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커상 최종 후보 소설가 정보라 작가 인터뷰
부커상 최종 후보 소설가 정보라 작가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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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5.23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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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소설에서 ‘나’는 거의 99% 여성
집에 있는 여성, 엄마, 맏딸, 할머니 등 역할 하는 사람을 대변해서 썼다
세상에 열받는 일이 영감을 준다
데모하게 된 계기는 ‘세월호’

 

소설가 정보라 작가의 작품 『저주토끼』가 세계 3대 문학상인 부커상 인터내셔널부문 최종 후보에 올랐다. 지난 2016년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가 부커상을 받으며 우리나라에도 많이 알려진 상이다. 정보라 작가를 지난 4월, 민주노총 경북본부 활동가대회가 열리는 경주 더케이호텔에서 만났다.

투쟁하는 작가로 이미 알려져 민주노총 조끼를 입고 있어도 낯설지 않게 느껴졌다. 정보라 작가는 올 초까지 연세대 러시아어문학과에서 연구와 강의를 했다.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조합원이어서 가깝게 느껴지면서도 ‘인터뷰를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했는데 정작 정보라 작가는 덤덤한 모습으로 인터뷰에 참여했다.

 

『저주토끼』로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 후보에 오른 정보라 작가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 뉴스풀.

부커상의 문학적 위상에 대해서 정 작가는 “영국에서 영어로 번역돼서 출간된 작품 중에서 선정되는 거니까 위상이 높다고는 하는데 (영어 번역 작품에 한정 돼) 사실 굉장히 협소해지는 측면이 있어요.”라고 건조하게 답했다.

 

정보라 작가의 소설집 『저주토끼』 국문판(2017, 아작)

『저주토끼』는 2021년 영국에서 번역 출간된 후 입소문이 났다. 해외에서 호평을 받으면서 국내에서도 많이 알려지고 팔리고 있다고 한다. 출판사 쪽에 의하면 지난 5년 팔린 책보다 최근에 팔린 책이 더 많다고 한다.

그는 소설집 『저주토끼』에서처럼 약자의 피해에 대해 소설로 응징하는 것이 “비겁하다”고 이야기한다.

“뉴스를 볼 때마다 진짜 너무 속이 터지는데 실제로 제가 해결할 수 있는 게 없으니까 소설 속에서 풀어내는 거죠.”

그렇지만 막 소설에서 뛰쳐나온 듯 현장을 덤덤하게 누비는 작가의 모습은 현실의 모순을 깨고 연대하는 ‘데모하는 소설가’라는 별칭이 무척 어울린다. 그가 느끼는 비겁함이 원동력일까?

정보라 작가의 소설은 약자에 대해 많이 다루고 있다. 특히 여성 문제를 많이 다루며 스스로는 그들을 대변해 소설을 썼다고 하였다.

 

“제 소설에서 ‘나’는 거의 99% 여성입니다.”

“살림하는 여성, 집에 남아 있는 여성, 엄마, 맏딸 아니면 할머니라든가 그런 역할을 맡고 있는 사람을 대변해서 썼어요.”

 

호러 SF/판타지 단편집에 관한 ‘가부장제·자본주의의 불편한 진실을 꼬집는 환상 소설’이라는 외부의 평가처럼 스스로 불편한 인식을 소설 속에서 드러낸다.

정 작가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더욱 부각된 안티 페미니즘 경향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공공연히 조장하는 것에 대해 분노를 토해냈다. 이는 개인의 문제가 아닌 치열한 경쟁을 유발하는 불평등한 사회구조를 원인으로 보았다. 또 입시 중심 교육으로 민주시민 의식을 기르지 못한 학생들에게 차별과 혐오를 조장하여 표를 구하는 정치권을 강하게 비판했다. 대학 강의를 하면서 학생들이 자신의 환경과 가족에 대해서 굉장한 애착을 두는 데 비해 주변에 대해서는 방어적으로 대응을 하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흡사 둥지 안에 머무르기 위해 다른 새를 밀어 떨어뜨리는 광경과 비슷하다고 보아야 할까? 이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특이한 상황이 아니란다.

