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5월 24일 포항시청·시의회 앞에서 활동지원 24시간 확대를 요구하며 71일째 1인시위를 이어가고 있는 송정현 씨. 
2022년 5월 24일 포항시청·시의회 앞에서 활동지원 24시간 확대를 요구하며 71일째 1인시위를 이어가고 있는 송정현 씨.

 

포항시청 ㅁㅁㅁ 팀장님.

매일 밤 10시간, 11시간씩 자신의 대변이 가득 쌓인 기저귀를 차고 옴짝달싹하지 못한 채, 제대로 잠도 이루지 못한 채 보내는 지옥 같은 나날을, 쉼도 없이, 평생을 견디고 있어요.

 

포항시청 ㅁㅁㅁ 팀장님.

정현씨는 포항에 이사 온 지 2년이 넘었는데, 포항시는 정현씨의 포항시 거주기간이 짧다는 이유, 정현씨보다 “더 심한 사람이 많다”는 이유, 예산이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 절차상 이런저런 중복지원이 어렵다는 이유, 그러니까 정현씨가 최소한 팀장님과 저같은 비장애인과 동등한 수준의 ‘24시간 존엄과 안전이 크게 저해받지 않는’ 일상을 영위해서는 ‘안 될’ 이유들만 잔뜩 찾아놨더군요. 그 결과 정현씨는 매일 고통과 외로움과 공포 속에 내몰리고 있어요. 정현씨의 건강은 날마다 악화되고 있고요, 유독 상황이 좋지 않은 날이면 자살 충동에 내몰린다는 걸 모르는 주위 사람들이 없어요.  

 

포항시청 ㅁㅁㅁ 팀장님.

포항에 자신보다 더 상황이 심각한 장애인 동료들에게 자신의 호소가 혹여나 욕심을 부리는 것처럼 비춰질까봐 스스로를 검열하던 정현씨는 최근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동료들에게 살려달라고 말하고 있어요. 도저히 버틸 수 없는 상황을 견디고 견딘 끝에, 정현씨는 다른 장애인 동료들과 함께 “나도” 살려달라고 말하는 ‘연습’을, 겨우, 힘겹게 시작한 것처럼 보여요. 그래서 “나”의 권리를 주장하는 정현씨의 호소는 투박해보일지언정 그것이 통과해온 자기검열의 두께만큼 절박하기도 해요. 

 

포항시청 ㅁㅁㅁ 팀장님.

일주일 전이지요. 지난 5월 18일 수요일, 활동지원사가 퇴근한 밤, 정현씨는 여느 때처럼 방에 홀로 남겨졌어요. 주로 야간에 배변활동이 시작되는 정현씨는 혼자서는 절대 화장실에 갈 수 없으므로 자신의 하체를 강하게 조이는 기저귀에 (좌절 섞인) 대변을 보아야 했고, 그날은 밤 9시 경에 일을 보아야 했어요. 다음 날 아침 다른 활동지원사가 출근할 때까지 11시간 동안, (정현씨 자신의 표현을 빌면) ‘똥기저귀'를 차고 뜬눈으로 밤을 지새워야 했어요. 아침에 출근한 활동지원사가 쓰라린 심정으로 닦아주고 약을 발라주고 안정을 취해주기 전까지 항문과 그 주위의 살갗은 뜨겁게 타올랐고 따갑게 부어올랐어요. 지옥같은 수면장애가 일상이 된 지는 오래되었지요. 빌어먹을 여름. 이제 여름이 왔으니 밤사이 방안을 가득 메워 짧은 꿈에서도 맡을 수 있을 ‘똥냄새’는 더욱 심해질 것이고, 전에도 그런 적이 있듯이, 이따금 바퀴벌레와 모기가 몸에 들러붙어도, 정현씨는 충혈된 눈으로 그걸 떼어내보려 하지만 결국 떼어내지 못하고 속으로 울부짖어야 하는 공포의 여름을 그저, 그저 받아들여만 해요. 아마 그 시간, 누군가는 방에서 편하게 과자를 먹으며 유튜브를 시청하거나 인스타그램을 맥없이 구경하고, 누군가는 코로나 규제가 완화된 것에 안도하며 회식 자리를 만들어 술을 마시고, 또 누군가는 그저 '평범'하게 잠에 들거나 스트레칭을 하고, 가끔 화장실을 이용하고, 가끔 산책을 나가고, 가끔 청소도 할, 그렇고 그런 밤이겠지요. 팀장님은 저 중 어디 쪽에 속해 계신가요. 

