포항시민단체연대회의 상임대표는 “장애인 및 이동약자도 이 사회의 시민이고 구성원이다. 똑같이 자유를 누리고 똑같이 맛보고 똑같이 즐길 권리가 있다”라며 포항시가 “그들에게 최소한의 인간의 권리, 인간의 자유를 누릴 수 있도록 장벽을 조금씩 낮춰가야 한다”고 변화의 방향을 제시했다.

김성열 정의당 경북도당 포항시위원회 사무국장의 발언도 이어졌다. 그는 “이강덕 포항시장이 배리어프리 도시를 선언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이런 시설물이 장애와 비장애를 가르고 있다. 여기서부터 우리 인식의 차별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나는) 십 년 전 교회에서 장애인 친구를 만난 것을 계기로 내가 누려오던 권리가 당연한 것이 아니며 누군가에겐 차별이자 누릴 수 없는 일상일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금은 그 친구와 함께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시민분들도 주위에 몸이 좀 불편하시거나 장애가 있어서 함께 이동하기 힘든 가족분들이 있으면, 체념하지 말고 함께 이동할 수 있도록 시민으로서 주체가 되어 그 권리를 찾았으면 좋겠다”라고 시민들에게 제안했다.

 

발언하는 김성열 정의당 경북도당 포항시위원회 사무국장

김재섭 포항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는 중증장애인 당사자로서 포항시의 이동권 현실을 규탄했다. 김 활동가는 “동행콜(장애인콜택시)은 장애인과 몸이 불편한 분들을 위한 교통수단인데 (내가) 동행콜을 이용할 때 동행콜 기사님이 ‘동행콜은 병원 갈 때만 이용할 수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라며, “그것은 장애인들의 이동권을 가로막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포항시 관광지의 배리어프리 현실과 관련하여, “연오랑세오녀 상이 있는 호미곶에 간 적이 있지만, 거기에는 장애인들을 위한 편의시설이 하나도 되어 있지 않았다”며 “나도 연오랑세오녀에 대해 구경을 하고 싶었지만 결국 구경을 하지 못한 채 차 안에 있을 수밖에 없었다”라고 증언하기도 했다. 이어 “포항시가 장애인을 무시하지 말고 장애인들을 포함하는 정책을 만들어주길 바란다. 여기 스페이스워크도 오늘 처음 와 보는데, 경사로를 만들고 휠체어가 올라오기 쉽게 만들길 바란다”며 접근권 보장을 촉구했다.

 

김재섭 포항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는 중증장애인 이동권과 접근권 보장을 촉구했다. 그의 휠체어 앞에는 “명절에 고향 가고 싶다!, 광역 장애인 콜택시 시행!”이라고 적힌 피켓이 세워져 있다. 다른 참석자 피켓에는 “장애인은 대중교통 이용 불가! 저상버스 백 프로 도입!”과 “심야에도 자유롭게! 야간 장애인 콜택시 확대”라고 적혀 있다.

참석자들의 발언 이후에는 축사 및 시상이 이어졌다.

시상에 앞서 ‘축사’를 낭독한 백한나 420포항공투단 활동가는 “스페이스워크가 시민공원의 중심부에 놓인 관광문화시설이자 공공미술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장애인 및 이동약자들의 접근을 원천적으로 차단”한다며 “포항시가 배리어프리 도시를 선언한 현재 차별적인 시설물이 ‘핫플레이스’ 또는 ‘관광 랜드마크’로 명명되는 것은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백 활동가는 이번 차별문화유산 시상식을 통해 포항시와 포항시민들이 “(스페이스워크가) 관광객을 불러오는 경제적 효과에만 집중하기보다, 시민공원이라는 최소한의 근린 생활공간에서조차 참여의 기회를 보장받지 못했던 장애인 및 이동약자의 현실을 돌아보는 성찰의 계기를 발견하길 바란다”며 시상식에 담긴 취지를 밝혔다. 시상식에서 하용준 420포항공투단 집행위원장이 스페이스워크를 대신하여 ‘제1회 포항시 차별문화유산 표창장’을 대리 수상했다.

 

‘제1호 포항시 차별문화유산 표창장’을 시상하는 백한나 활동가(좌)와 스페이스워크를 대신하여 대리 수상하는 하용준 집행위원장(우). 그 뒤로 스페이스워크와 스페이스워크를 이용 중인 시민들의 모습이 배경을 이루고 있다.
포항 제1호 차별문화유산 표창장. 전문은 다음과 같다.
“포항시 제1호 차별문화 유산: 환호공원 스페이스워크. 위 관광시설물은 환호시민공원 중심에 자리한 포항의 신흥 관광 랜드마크를 자임하면서도 정작 장애인, 이동약자, 관광약자 시민의 참여 기회 및 접근권을 박탈한 차별적 역량이 인정되므로, 비장애인 중심 사회를 철폐하고 배리어프리 도시를 지향하는 포항시의 대표 차별문화유산(제1호)으로 선정되어 이 표창장을 수여합니다. 2022년 4월 18일 배리어프리포항차별문화유산지정위원회, 420장애인차별철폐포항공동투쟁단.”

시상식의 대미를 장식한 건 뿅망치로 차별문화유산을 두드리는 시민 참여형 퍼포먼스였다. 시상식 참석자와 시민들은 ‘차별관광지 STOP!’, ‘이동권 차별 STOP!’, ‘배리어프리 도시 포항 만듭시다!’라는 문구가 적힌 뿅망치로 차별문화유산 스페이스워크를 함께 두드리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일부 시민은 뿅망치를 소지한 채로 스페이스워크를 이용하여 눈길을 끌었다. 스페이스워크를 이용할 수 없는 장애인 당사자는 스페이스워크 바깥을 순회하며 기둥과 진입로를 뿅망치로 가격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차별관광지 STOP!’, ‘이동권 차별 STOP!’, ‘배리어프리 도시 포항 만듭시다!’라는 문구가 적힌 뿅망치를 든 시민들이 스페이스워크를 이용하고 있다.
스페이스워크의 기둥을 ‘이동권 차별 OUT’이라는 문구가 적힌 뿅망치로 두드리는 퍼포먼스가 진행 중이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중증장애인 당사자가 휠체어 진입이 불가능한 스페이스워크 진입 통로에 가로막힌 채, 뿅망치로 진입 통로를 가격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
한 어린이 시민이 ‘배리어프리 도시 포항을 만듭시다’라는 문구가 적힌 뿅망치를 받아든 채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한편, 배리어프리 도시 선언을 통해 구체적인 배리어프리 정책을 시민들에게 제공해야 할 포항시의 책임 또한 분명해짐에 따라, 포항지역 이동권·접근권 보장을 촉구하는 시민사회의 목소리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시상식이 열린 이날(장애인차별철폐의날) 포항시청 앞에서 개최된 ‘2022년 포항시 탈시설 및 배리어프리 권리 선포식’에서도 420포항공투단은 배리어프리 도시에 대한 비전을 담은 정책요구안을 포항시에 제출한 바 있다.

아울러 420포항공투단은 제1호 차별문화유산으로 선정된 스페이스워크 및 환호공원 내 접근성 개선에 관해 배리어프리 권리에 기반을 둔 조치요구사항을 포항시에 제출하는 방안과 함께, 후속 <포항시 차별문화유산 시상식> 개최 및 차별문화유산 선정에 대해서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뿅망치에 ‘배리어프리 도시 포항 만듭시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뒤로는 스페이스워크와 시민들의 흐릿한 형체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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