인터뷰에서 정 작가의 이야기는 소설만큼이나 간결하면서도 막힘이 없다. 슬라브 문학을 전공한 학자답게 이들 국가에서 생활한 경험과 현재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문제를 분석하면서 역사와 정치 상황에 대해 풀어냈다. 최근 수년간 우크라이나에서 여성과 아이가 어떻게 희생되고 있는지 몇 가지 사건을 들어주었는데 그중 자신이 낳은 아이까지 포함해 열 명이 넘는 아이를 매매하려다 발각된 일은 충격적이었다.

또 나치의 최대 피해 국가인 폴란드에서 당시 피해자의 손자, 손녀들이 나치 깃발을 휘날리며 이슬람과 난민에 대한 혐오를 내뱉는 것을 보고 극우화 현상은 세계 곳곳에서 광범위하게 일어나고 있다고 느낀다. 가톨릭 국가인 폴란드에서 낙태를 불법화한 것에 대해 ‘아이를 낳을 권리와 낳지 않을 권리가 모두 재생산권’이라는 것을 상기하며 문제점을 지적하였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부분과 슬라브 국가들의 정치경제적 상황에 대한 대목에서는 기자가 끼어들 틈이 없을 정도로 할 말이 많았다. 2014년 우크라이나에서 있었던 친러시아 대통령 퇴진 요구 시위 이후 그곳 상황을 알고 싶어서 2016년 말부터 우크라이나 신문을 보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래서 일찍 전쟁의 가능성을 파악할 정도로 슬라브 국가들의 정세에 대한 관심이 많다.

 

『저주토끼』로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 후보에 오른 정보라 작가. 사진 뉴스풀

소설을 쓸 때 어디서 영감을 받는지 질문하자 “세상에 열받는 일이 한두 가지여야죠. 그게 영감을 준다고 볼 수 있죠.”라는 답변이 바로 돌아온다. 본격적으로 데모를 하게 된 계기도 세월호 사건 때문이라고 한다. 그전에는 철도 민영화 추진으로 유라시아 철도 개발사업에 참여한 러시아가 지분을 가지게 되면 그것이 무기화되어 앞으로 큰 문제가 될 것이라 여겨 철도민영화 반대 투쟁에 함께 했다고 한다.

정보라 작가는 지난 2021년부터 남편이 활동하는 포항에서 생활하고 있다. 포항에서도 여성단체와 장애인단체 연대 활동에 의욕을 보인다. 소설을 쓰지 않으면 데모한다는 말이 딱 맞다.

정 작가는 포항에서 농성하는 ‘문어’ 얘기와 노동조합을 조직하려다 마는 ‘대게’ 얘기를 썼다고 한다. 이어서 불법으로 돔베기(상어고기)를 만드는 사람들을 추적하는 <상어>를 쓸 계획이라고 한다.

『저주 토끼』에서 보여 주듯이 우리의 일상을 상상력과 대상의 의인화를 통해 전래동화처럼 풀어내는 작가의 작업은 일상적 탐구에서 나온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그래서 그런지 정 작가의 소설은 막힘없이 읽힌다.

부커상 최종 수상 발표는 5월 26일 있을 예정이다. 수상하면 어떨 것 같은지 질문하자 그는 대답했다.

“저에게는 ‘화성에 가면 어떤 기분일 것 같냐?’ 하는 질문과 같은 거예요. 화성에 뭐 누군가가 가겠죠. 그렇지만 화성에 가면 재밌겠죠?”

작가는 무덤덤하게 받아치지만 기대감도 엿볼 수 있다. 여성, 장애인 당사자의 삶과 아픔을 이해하려는 작가의 감수성을 지금처럼 연대가 필요한 곳곳에서, 또 소설 속에서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굳이 화성이 아니어도 좋을 것이다.

 

 


◈ 정보라 작가 인터뷰

 

이용기(이하 ‘이’): 문학에서 부커상이 어떤 위상을 갖는가?