 

14일,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송정현 씨.
14일,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송정현 씨.

포항시청 ㅁㅁㅁ 팀장님.

그날 밤에도 정현씨는 뜨겁고 따가워지는 살갗을 떼어내지 못한 채 바닥을 기며, 한동안은 잠들어버리길, 제발 잠들어버리길 기도하고, 또 한동안은 죽어버리길, 씨발 차라리 죽어버리길 기도했어요. 그렇게 잠들지도 죽지도 않고 1111시간 같은 11시간이 지나가면, 그렇게 사경을 헤맨 후에는 잔인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한 해가 밝았어요. 아침이 되자 정현 씨는 나가자 살자 어떻게든 버티자, 정신을 차리려 애쓰며 자립생활센터로 출근을 했어요. 물론 누군가에겐 차로 5분이면 충분할 우창동에서 장성동으로의 이동이 정현씨에게는 조금도 녹록치 않았어요. 활동지원사의 지원을 받아 아침 7시 50분에 (밀릴 것을 예상하고 ‘미리’) 포항시의 장애인 특별교통수단 ‘동행콜’을 호출해 두었지만 1시간 20분이 지난 9시 10분에야 겨우 매칭이 되었고, 그로부터도 약 30분~40분의 대기시간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결국 약속 시간에 늦은 정현씨는 동행콜 호출을 취소해야 했었거든요. 그런 식으로 매일 아침 출근하는 정현씨는 포항시에 거주하는 장애인들의 자립과 사회참여를 가로막는 장벽을 철폐하기 위해, 장애인을 비롯한 다른 약자들의 인권 침해 상황에 연대하기 위해 회의에 참석하고, 그와중에 다른 동료들을 챙기고, 뭐가 됐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그걸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그날 아침 정현씨의 악화된 상태를 재차 확인한 동료들은 즉각적으로 포항시에 (뻔한 답이 기다릴) 연락을 취하고, 정현씨가 거주하는 우창동 주민센터에도 민원을 넣었어요. 민원을 넣으며, 어떻게든 ‘사례회의’를 개최해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사정을 했어요. 일주일이 지났는데 아직까지는 답이 없는 상황이에요. 

 

포항시청 ㅁㅁㅁ 팀장님.

포항시 공무원 분들은 정현씨가 아닌 다른 활동가와의 통화에서 올해, 그러니까 2022년 연초에 이미 3명의 24시간 활동지원서비스 대상자 선발이 종료된 상황이고(그리고 이 선발과정에서 정현씨는 ‘점수가 낮아’ 탈락되었지요), 따라서 다른 방법은 없다는 말만 되풀이 하고 있어요. 그래도 다른 대책이 없냐는 물음에는 ‘잘 모르겠다’고 말하기도 했지요. 물론 올해 초 3명의 대상자 선발이 완료되었고 정현씨가 탈락했다는 사실은 정현씨를 비롯해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에요. 하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이 문제는 정현씨 혼자서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닌, 다름 아닌 포항시가 당사자의 자세로 임해 어떻게든 풀어내야 하는 시급한 과제인 거에요. 처음부터 남의 문제가 아니고 포항시의 문제였고, 사소한 문제가 아니라 매우 긴급한 문제였지만, 무려 2년이 넘도록 그 과제를 풀지 못하고/않고, 또다시 A 씨에게 ‘기다리라’ ‘어쩔 수 없다’는 말만 반복하시는데요, 혹시 포항시가 정현씨에게 다음과 같이 말하고 싶은 건가 싶어 소름끼치는 의심이 들기도 해요 그래 여차하면 정현 씨 골로 갈 수도 있겠지... 근데 2년 버텼잖아. 운만 좋으면 지금처럼 계속 목숨은 붙어 있을수도 있는 거 아니야?' 물론 그런 저의를 갖고 계시진 않으리라 믿지만, 누가 정현씨에게 그 믿음을 강요할 수 있을까요?

