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IMF가 만든 노예” 경산시장 당선자에게 직접 고용 촉구 이어져
“우리는 IMF가 만든 노예” 경산시장 당선자에게 직접 고용 촉구 이어져
  • 김연주
  • 승인 2022.06.02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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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산시 공공부문 직고용ㆍ민간위탁 철회 투쟁 장기화
“조현일 경산시장 당선자가 사태 해결 나서야” 요구 이어져

 

경산시청에서 6개월째 천막농성을 진행 중인 경산시 민간위탁 업체 소속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 논의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노동조합은 조현일 경산시장 당선자에게 공공부문 비정규직 직접 고용과 민간위탁 철회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경산시는 5월 20일, 25일 노조와 협의 후 발표한 조치계획을 통해 ‘차기 시장직 인수위원회 구성 즉시 현안 사항을 인수위에 보고’하고, ‘원만한 합의 도출을 위한 협의체를 구성하여 운영할 것’을 약속한 바 있다.

노동조합은 지난달 30일 기자회견을 열고 차기 경산시장직 인수위원회 구성 즉시 민간위탁 소속 수도검침, 환경미화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 논의를 위한 협의체를 운영하라고 요구했다.

기자회견에서 노동조합은 “조현일 등 경산시장 후보가 노조와 면담에서 경산시의 조치계획 이행에 따라 담당 부서가 직접 고용 의견을 전달할 경우 이를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며 “당선자는 노조와 대화를 통해 사회적 갈등 수습에 나서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수도 검침·환경미화 노동자들은 지난해 12월 7일 경산시청사 내에서 천막을 치고 직접 고용 공무직 전환을 요구하는 농성 투쟁에 들어갔다. 5월 12일부터는 대표자 삭발 및 단식에 돌입하며 투쟁 수위를 높여왔다.

노조는 “민간위탁 사업 폐해는 시민 부담과 피해로 이어졌다. 노동자들은 탈법과 부당 처우에 방치됐다. 시민을 위한 공공행정서비스 업무가 개인사업자를 통해 이윤추구 수단으로 전락한 지 20년”이라며 ‘업체들의 맹목적인 이윤추구로 저하된 공공서비스 질을 개선’하고 ‘시민을 위한 공공행정’을 위해 당선자가 나설 것을 요구했다.

이어 노조는 “인수위가 시의 조치계획대로 협의체를 구성과 운영을 시정과제로 채택한다면 천막농성장 철거나 청사 밖 이전도 검토할 것”이라며 현안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덧붙였다.

IMF 사태 이후 지자체 환경미화, 수도검침 업무가 민간위탁으로 전환됐다. 지자체 민간위탁 업체 노동자들의 직접 고용 요구는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전환 정책 발표 이후 본격화됐다. 2017년 정부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가이드라인은 고비용 저효율 개선이라는 도입 취지와 달리 민간위탁 소속 노동자의 열악한 노동조건과 사업주의 각종 비리 횡령 등 민간위탁 문제점을 지적하며 정규직 전환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공공기관별 실태조사와 전환추진 시기에 따라 3단계로 구분해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적용한다. 정규직 전환 추진 우선 대상인 1단계는 기존의 고용노동부 공공부문 실태조사 대상기관이다. 이어 2단계는 자치단체 출연·출자기관, 공공기관, 지방공기업 자회사가 해당된다. 3단계가 법인이나 단체, 개인 명의로 수행하는 민간위탁이 대상이다.

기간제 노동자는 ‘전환심의위원회’를 구성하여 정규직 전환 대상을 확정한다. 파견용역 부문은 ‘노사전문가협의체’를 구성해 노사 협의를 거쳐 전환 대상과 방식을 정한다.

정부는 가이드라인 발표 이후 ‘오분류 사무 판단 조정’으로 3단계 민간위탁이던 상하수도검침을 1단계 정규직 우선 전환 추진 사무(용역)로 분류했다. 반면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사무에 대해서는 3단계 정규직 전환인 민간위탁 사무로 판단해 기관별 심층 논의를 거쳐 정규직 전환을 진행하도록 했다.

지난달 경산시가 조치계획에서 밝힌 실무협의회 구성은 정규직 전환 절차 전반을 논의하는 교섭을 의미한다.