정보라(이하 ‘정’): 세계 3대 문학상이 노벨문학상, 부커상, 프랑스 공쿠르상인데, 일단은 영국에 있는 출판사에서 출간이 되어야 자격이 있다. 영국에서 영어로 번역돼서 출간된 작품 중에서 선정되는 거니까 위상이 높다고는 하는데 사실 굉장히 협소해지는 측면이 있다. 인터내셔널 부커상은 1차 후보 경쟁률이 10대 1 정도였고, 2차 후보는 그거보다 135개 중에서 6개 올라가니까 한 22대 1 그 정도 된다. 그냥 숫자상으로만.

이용기: ‘저주 토끼’가 최종 후보로 선정된 소식을 들었을 때 기분은?

정보라: 우크라이나 침공에 항의하는 집회에서 발표 기다리면서 발언하고 있었는데 홈페이지에 결과 발표가 계속 늦어지는 상황에서 미국 대사관으로 가면서 잊어버렸다. 너무 춥고 그래서 그냥 데모에 집중했다.

이용기: 데모하는 작가라고 소문이 났는데?

정보라: 출판사에서 마케팅으로 그렇게 붙였는데 딱히 틀린 것 같지는 않다.

이용기: 소설은 언제부터 쓰려고 했나?

정보라: 대학교 때 학내 문학상 공모에 소설 쓰면 100만 원 받을 수 있다 해서 썼다.

이용기: 호러는 어떤 장르인지?

정보라: 전설의 고향 같은 게 다 호러다. 어느 나라에나 무서운 얘기가 다 있다. 전래동화 보면 귀신 얘기 나오고, 처녀 귀신 얘기 그게 호러다.

이용기: <저주 토끼> 소설 읽으면서 전래동화 읽는 느낌이 들었다.

정보라: 민담, 전설 굉장히 좋아한다. 전설의 고향도 어렸을 때 굉장히 좋아하고. 공포 영화, 괴담 도시 전설이나 그런 무서운 얘기 되게 좋아한다.

이용기: 소설에서 일상을 차갑고 무미건조하게 풀어낸다. 그게 특별한 기법인지 아니면 작가의 스타일인지?

정보라: 기법이기도 하고. 무서운 얘기를 쓸 때 작가가 막 호들갑 떨면 잠깐만 무섭고 독자분들은 지겨우니까 호들갑을 안 떠는 게 기법상 읽는 사람이 더 무서워지기도 한다. 모든 1초 1초가 다 안전하게 지나가기 전에는 모르는 거니까 일상이 다 무섭다고 볼 수도 있는데, 우리가 그냥 그렇게 생각하면 살 수 없으니까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뿐이다. 원래 산다는 게 앞날을 알 수 없으니까 어떻게 보면 평온한 일상 자체가 무서운 면이 있는 거다.

이용기: 심리묘사를 자세히 하는 부분 없이 전개되는데도 큰 장벽 없이 읽히는데 호러 장르의 표현기법인가?

정보라: 주인공의 심리를 자세하게 묘사하는 방법은 일반적으로 고전적인 문학 장르에서 많이 사용한다. 대중문학은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독자가 지루해하면 그 순간 안 팔리기 때문에 최대한 독자한테 강한 인상을 남기면서 진입 장벽은 낮게, 빨리 사로잡아서 계속 책을 읽게 만드는 기법을 사용해야 된다. 완급 조절을 잘하고 사건이 어떻게든 적절한 장소에 적절한 사건이 일어나게 해야 한다.

이용기: 소설 ‘머리’를 보면서 엄마가 그 배설물의 실체를 보고 혐오하는 표현을 하는데 딸은 덤덤하게 받아들여 좀 의아했다.