 

포항시청 ㅁㅁㅁ 팀장님.

이미 충분히 화가 나지만, 사실 더 화가 났던 건 이를테면 이런 거에요.

1) 정현씨의 긴급한 상황을 전하는 활동가들의 민원을 받고도 정작 당사자인 정현씨에게는 일주일이 넘는 시간 동안 전화 한 통 한 적 없다는 사실. (정현씨가 아닌 중개기관에만 연락을 하시는 것으로 만족하셨지요) 

2) 정현씨가 죽을 위기를 견디며 버텨온 시간은 적어도 포항시에서는 2년이 넘어가는데, 지난 18일(A 씨가 11시간을 똥기저귀와 버텨야 했던 날)은 활동지원사가 1시간 일찍 퇴근하는 바람에 그렇게 된 거 아니냐며, 본질에서 벗어나도 한참 벗어난 이야기를 그것도 당사자 면전에서 당당하게 언급한 사실(정현씨는 18일뿐만 아니라 매일 같은 일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2년 동안 말씀드려오지 않았나요?).

3) 하지만 가장 화가 나는 건, 분노, 두려움, 억울함, 절박함 등이 합쳐져 예민해져 있을 수 밖에 없는 당사자의 호소를 듣고도, 그 호소를 실어나르는 당사자의 ‘거친 말투’만을 문제 삼아, 정현씨는 너무 공격적이에요 라며 죽다 살아난 당사자의 면전에서 자신의 불편한 감정을 하소연할 수 있는 담당부서 팀장급 공무원의 역겨울 만큼 속편한 태도, 그리고 그걸 오히려 정현씨가 감내하고 받아줘야 하는 사실이에요. 당사자의 ‘공격’에 서운하셨던 팀장님. 안 그런가요?

 

묻고 싶어요, 포항시청 ㅁㅁㅁ 팀장님.

도대체 이곳 포항에서 정말 ‘공격적’인 건 누구인가요? 포항시의 방치와 방관 속에서 지옥 같은 ‘하루의 절반'을 견디다 살아나와, 다시 지옥 같은 ‘절반의 싸이클'이 시작되기 전까지 ‘남은 하루의 절반'을 죽기살기로 ‘살려달라’ 호소하며 보내는 정현씨의 ‘절박한 말투’가 ‘거친 말투'로 들리고 이내 ‘공격적인 말투’로 들리던가요? ‘살려달라’는 호소를 수년 간 외면하고 있는 포항시의 침묵은 어떻게 들릴 것 같나요? ‘살려달라’는 말을 되풀이하는 정현씨의 말투가 ‘공격적’이라면, 사실상 ‘네 목숨 네가 알아서 해’ 라는 말만 되풀이하는 포항시 공무원의 '말투’를 우리는 얼마나 ‘공격적’이라고 이해하면 되는 걸까요?

 

포항시청 ㅁㅁㅁ 팀장님.

정현씨가 포항시에서 2년이 넘는 기간 동안 버티고 생존할 수 있었던 건, 포항시가 잘했기 때문이 아니라, 정현씨가 죽기살기로 버텼기 때문이에요. 포항시는 올해 초 복지 사각지대가 없는 포항시를 만들겠다고 무려 ‘배리어프리 도시’를 선언했는데, 이 견고한 도시 포항을 향해, 그 도시를 누비는 시민들을 향해, 그리고 시민을 위해 일하는 직분에 있는 이들을 향해 몸으로, 살갗으로, 똥으로, 기저귀로 차별철폐를 외치고 배리어 철폐를 외쳤던 정현씨와 정현씨 같은 중증장애인 시민들은 지금 이 순간도 한결같은 사각지대에 갇혀 자신의 타들어가는 살갗을, 저마다의 ‘똥기저귀’를 견뎌내고 있어요. 팀장님과 제가 감히 상상할 수 없는 현실성과 절박함 한 가운데에서 그들은 미래의 시민들을 위한 ‘권리’를 만들어내는 길고도 긴 싸움의 터널을 통과하는 중이에요. 그건 정현씨가 처음부터 원했고 자처한 싸움은 아니겠지만, 자신의 삶을 통해 때로는 받아들이고, 때로는 벗어나길 바라고, 기어이 해가 뜬 어느 아침에는 다시 받아들이려 애쓰고 있는, 그런 복잡다단한 싸움일 거에요. 팀장님과 제가 쉽사리 이해한다고 공감한다고 말할 수 없을 그런 싸움 말이에요.

