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역 광장에서, 우크라이나 평화 행동 이야기

 

사진 이루치아

 

5월 7일

아침에 친구 만나 전기촛불 끄러 왔다. 밤에는 켜고 낮에는 에너지 절약하려고 끈다. 벤치에 앉아있다가 보니 어떤 사람이 흐트러진 국기를 잘 정리하고 갔다. 누워있던 고양이를 바로 세워줬다. 진짜 감동이었고 기뻤다. 친구와 평화를 기도했다.

 

사진 이루치아

 

5월 8일

비 소식이 있어서 오늘 밤에는 걷어야 할 것 같아서 갔는데 배터리가 다 소진되어 불이 약해졌지만, 누군가 불꽃이 남아있는 것을 하트 모양 우크라이나 상징 위에 가지런히 정리해 주었다. 어제 그 사람인 것 같았고 함께 돌보아주는 누군가가 있는 게 너무나 감동이고, 고마웠다. 우리 어두운 마음이 밝아지는 것 같았다. 근데 갑자기 복받치는 슬픈 느낌이 들었다. 그 옆에 평화의 소녀상을 보니 성 노예 피해자라는 공식적 이름도 너무나 슬프다. 어떻게 견디셨을지 도대체 왜 이럴 수가 있었을지 정말 너무 비참한 너무 어처구니없는 일이었다. 거기다 신발을 벗고 있는 모습이 더 슬프다. 왜 신발을 벗고 있는지…. 다시 한번 할머니들을 기억하고 평화만이 우리 모두에게 답이라는 생각이 든다.

 

5월 12일

선물로 받은 펜으로 기도문을 다시 꾸미고 기도하는 맘으로 오늘 버스킹을 합니다.

 

사진 이루치아
사진 이루치아

 

5월 14일

어제 생생한 네 잎 클로버 3개를 선물 받았다. 행운이 나한테 있기를 바라는 샘께서 손수 뜯으신 거였다. 기쁘고 감사드렸다. 근데 한편으론 걔네들 팔을 잘라 나의 행운이 된 게 미안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에 평화가 오는 행운을 빌며 꾸몄다.

 

사진 이루치아

 

5월 19일

초등생이 우리들 먹으라고 먹을 것도 갖다 두고 멋진 십자가도 두었다. 고구마에 물이 바짝 말라서 물 뜨러 구미역 화장실에 갔다 오는데 거기에 빨간 조끼 입고 일하시는 빗자루 들고 계시는 할머니께서 수도가 있다고 알려주셨다. 우리가 볼 때는 안 보이는데 그 광장 테두리 나무 사이에 수도가 있었다. 그러시면서 소녀상 치우고 가는 어떤 젊은 남자도 있다고 하시며 우리가 꾸민 것도 너무 잘했다고 하셨다. 그래서 소녀상 얘기와 우크라이나 평화를 바라는 얘기 많이 나누었다. 할머니랑 그러고 있는데 저번에 만나 자주 보러 오신다는 할아버지도 오셨다. 나는 이런 걸 해놨는데 사람들이 호응하고 있는 게 느껴지고 사람들의 더 좋은 마음도 느꼈다고 했더니 “얼마나 사람들이 이걸 좋아할지 모를 거다”라고 하시고 함부로 못 한다고 하셨다. 진짜 그렇게 나이 많으신 분들이 이렇게 응원해 주니 가슴 깊이 감동이다. 오늘 저녁에 노래 공연한다니 오시겠다고 진짜 자주 즐겁게 우리가 뭔가 자꾸 하면 모두 다 듣는다고 하시며 많이 많이 하라고 하셨다.

많은 사람이 평화롭길 바라며 오늘 저녁 7시 버스킹을 즐겁게 해야겠다.

 

사진 이루치아

 

5월 23일

이렇게 평화를 위해 꾸며두고 관심 가져주기를 바란다. 사람들에게 의존하는 마음이 된다. 사람들은 힘든 고통을 보고 그냥 지나가지 못한다. 손을 잡아주는 느낌이다. 사랑을 한다.

 

5월 26일

어제 저녁 8시 30분에 세계 평화를 위한 묵주기도를 했다. 여기 간절한 소망의 불을 밝힌다. 오늘 아침 불 끄러 가보니 누군가 고구마 화병이랑 분홍색 고양이 인형을 하트 안에다 집어넣어 놨다. 평화 안에 두고 싶은 마음일까, 생각했다. 관심이 고맙고 기쁘다.

 

사진 이루치아

 

5월 27일

어제 버스킹이 너무 즐거웠다. 경산에서 김천에서 정말이지 다른 도시에서 오셨다! 버스킹 후반쯤에는 많은 사람이 모여 노래에 장단 맞춰 춤을 추듯 호응하며 함께 했다. 정말 신이 났다. 바로 내가 바라던 일이었다. 너무너무 기뻤다. 우리는 서로의 말을 너무나 귀 기울여 들으면서 말하고 웃으며 평화로움 느끼고 행복했다. 이런 기쁨이 전 세계에 전 세계에 이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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