정보라: 그거는 한국뿐만이 아니고 어느 나라에서나 여성들이 주로 그런 상황에 많이 처하는 것 같다. 집안의 지저분한 일이나 자질구레한 일들은 주로 여성 중에서도 엄마 혹은 맏딸이나 그런 사람한테 많이 돌아간다. 예를 들면 바퀴벌레가 자꾸 나온다거나 화장실이 자꾸 막힌다거나 하는 일은 집에 하루 종일 있는 사람한테는 굉장히 고통스럽다. 그게 집안에서 일어나는 일이기 때문에 다른 가족들한테는 그게 별로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문제다. 예를 들면 직장이 망한다거나 학교에서 모의고사를 본다거나 교육감이 온다거나 이런 거는 큰일이라고 생각하는데 집 안에 바퀴벌레가 나오는 건 아무도 큰일이라고 생각 안 한다. 그런데 집에 하루 종일 있는 사람한테는 집에 대해서 고민하고 집을 돌보고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문제를 해결하는 역할이 몰린다. 살림하는 여성, 집에 남아 있는 여성, 엄마, 맏딸 아니면 할머니라든가 그런 역할을 맡고 있는 사람들을 대변해서 썼다.

이용기: 소설을 읽으면서 깜짝 놀랄 때가 있었다. 스스로 ‘성인지 감수성이 꽤 있다’라고 생각했는데 『안녕 내 사랑』에서 “춤을 추면서 딱딱한 로봇의 가슴”, “장 안에 있는 1호를 들어 옮기면서 나보다 크고”라는 표현을 읽으면서 ‘왜 그렇지?’ 하다가 ‘나’가 여성이구나, 라는 것을 깨달았다. 의도적으로 ‘나’가 굳이 성(별)이 표현 안 되게 표현하고 출발을 하는지?

정보라: 제 소설에서 ‘나’는 거의 99% 여성이다.

이용기: 앞에서부터 생각하니까 이해가 되더라. 『즐거운 나의 집』에서도 보면 아이가 등장한다. 처음에 몇 페이지 읽을 때는 당연히 ‘이 부부의 아이겠구나!’라고 생각했다.

정보라: 그것은 의도한 거였다. 여자하고 아이가 같이 있으면 아무도 의심하지 않고 그 여자의 아이라고 생각하더라. 이것도 사실 집회 나가서 깨달은 거다. 모르는 아이가 제 옆에 있었는데 부모를 찾아야 되는데 모르는 주변 분들이 다 제 아이라고 생각하더라. 그때 명확하게 느꼈다. 여자하고 아이가 같이 있으면 그냥 무조건 그 여자의 아이라고 생각하는구나. 아이와 여자를 독립된 존재로 생각하지 않는구나. 그래서 의도적으로 그렇게 썼다.

이용기: 소설을 처음 읽었는데 굉장히 익숙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정보라: <저주 토끼>는 할아버지가 손자한테 해주는 얘기처럼 쓰기도 했고, 그리고 일본 괴담처럼 써보고 싶어서 쓴 얘기도 있다. 제가 항상 그렇게 쓰는 건 아닌데 이 책에는 옛날이야기 분위기가 많은 작품이 있다.

이용기: 소설에서 자본주의와 약자의 고통에 대해서 들춰내는 부분은 의도적인 것인가?

정보라: 늘 그런 소설만 쓰는 건 아니었는데 어떻게 하다 보니까 그렇게 되었다. 특히<저주 토끼> 표제작은 쓰레기만두 파동 때문에 너무 화가 나서 쓰게 된 거다. 그 피해자분(사장)한테 너무 부당한 일이었지 않나. 제가 그 당시에는 유학 가 있어서 한국 신문기사에서 보기는 했는데 당연히 피해자 쪽에서 뭔가 잘못하신 줄 알았다. 쓰레기 원료가 사용된 만두는 ‘대부분 군부대로 들어가거나 외국에 수출되었다.’라고 기사에 나오니까 ‘내가 한인마트에서 사 먹은 그 만두였구나. 맛이 좋았으니까 됐지.’ 이렇게 생각하고 넘겼다.

