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작가가 신간을 냈다거나, 책 제목에 이끌리거나, 아름다운 표지에 홀리는 등 책을 구매하는 많은 이유가 있다. 출판사도 그 이유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무조건 사는 출판사’라는 키워드를 두고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일상의 기쁨과 즐거움을 모아

미야는 ‘나에게 기쁨이자 즐거움이 되는, 생각만 해도 좋은 한 가지를 담은 에세이’라는 타이틀로 ‘아무튼 시리즈’를 출간하고 있는 ‘제철소’, ‘코난북스’, ‘위고’ 출판사를 꼽았다. 아무튼 시리즈는 책장에서 가장 많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서 골랐고, 그중에 가장 좋아하는 세 권을 골라왔다. 『아무튼, 술』(김혼비, 제철소)은 술과 얽힌 많은 이야기를 유머러스하게 담았다. 조용한 곳에서 읽다가 현실로 웃음이 터져 깔깔하고 웃을 수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 『아무튼, 트위터』 (정유민, 코난북스)는 트위터를 아주 오래 사용한 사람들이 알고 있는 그 생태계를 이야기한다. 트위터리안들은 왜 트위터를 놓지 못하는지 알 수 있다. 『아무튼, 언니』(원도, 제철소)는 사는 동안 신뢰와 위로, 공감, 응원을 해준 언니들에 대한 감사들이 적혀있다.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기쁨과 즐거움을 모은 이야기가 50권이 되어간다. 평소에 관심 있던 분야가 있다면 읽어보시라. 큰 공감이 될 것이다.

 

책장 가득 채우고 싶은 취향과 실용

김고라니는 ‘천만 원이 있다면 이 출판사 책을 다 사버리고 싶어!’ 할 정도로 사랑하는 출판사를 골랐다. 먼저 작고 단단하게, 재미있게 독자의 공부를 돕는 책을 만드는 ‘유유’ 출판사이다. ‘땅콩문고 시리즈’는 ‘~~하는 법’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되고 있다. 한 분야에 오래 종사한 저자의 노하우를 문고판의 얇은 책으로 부담 없이 배울 수 있다. ‘문장 시리즈’는 책마다 저자들이 모은 문장 100개를 왼쪽 페이지에 적고, 오른쪽 페이지에는 그 문장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담은 짧은 에세이로 구성되어 있다. 들고 다니기 편하고 독립된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어 틈틈이 볼 수 있다.

SF소설은 과학적 요소들을 이해해야 하기 때문에 장벽이 높다고 얘기한다. 김고라니는 2년 전, SF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춘 작품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김초엽)으로 SF에 흥미를 가지게 되었다. 이다음으로 고른 책은 『나인폭스 갬빗』(이윤하)이었다. 어렵지만 재밌었고 꿋꿋하게 끝까지 읽어냈다고 한다. 그 후 읽은 『밤의 얼굴들』(황모과), 『천 개의 파랑』(천선란)까지 공통점은 바로 ‘허블’ 출판사였다. 좋아하는 취향에 딱 맞게 책을 내주어서 신간 구독이 있다면 당장 하고 싶다고 한다.

 

학문의 장벽을 낮춰주는 시리즈

뚜버기는 역사를 공부하다 보면 종교와 부딪히는데, 그때 읽으면 좋은 책들을 출간하는 곳 ‘비아’ 출판사를 소개했다. 인물과 성경이야기를 종교가 없는 사람에게도 쉽게 설명해 주며 철학적인 관점으로 종교에 대한 이야기를 출간한다고 한다. 다음으로 사상가, 철학자의 책들은 두껍다는 편견을 깨고 얇고 한 손에 들어갈 수 있는 책으로 만들어내는 ‘책세상’ 출판사의 ‘책세상문고’를 골랐다. 인물, 역사, 사회이론의 핵심적인 내용이 있고, 책 분량의 절반은 역자 해제라는 이름으로 역자가 직접 공부한 내용이 압축되어 있다. 비슷한 출판사로 ‘첫단추 시리즈’를 내고 있는 ‘교유서가’를 골랐다. 역사, 철학, 정치, 종교 분야의 이야기를 처음 접하는 사람이 고르면 좋은 책이라고 한다. 철학과 역사 등 학술적인 책들을 절판하지 않고 꾸준히 내주는 출판사에 대한 감사의 마음도 덧붙였다.

