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

 

아기별꽃

 

딱히 할 일이 없다
예정된 일이 하나도 없다는 건
그냥
지내면 된다는 거다

 

아들의 아침을 차려주고
송홧가루 가득한
길을 나섰다

 

300ml 생수
마스크
모자
휴대폰

 

세탁이 끝날 때
맞춰 집으로 돌아올 예정

 

뒷짐 지고
숨을 헉헉거리며
달봉산 등산 시작
나뭇잎이
드디어 그늘을 만들어 냈다

 

자라는 속도가
엄청나다

 

오르는 길가
누군가 편백나무를
길 따라 심어 두었다

 

많이 힘들었을 숨은 노동
존경 표한다

 

내 몸 하나
들고 오르는데
나는 힘들어 죽는다

 

산꼭대기 앉아
마을을 내려다보는 기쁨
역시 송홧가루 천지

 

하산
빨래는 다 돌아간 상태
햇살 드는 마당에
탁탁 털어 널고

 

배고프다
밥 챙겨 먹고

 

사과랑 참외 깎아
통에 담아두고
남편이 냉장고서 막 꺼낸
과일을 싫어해서
미리미리 준비

 

수제 요거트 한 잔
마실 때 전화
점심 드시러 온다는…

 

오늘은
소면과 등심구이
바쁘다
휴일이 뭐 이래‥

 

집 나가면
워킹 맘
쉬는 날은
전업주부
싫다 정말
그렇다고
딱히 할 것도 없다

 

낮잠 한숨 때리고
빨래 걷어 개고
저녁 먹고 나니
하루 다 갔네

 

설거지하기 싫다…
드라마 본다고
누웠더니‥
남편님 오늘 설거지하신다네

 

종일 일하고 왔는데
이건 쫌
놔두면 이따가 할게요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일하고 와도 집안일은 내 몫
휴일에도 내 몫
남편이 해주니 고맙긴 한데
마음이 안 편해

 

이거 이거 병이야
당당하자‥ 미란
잘 자라‥ 미란
고생했어‥ 미란

 

 

사진 아기별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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