그런데 몇 년 지나고 한국에 와서 알게 됐다. 전혀 피해자분이 잘못한 게 없는 사건이었다. 아드님 인터뷰를 봤는데 정말 억울하시겠더라. 결국 아버님(사장)께서 돌아가셨고 집안이 완전히 망했더라. 대기업이 이윤을 위해서 중소기업과 그 가족을 다시는 일어날 수 없게 짓밟았다. 또 주류 언론은 처음에는 굉장한 연쇄 살인마라도 발견한 것처럼 그렇게 여론몰이로 한 집안과 사람에게 피해를 주고도 사실이 밝혀졌을 때는 외면하고 보상하지도 않았다. 저도 잘못 알고 있었고, 그게 너무 미안하고 화가 나더라.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 자영업자는 가족이 다 달려들어서 가게 하나에 가족의 명줄이 달려 있다. 진짜로 삼족을 멸하는 소설을 써보고 싶었다. 그게 저의 ‘저의’였다.

이용기: 데모하든지 저주하든지(웃음). 저주 소설을 굉장히 많이 쓰셨네요. 영감은 어디서 얻는지?

정보라: 세상에 열받는 일이 한두 가지여야지. 그게 영감을 준다고 볼 수 있다. 페이스북에서 보는 그런 얘기들도 그렇고. 우크라이나가 2013년 11월부터 2014년 2월까지 석 달 동안 제일 추울 때, 지금 폭격 맞고 있는 키이우 중간 딱 중앙에 독립 광장이 있는데 거기에 모여서 시위를 했다. 그게 원래는 유럽연합에 가입하자는 시위였다가 유럽연합에 가입하지 않으려는 친 러시아 대통령 물러나라는 시위가 됐다. 그게 한국에는 ‘유로마이단’으로 알려졌는데 우크라이나에서는 ‘존엄 혁명’이라고 한다. 2016년 말부터 우크라이나가 한국보다 촛불 시위를 먼저 했으니까 정권 바뀌고 나면 어떻게 되는가 알고 싶어서 우크라이나 신문을 열심히 보기 시작했다.

이용기: 소설이 현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정보라: 정말 강렬하게 어떤 걸 원하는데 가질 수 없으니까 소설, 글이라도 쓰는 거다. 그분들을 위해서 이런 괴로운 상황들이 좀 해결이 됐으면 좋겠다.

이용기: 최종 발표는 5월 26일이다. 상 받으면 뭐 할 건가?

정보라: 그런 질문 꽤 많이 받았다. 상을 받으면 어떤 기분일 것 같냐? 저에게는 그 화성에 가면 어떤 기분일 것 같냐? 화성에 가면 뭘 할 거냐? 하는 질문과 같은 거다. 화성에 누군가가 가겠지만 제가 가지는 않을 거다. 그렇지만 화성에 가면 재밌을 거다. 상 받으면 좋겠죠?

이용기: 앞으로는 어떤 글을 쓰고 싶은가?

정보라: 쓰고 싶은 글은 많이 있다. 일단은 남편을 주연 혹은 조연으로 해서 문어하고 대게를 이미 썼고. 문어는 농성하는 얘기고 대게는 노조를 조직하려다 마는 얘기이다. 노동하고 관련 있는 얘기를 썼고, 이어서 <상어>를 쓰려고 한다.

이용기: <상어>는 어떤 내용인가?

정보라: 불법으로 돔베기(상어고기)를 만드는 사람들을 추적하는 그런 얘기이다. 저희 어머님이 얼마 전에 전동 스쿠터를 사셨다. 그래서 어머님이 전동 스쿠터를 타고 사기꾼을 쫓아가는 추격전을 벌일 거다. 어머니 운전을 되게 잘하신다.

그리고 재작년에 팬데믹 직전에 쓴 소설이 진통제에 대한 소설이었다. 그때는 통증에 대해서 얘기를 써보고 싶었다. 근데 그 직후에 팬데믹이 되면서 그 고통의 종류가 무한히 늘어나서 기침이 계속 나오는 것도 고통이고, 숨을 못 쉬는 것도 고통이고, 진통제로는 어떻게 해결이 안 되는 고통의 종류가 너무 많아져 수정을 해야 될 것 같은데 생각만 하고 수정을 못하고 있다. 지금 당장은 그렇다. 앞으로도 계속 쓰지 않을까?