 

어떤 것에 대한 무한한 애정

나물은 최근 OTT플랫폼을 통해 지브리 애니메이션을 정주행 중이다. ‘대원IC’에서는 지브리 애니메이션을 아이들도 볼 수 있는 이야기책을 출간하고 있고, ‘학산문화사’에서는 애니메이션의 아트북(이미지 보드, 미술 보드, 장면 스틸사진, 캐릭터 설정과 시나리오가 실린 화보집)을 내고 있다. 이 이야기책과 아트북을 모두 소장하고 있는데 한 권씩 펼쳐볼 때마다 그 애니메이션을 다시 느낄 수 있다고 한다.

한 분야에 마음을 다하여 덕질을 하는 사람의 책을 좋아한다는 나물은 ‘토이필북스’라는 출판사를 소개했다. ‘토이필 북스’는 인형을 좋아하는 이스안 작가의 1인 출판사이며, 키덜트, 호러, 일본 여행, 사진 네 가지 장르 위주로 출간하고 있다. 『장난감 수집가의 음울한 삶』(이스안)은 장난감을 수집해온 저자의 에세이로 누군가의 오랜 친구가 되었던 장난감들이 버려지면 그것을 주워오고, 장난감을 위해 햄버거를 먹는 등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100년 전 사람들로부터

달은은 작지만 개성 있는 출판사로 ‘봄날의책’을 골랐다. 『천천히, 스미는』은 19~20세기의 저명한 작가들의 산문만 모아둔 책이다. 저작권이 소멸된 산문들을 모았고, 번역이 되지 않은 글은 번역을 맡겨서 엮었다. 100년이 넘은 글이지만 낡지 않은 느낌이 들었다고 한다. 20년 넘게 편집자로 출판계에 몸을 담아온 대표의 기획력이 돋보였고 순서를 엮는데 많은 노력을 쏟았음이 느껴졌다. 두 번째 책은 『버지니아 울프의 정원』(캐롤라인 줍)이다. 버지니아 울프가 작가로서 가장 활발했던 20년 동안 머물렀던 ‘몽크스하우스’에서 10년 넘게 살았던 캐럴라인 줍이 그의 정원에 대해 말한다. 책을 펼치면 버지니아 울프가 글 작업을 했던 공간, 정원의 묘사, 현재의 모습들을 사진과 삽화로 보여준다. 화사하며 예쁘고 언제 펼쳐도 기분이 좋아진다. 봄날의책 출판사에서 다른 책을 낸다면 꼭 사고 싶다.

 

응원과 연대의 마음을 담아

달팽은 나이에 따라서 관심 있는 출판사가 달랐다고 한다. 20대 중후반 때는 생태에 관심이 많아 ‘녹색평론사’, ‘보리’ 출판사의 책을 봤었고, 강남역여성살해사건 이후는 ‘봄알람’ 출판사의 책을 많이 읽게 되었다고 한다. 봄알람은 『우리에겐 언어가 필요하다 - 입이 트이는 페미니즘』(이민경)을 시작으로 페미니즘 운동가 또는 그 현장의 이야기, 피해자의 이야기를 책으로 내고 있다. 그중 『성매매, 상식의 블랙홀』(신박진영)을 골라왔다. 관심 있는 책을 만들어내는 출판사이기도 하지만 구매하는 것으로 연대하고 싶은 출판사라고 했다.

인권, 소수자 등 사회의 다양한 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오월의봄’ 출판사도 골랐다. 이 출판사에서 내는 책들은 거대한 위시리스트라고 하며 신기하게도 읽고 싶었던 주제들을 뽑아서 책을 낸다고 한다. 우리 사회가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고, 부각되지 않았던 키워드를 던지고 새로운 관점과 저술가들을 수혈해 주는 출판사라고 한다. 특히 『짐을 끄는 짐승들』(수나우라 테일러)은 장애와 동물권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보여주는 신선한 책이었다고 한다.

신념과 철학을 지키며 일관된 저작물들을 선보이기도 하고 다양한 이야기를 묶어서 세상에 내놓기도 하는 출판사들이 있다. 책을 구매할 때 여러 가지 요소가 영향을 미친다. 이번엔 책 제목과 저자가 아닌 출판사를 고려해 보는 건 어떨까?

 

 

글, 그림 _ 미야

 


※ 뉴스풀과 달팽이트리뷴 기사 제휴로 이 글을 게재합니다. 달팽이 트리뷴은 포항 효자동에 있는 달팽이책방에서 발행하는 신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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