다만 그런 싸움 중에 있는 당사자의 절박한 호소를 ‘공격적’이라고 감지할 감수성이 팀장님에게 남아 계시다면, 그래요. 그건 나쁘지 않은 출발점일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반드시 뒤따라야 할 과제는 정현씨가 자신에게 있는 한 줌의 ‘공격성’을 그러모아 어떠한 차별에 맞서고 있는지, 왜 그가 이토록 절박하게 싸우고 있는지, 왜 포항이라는 도시가 어떤 시민들에게는 이토록 끔찍하게 경험되고 있는지, 왜 누군가는 지금 이 순간에도 ‘재난 같은 일상’에 내몰리고 있는지, 그리고 왜 팀장님과 저 같은 사람은 그런 경험과 내몰림에서 ‘면제’되고 있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팀장님과 저에게 이러한 ‘피곤한’ 문제들이 계속해서 얼굴을 들이밀고 있는지 등에 관해 질문해보는 일이 아닐까요? 이해가 어려우실까봐 거칠게 요약해드리자면, 제발 ‘생각’ 좀 하시면 좋겠어요. 공무원의 신분으로 당사자에게 ‘공격성’ 따위를 운운하기 전에 말예요.

 

포항시청 ㅁㅁㅁ 팀장님.

포항시는 사실상 “24시간 활동지원서비스 선발은 올해 초에 끝이 났으니 설령 정현씨가 돌봄공백 시간동안 생명에 위협을 당할 수 있더라도 그 문제를 해결할 방법 따윈 없다”라는 말을 완강하고 반복적으로 하고 있는 거예요. 당연히 동의할 수 없습니다. 과연 그런지, 과연 그래야만 하는 건지, 사람 목숨이 달린 일이 이렇게 미뤄지고 방치돼야 하는지, 다른 길은 없는지,정현씨와 포항시의 또다른 정현씨들은 계속해서 가능성을 타진해볼 생각입니다. 미루고 미루다가 결국 또 사람의 목숨을 잃고서 외양간 고치는 비참한 행정을 고쳐 쓰기 위해서 할 수 있는 것들을 할 것입니다.

 

포항시청 ㅁㅁㅁ 팀장님.

팀장님도, 자신의 자리에서 그래주시길 바랍니다. 

 

 


*아래 표(포항장애인자립생활센터 제공)는 돌봄 공백에 처한 A 씨의 긴급지원 및 활동지원24시간 보장을 요구해온(그리고 그것이 거절된) 2020년부터의 대략의 과정이 담긴 도표. 도표에 담긴 내용 외에도 A 씨와 시민단체는 수차례의 구두 민원, 인권위 진정 등을 통해 A 씨의 긴급지원 필요성을 전하고 대안 마련을 요청해왔지만, 2년이 넘도록 포항시는 그러한 요구들을 외면하고 있다. 

 

 


<포항시 대상 민원 제기에 동참해주세요>

아래 링크에 소개된 분과에 연락하여, “포항시에 하루하루 생명에 위협을 받고 계신 중증장애인을 위한 긴급지원 및 활동지원24시간 제도 확대를 시행해주세요”라는 취지의 민원을 같이 제기해주세요.

https://www.pohang.go.kr/pohang/global_pohang/charger.do...


<포항시 24시간 활동지원서비스 확대를 위한 1인 시위 및 온라인 연서명 안내>

2022년 5월 24일(화) 71일차 (22년3월15일부터)

포항시청 및 포항시의회 앞에서 24시간 활동지원서비스 확대시행을 촉구하는 1인시위를 이어 갑니다.

“하루하루 버티는 중증장애인, 포항시는 기다리라 하지 말고 활동지원 24시간 당장 시행하라!”

“활동지원은 중증장애인의 생명!”

“누구도 남겨둘 수 없다! 재난대책은 일상에서부터! 장애인활동지원 24시 확대하라”

https://forms.gle/TNQb1MtE3SAm4hzg9

위 구글 링크를 통해 간편하게 서명에 동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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