이용기: 『안녕 내 사랑』 그 소설을 보면 끝에 로봇이 1호의 감정을 다운로드해 그 감정을 가지고 있다. 그 상태에서 주인에 대응하는데 ‘로봇과 인간 간의 감정 교류가 앞으로 가능할 수 있다’고 생각을 하고 썼나?

정보라: 아니다. 그 반대의 얘기였다. 사람은 뭐든지 사람 중심으로 생각한다. 자기가 사람이기 때문에 뭐든지 인간 중심으로 생각하고, 반려동물들 보면 고양이나 개한테서 인간과의 유사점을 발견하고, 이렇게 아이 같다고 느끼기 때문에 두세 살짜리 아이와 지능이 같다고 생각하며 대한다.

그게 잘못됐다는 게 아니고 사람이니까, 다른 종이나 다른 존재를 사람처럼 생각하고 싶어 하는 성향이 있다. 기계는 사람이 아니다. 기계는 생물조차 아니어서 그게 뭘 생각하고 뭘 느끼는지 사람으로서는 전혀 이해할 수 없을 거다. 그러니까 로봇 공학을 하시는 분들도 그 속을,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전부 이해하고 있더라도 본인이 로봇이 아니기 때문에 인간은 기계를 이해할 수 없다. 인간이 인간을 이해하듯이 그렇게 이해할 수 없을 거다. 그러니까 로봇이 나한테 어떤 감정을 느낀다고 해도 그건 로봇의 감정이지 인간의 감정이 아닐 것이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 작동하는지 사람은 알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용기: 어떻게 소수자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되었나?

정보라: 엘리트주의에 잘 적응을 못 해서 항상 그 안에서 겉돌고 있었다. 혹은 ‘나는 가짜고 쟤네들이 진짜다.’ 이런 생각을 좀 많이 했었기 때문에 그런 느낌이 항상 있었다고 생각한다. 외국에 나가 있을 때도 거의 다 백인들의 나라를 돌아다녔기 때문에 그게 제 이력 상으로 보면 되게 화려해 보이는데 제가 그 안에서 적응을 잘했거나, 그 안에서 그 공동체의 일원이라고 느꼈거나 그런 적은 별로 없었다.

이용기: 초·중·고등학교나 어릴 때 성장 배경하고 관계가 있나?

정보라: 그것은 잘 모르겠다. 저는 굉장히 유복한 집에서 엘리트주의 부모님한테서 자라서 제가 왜 그 정반대 성향을 가지게 됐는지 잘 모르겠다.

데모를 하게 된 계기는 세월호 때문이었다. 그전에 시작은 철도 민영화 반대 시위할 때 그때 처음 나갔다. 그때도 강의를 하고 있었는데 북한과 러시아 사이에 있는 한반도 종단철도하고 시베리아 횡단 철도를 연결하는 지점을 잇게 하는 사업을 2000년부터 시작해서 2013년에 완공이 됐다. 거의 10년 넘게 걸린 정말 장대한 사업이었는데, 한국이 발주하긴 했지만, 거기에 공사를 한 주체가 러시아였다. 그랬는데 철도 민영화를 한다고 하고, 만약에 러시아가 기관 시설의 지분을 사거나 구간을 사거나 해서 소유권을 가지게 된다면 혹은 러시아가 어떤 식으로든 끼어들 수 있게 되지 않나. 통일이 돼서 계획대로 진행이 되면 수익도 수익인데 부산이 아시아 전체의 물류 중심이 된다. 그러면 한반도가 지정학적으로 굉장히 중요해지고, 국가의 위상이 엄청 높아진다. 수업 시간에 러시아 문화와 시베리아 철도 얘기를 하면서, 민영화를 해서 나라(러시아)가 국가 기간 시설에 지분을 사거나 구간을 사거나 어떤 식으로든 그 권리를 주장할 수 있게 될 수 있는 미래가 눈앞에 있는데 수업 시간에 입으로만 떠들 수는 없더라. 그래서 나갔다. 그랬다가 세월호 농성장에서 방학 동안에 거의 한 달 반 살았고. 그때는 뭐 민주노총 다 오셨으니까. 그리고 막 온 세상 사람이 다 와서 서명해 주셨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에서 장애등급제 부양의무제 폐지하라고 2012년부터 광화문 지하에서 농성하고 계셨다. 그분들은 농성장이 다 차려져 있었는데, 세월호 부모님들은 그냥 돌바닥에 땅바닥에 그냥 앉아 계셨다. 그러니까 막 탈진하시고 그러면 그 아래로 모셔다가 전장연 농성장 침대 같은 거에 누워 있게 해주시고, 우리 서명 물품 다 맡아 주시고 피켓도 다 맡아 주시고. 쓰레기봉투도 훔쳐서 쓰고 그랬다. 그분들이 2017년에 나가실 때까지, 그때 보건복지부 차관인가 와서 등급제, 부양의무제 폐지하겠다고 거짓말해서 농성 끝날 때까지 3년 정도를 그렇게 신세를 졌다. 제 인생에서 평생 가장 괴로웠다. 그만큼 받았으면 갚는 게 있어야지. 그리고 그렇게 잘 싸우시는 분들은 본 적이 없다. 진짜 멋있다. 그래서 따라다녔다. 너무 좋았다.

