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일상 속에서 어떤 차별과 혐오를 만들어내는가?”

 

오찬호 작가 강연 홍보자료

5월 24일(화) ‘김천교육너머’와 ‘전교조김천지회’ 주최로 율곡동 주민센터에서 오찬호 작가의 강연회가 열렸다.

오찬호 작가는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 ‘진격의 대학’, ‘1등에게 박수치는 게 왜 놀랄 일일까’ 등 다수의 책을 출간했다. 그는 또 ‘어쩌다 어른’, ‘차이 나는 클래스’, ‘세바시15’, ‘명견만리’ 등과 다양한 장소에서 우리 사회의 ‘일상 속 차별과 혐오의 씨앗들’이 어떤 형태로 나타나고 그 현상들이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만들고 있는지,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석하고 선택할 것인지에 대해 사회학적으로 짚어내고 톺아보며 강연하는 사회학자이다.

오찬호 작가는 “좋은 사회란 ‘대단한 결심 없이’ 평범하게 살아도 인간의 존엄성이 보장되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오 작가는 강연에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불평등에서 ‘벗어나기’가 아닌 불평등의 ‘크기’를 줄이기를 어떻게 할 것인가. 소득 격차, 양극화, 빈곤, 자살 등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현상을 이야기한다. 인간의 존엄성은 밥만으로 충족되는 것이 아니다. 그 사회의 문화에 걸맞게 책도 읽고, 여행도 하고, 영화도 볼 수 있는 사회가 될 때 존엄성을 유지할 수 있다.

 

오찬호 작가 강의 모습
강의하는 오찬호 작가

기술적 성장만으로 인간은 “행복해”라고 말하지 않는다. 물론 예전보다 양성평등, 경제 등이 나아진 건 사실이지만 성장론에 매몰되어 여전히 불편한 것들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할 수 없고, 지금의 문제가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게 하거나 생각하는 것은 모르는 것에 색안경을 끼지 않고 보는 것이 긍정적인 것을 좋은 쪽으로 해석하는 것이 긍정인 것처럼 왜곡되는 것이다.

좋은 쪽으로 해석하는 것은 긍정이 아니다. ‘장애 극복’, ‘좋은 어머니상’, ‘1등에 박수치기’ 등이 미담처럼 만들어지고 훈훈하고 만들고 이야기하기에 좋지만, 어느 1인의 극복과 생활의 좋은 해석이 사회적으로 될 때 그것이 기본이 되는 양 ‘다른 사람도 그렇게 해야 된다. 그렇지 않은 사람은 성실하지 않다, 좋은 어머니가 아니다’등의 왜곡된 평가를 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훈훈한 평가의 결과는 남·여, 공부 잘하는·못하는, 날씬한·뚱뚱한, 돈 많은·적은, 장애·비장애로 구별하게 하고 그러한 구별하기가 차별과 혐오를 일상에서 더 공고하게 만든다.

1등은 당연히 존재하지만 ‘1등에게 어떻게 대우하는가’는 다른 문제이다. 1등에게 박수를 보내는 것의 의미는 뭘까? 5등은, 꼴등은 노력하지 않았는가? 1등이 노력을 할 수 있는 배경은 무엇이 있는지, 1등을 할 수 있는 환경은 어땠는지를 봐야 함에도 우리는 결과에 박수를 보냄으로써 1등 외 나머지 사람에 대해서는 ‘아무렇게 대해도 된다’는 인식으로 자라나게 된다.

그러한 인식은 성소수자, 난민, 자살자, 비정규직과 관련하여 ‘그들과 함께 행복한 사회를 만들려면 자살한 이유를 알아봐야지, 비정규직이 왜 정규직 전환을 원하는지 사회 구조적 문제로 봐야 해’라는 긍정적 해석이 아니라 ‘공부도 못했으면서 노력도 안 하면서 권리만 찾고, 이슬람은 무조건 나빠’ 등으로 차별적 혐오적 해석으로 될 가능성이 크다.

우리는 일상 속에서 복잡하고 다양한 문제를 어떻게 신중하게 생각하고 바른 해석을 하고 있는가, 실수했을 때 똑같은 평가를 받는가를 봐야 한다.

평가로 남보다 착하게, 더 친절하게 포장되는 것은 그 결과가 사회적으로 잘못된 결과로 나타날 수 있다. ˂능력=노력=열정=도덕>을 전제한 능력주의가 선과 악으로 나누고, 능력에 따라 사람을 깔보는 ‘멸시적 학력주의’ 사회를 만든다.

‘경쟁을 다르게 접근하는 것이 죄악시되고 어떤 사회적 환경이냐에 따라 노력의 결과가, 열정이 도덕적으로 멸시되어도 된다’라고 생각하게 되는 사회는 편견을 강화하고 혐오를 낳는 것이다.

차별과 혐오가 심해지면, 차별과 혐오를 피해 노련하게 살아남아야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차별과 혐오를 차별과 혐오로 여기지 않는 감정이 만연해진다.

좋게 보이는 변화를 ‘해석할 때’ 사회의 관성을 고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여성 ‘특유의’ 무엇이라는 분석은 궁극적으로 성별을 이분법적으로 바라보게 하여 성별 ‘차이’가 ‘차별’의 근거가 되는 걸 막지 못하기 때문에 차별에 접근하기 위해선 좋은 의도라는 것의 결과까지 생각해야 한다.

차별에 접근하기 위해선 차별과 무관하다고 여기는 것들을 의심해야 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중립이 아니라 ‘길들여짐’에 대한 의심이며, 우리가 일상 속에서 일어나고 있는 차별과 혐오들의 씨앗이 어떻게 뿌려지고, 자라고 있는지 세심하게 점검하고 찾아내야 한다.

오 작가는 ‘과잉 긍정성을 경계하고, 비판적으로 사회현상을 의심하고, 친숙한 것을 낯설게 보면서 좋은 의도의 좋지 않은 결과를 고민하기, 일상 속 차별과 혐오의 씨앗을 찾고 성찰하기’를 강조했다.

끝으로 오찬호 작가는 문명의 시작이라는 ‘치유된 넓적다리뼈’(A Healed Femur) 비유를 언급하면서 “인간은 ‘어떤 결함, 배제, 경쟁, 도태, 차별, 혐오, 어쩔 수 없는 것’이라는 생각을 멈추고 ‘일상적인 관심, 치유’로 양질의 사회, 좋은 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라며 강연을 마무리하였다.

 

강연 듣는 시민들
강연 듣는 시민들
강연 끝나고
강연 끝나고

 

관련기사

저작권자 © 뉴스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