경산시 생활폐기물수집운반 사무는 IMF 사태 이후 2002년 민간위탁 업체로 넘겨졌다. 이후 환경미화 노동자들은 2019년 민간위탁 철회, 직접 고용 등을 요구하며 파업과 단식농성 투쟁을 전개했다. 그러나 노사전문가협의체 구성에는 이르지 못한 채 현재까지 정규직 전환 논의가 중단된 상황이다.

수도검침 노동자들은 3단계 추진 민간위탁 사무로 분류되었던 수도검침 업무를 1단계 정규직 우선 전환 사무로 정정한다는 내용의 고용노동부 지침을 근거로 2021년 노조 가입과 함께 정규직 전환 투쟁에 나섰다.

경산지역 시민사회단체는 3일 오후 3시 경산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공부문 노동자 직접 고용 전환과 단식 등 투쟁 장기화 문제 해결을 조현일 경산시장 당선자에게 촉구할 예정이다.

 

수도검침 노동자, “우리는 IMF가 만든 노예”

퇴직 공무원이 운영하는 민간위탁, “사업주 이익 보장이 우선”

정부지침 따라 정규직 전환 이행 요구

“시민 혈세ㆍ물 낭비, 노동자 피땀 착취 중단해야”

“수도요. 아무도 안 계세요?”

초인종이 울렸다. 인기척이 없다. 닫힌 문은 잠겨있다. 수도검침 노동자 김 모 씨는 다음 집으로 향한다. 재방문 때도 검침을 못 하면 전월과 같은 요금을 청구한다.

“기본 한 번은 개한테 물리고예.”

건물과 담장 사이 틈새를 지나 계량기 앞에서 길이 30센티미터가량의 일자 드라이버를 꺼낸다. 끝이 직각으로 구부러진 드라이버로 계량기 뚜껑을 열었다. 계량기에 적힌 숫자를 수기로 기록한다.

 

하루에 검침하는 계량기는 평균 200전(栓). 비가 오는 날은 비옷을 입거나 우산을 써도 검침이 어렵다. 장마나 태풍이 지날 때 검침을 못 하게 되면 하루 300전 넘게 확인할 때도 있다.

수도 검침 작업은 매월 11일경부터 25일 사이에 이뤄진다. 검침 서류는 말일 전까지 정리한다.

요금 인상 안내, 요금 문의 및 요금 조정 민원 등 상·하수도계로 가야 할 민원부터 노후계량기 교체, 신규 및 폐전, 고장 계량기 교체, 전산 등록, 가구 분할 등 다른 지자체에서 공무원이 하는 업무를 경산에서는 민간위탁업체 소속 검침 노동자가 하고 있다.

경산시는 다른 지자체에 비교해 수도 검침 관련 인력도 턱없이 부족하다. 경주시는 계량기 5만 3천 전에 32명(검침 28명, 전산사무 4명)이 일하지만, 경산은 4만 전에 19명(검침 18명, 전산사무 1명)이 일한다.

2013년 경산시가 격월 검침을 시행하면서 업무량은 더욱 늘었다. 매월 검침 당시 1인당 검침 계량기 수는 약 1400전이었다. 격월 검침 시행으로 1인당 검침 계량기 수는 더 늘어나 월 평균 1800전을 검침한다. 검침 계량기 수를 포함한 관리전수는 2300전에 달한다.

격월 검침은 물 자원 낭비로도 이어진다. 노조는 격월 검침 가구에서 누수가 발생하면 피해율은 ‘최소 3배’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매월 1일 검침을 하는 경우 15일부터 누수가 시작되면 다음 달 1일 발견되지만, 격월 검침으로 두 달 후 1일 검침을 하면 45일 만에 누수가 발견된다는 것.

노조는 “민간위탁으로 인건비를 줄인다면서 물 자원 낭비뿐만 아니라 ‘세수’마저 줄어드는 셈”이라며 “민간위탁 운영 20년 동안 단 한차례 감사도 없었다”고 했다.

수도검침 노동자들은 “우리는 IMF가 만든 노예”라고 말한다. 배를 불리는 이는 경산시로부터 민간위탁 사업을 받아 업체를 운영하는 ‘퇴직 공무원’이다. 노동자들은 “모든 집기와 인건비를 경산시가 제공한다. 공무원이 하던 일을 용역업체 노동자들이 고스란히 떠안았다. 노동자들은 고용불안 속에 노예처럼 일한다. 시민 혈세로 사업주 배만 불리는 꼴”이라며 경산시가 시민 안전과 직결된 상수도 업무를 직접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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