그리고 행동하는 성소수자인권연대, 조각보, 성소수자 단체도 우리 문화제는 다 오셨다. 그러면 또 우리도 가야지. 그러니까 거기서 다 만나서 같이 여기저기 다녔다. 맨날 여기 가면 아는 사람 있고, 저기 가면 아는 사람 있고, 그래서 찾아가고. 딱히 뭐 소수자에 대한 관심 이런 거창한 것이 아니다. 그때 받은 거는 아마 평생 못 잊을 거다.

이용기: 포항에 오려고 결심하는 과정에서 고민은 없었나?

정보라: 고민이 많이 있었다. 그때는 강의를 계속할 생각이었으니까 학교가 제일 큰 고민이었다. 팬데믹이 언제 끝날지 몰랐고 백신만 나오면 끝난다, 단순하게 생각했으니까. 포항에 있다가 서울에 계속 와서 수업을 해야 되면 어떡하나 그런 걱정도 있었고. 학교에서 송도 캠퍼스를 만들었으니까 만약에 송도에서 수업을 해야 되면 포항에서 송도는 정말 무린데 이를 어쩌면 좋나. 그런 쓸데없는 고민을 했는데 학교를 그만뒀더니 그 고민이 다 해결됐다.

이용기: 포항에서 문화적 차이나 이런 것으로 어려움은 없는가?

정보라: 포항에서는 집 밖에 잘 안 나가서.

이용기: 포항여성회, 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 이야기를 들었다.

정보라: 딱 한 번 했는데 내가 뭐 대단한 거 한 것처럼 알려졌나 보다. 포항시가 장애인 활동 지원 24시간 해주지 않는 문제, 포항시에 일정 기간 이상 거주해야 자격을 준다고. 일상생활을 영위할 자격을 시청에서 주겠다는 게 얼마나 오만한 생각인지 잘 모르시는 것 같다. 시청 앞에 두 분이 와서 계속 피켓시위를 하고 계시기에 제가 언제나 그렇듯이 동지들한테는 음료수를 사서 갔는데, 진짜 비장애인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더라. 그분들이 컵을 손으로 잡고 드실 수 없다는 거를 몰랐던 거다. 지금도 너무 창피하고 부끄럽다. 제가 얼마나 시혜적으로 보였겠나. 마실 수 없는 음식을 주면서 동정하는 것처럼 보였을 거 아닌가. 그래서 너무너무 죄송하다.

비장애인을 교육하면 비장애인도 할 수 있다. 제가 장애 여성 공감에서 3주 동안 교육받으면서 얻은 교훈이었다. 학생 중에 장애인들이 있었기 때문에 교육받으려고 간 거였는데, 거기에서 교육받으신 분들이 3주 동안 100시간 듣고 나더니 어딜 가나 눈에 불을 켜고 경사로를 찾으시더라. 나중에 동부지방법원하고 해바라기 센터에 갔는데, 해바라기센터 복도 왜 이렇게 좁냐고 여기 휠체어 들어올 수 있냐! 이러면서 복도 폭을 재고. 그리고 동부지법에 갔는데 왜 판사석 올라가는 단에 경사로 없냐고 장애인은 판사 되지 말라는 거냐고(웃음). 비장애인도 할 수 있다. 어떻게 해야 쓸모 있는 비장애인이 될 수 있는가를 배우고 싶다.

이용기: 포항이 따뜻한가?

정보라: 해는 따뜻한데, 바람이 많이 분다. 아파트가 10층인데. 예전에 27층 살았을 때도 바람 소리가 그렇게 무섭진 않았는데, 여름에 태풍 불 때나 그랬지. 근데 포항은 상시 그런 태풍 불 때 바람 소리가 계속 들리더라.

이용기: 집에서 소설을 쓰는가, 아니면 어디 가서 하는가?

정보라: 그냥 집에 있다.

이용기: 소설책을 6권인가 냈나?

정보라: 단편집이. 옛날에 냈던 두 권은 절판됐다. 그다음에 두 권 더 나왔고. 그리고 장편을 세 개 썼으니까, 그러니까 지금 현재 구할 수 있는 건 5개다. 쓴 걸로만 치면은 단편집 4개 장편 3개 이렇게.

이용기: 이제 책이 많이 나오겠다.

정보라: 출판사 사장님이 아주 기뻐하셨다. 생전 처음 1만 권 주문해 보셨다며.

보통 소설 1000권에서 1500권 정도 찍는다. 롱 리스트 3월 초에 발표하고 나서 지금까지 팔린 책이 지난 5년 동안 판 책보다 많다고…. 그래서 이게 기뻐해야 되는 건지 슬퍼해야 되는 건지. 좀 슬플 것 같다.

이용기: 청소년들이 읽을 만한 책을 쓸 생각은 없는가?

정보라: 전혀 없다. 저는 섹스, 폭력 없으면 책을 못 쓰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억지로 어린이 청소년 책을 안 쓰는 것은 아니고 단편을 두 개 쓰기는 했다. 하나는 재작년에 광주민주화항쟁 40주년 기념 단편집을 내고 싶다고 출판사에서 제의해서 <행진>이라는 단편으로 참여를 했다.

그리고 자동차가 주인공인 소설을 썼다. 그거는 일단 섹스는 없고, 자동차가 주인공이기 때문에. 굉장히 폭력적이지만 나오는 인물이 사람이 하나도 없고, 다 기계이기 때문에 웬만큼 폭력적이어도 되겠지. 로봇이 주인공이면 그게 좋더라, 그냥 부숴도 되더라. 그래서 마음껏 부수고 그런 소설을 썼다.

독자: ‘(이름표에) 비정규교수노조’라고 적혀 있는데 노조 활동은 언제부터 시작했는가?

정보라: 세월호 농성장에서 (비정규교수노조) 노조원들이 오셨기 때문에. 그래서 검색을 해봤더니 나도 노조가 있었구나, 알게 됐다. 그래서 가입을 했다. 2015년에 가입했는데 가입하고 나서 한 반년 정도 동안은 아무도 저에게 연락을 하지 않아서 조합비만 내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가, 서울대 음대에서 강사 선생님들 대량 해고 사태 나고, 그게 2015년 말이었다. 2016년 초에 학내 집회하고, 강의 끝나면 서울대 가서 같이 집회하면서 좀 활동 다운 활동을 하게 됐다.

이용기: 긴 시간 동안 소설 이야기 그리고 그만큼 흥미로운 삶과 고민 이야기를 들려주셔서 너무 감사하다. 앞으로도 데모의 현장에서, 또 현실을 꿰뚫어 사회를 고발하는 소설로 자주 만났으면 한다. 좋은 소식이 있길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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