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내가 여기 있는 이유’ 보롬의 이야기
[인터뷰] ‘내가 여기 있는 이유’ 보롬의 이야기
  • 김연주
  • 승인 2022.06.09 14: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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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영천에서 ‘산’과 함께 초콜릿 가게 열어
빈투바 초콜릿 만들고 독서 모임, 차별금지법 읽기 모임도
환경의날 앞두고 비건·환경·제로웨이스트 축제 성황리에 마무리

4일 영천 운주산자연휴양림에서 ‘봄날의 축제’가 열렸다. ‘비건’, ‘제로웨이스트’, ‘환경’을 주제로 열린 봄날의 축제는 ‘산과보롬’이 주최하고 경상북도가 지원했다.

주최 측에 따르면 이날 축제에는 행사 스텝 100여 명과 시민, 어린이 등 2000여 명이 참여했다.

축제장에서는 플리마켓 부스와 제로웨이스트 강연, 문화공연, 어린이 아나바나장터, 도심새 탐조단의 탐조 프로그램이 오후 2시부터 8시까지 이어졌다. 

산과보롬은 2020년 4월 영천에 문을 연 초콜릿 가게다. ‘산’과 ‘보롬’ 두 사람이 직접 카카오를 로스팅 해 72시간 동안 맷돌에 갈아 초콜릿을 만든다.

산과보롬에서는 수제 초콜릿 판매 외에도 차별금지법 읽기 모임과 독서 모임을 진행해왔다.

축제를 마치고 산과보롬의 보롬 씨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보롬은 ‘바람’을 일컫는 제주도 말이다.

 

사진 산과보롬

- 산과보롬은 어떤 곳인가요?

저희는 빈투바 초콜릿을 만드는 전문점이고요. 빈투바라고 남미나 아프리카에서 공정 무역으로 가지고 온 카카오를 우리 집에서 직접 로스팅 한 걸 72시간 맷돌에 갈아서 초콜릿을 만드는 전문점입니다. 초콜릿을 바 초콜릿이라고 하는데요. 카카오빈부터 해서 바초콜릿까지 만든다고 해서 빈주바인 거고요. 그걸 가지고 다양한 제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 영천에서 초콜릿 가게를 열게 된 계기가 있나요?

저는 대구, 산은 경기도가 고향이에요. 저희가 초콜릿 만드는 걸 제주에서 배웠거든요. 근데 제주에서 오픈하면 대표님과 경쟁을 해야 하는 구도가 생기잖아요. 사실 이길 자신도 없지만, 경쟁하는 것이 저희한테는 너무 힘든 일이라 다른 곳에 가서 사업을 해보자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원래는 경주나 대구, 사람이 많이 오는 곳을 생각했는데 굳이 그런 데 가지 않아도 좀 소외되거나, 아니면 너무 시골이 아닌 곳을 가보자라는 생각을 했고, 우연히 영천에서 오픈하게 되었습니다.

 

사진 이경화

- 산과보롬에 다양한 독서모임이 있지요. 어떤 책을 읽었나요?

차별금지법 읽기 모임을 총 두 번으로 나눠서 했고요. 그 모임에 7명 정도가 모였고, 대구에 계시는 분이 차별금지법 책을 가지고 오셔서 각자 챕터별로 자기가 읽을 수 있을 만큼 읽어나가는 모임을 했습니다.

팬데믹 시대가 지금 지나가고 있고, 다른 팬데믹이 온다는 뉴스도 계속 나오고 있잖아요. 지구 온도도 계속 올라가고 우리 다음 세대 아이들에게 나무와 새와 나비와 자연에서 나는 것들을 과연 보여줄 수 있을까, 의문이 많이 들었어요. 레이첼 카슨이 말했던 절멸되어 가는 곤충들, 책을 읽으면서 우리가 느꼈던 것들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이번 축제를 진행했어요. 

‘녹색하는 사람들’이라고 원래 녹색평론을 읽는 모임이었는데, 녹색평론이 이제 더 이상 안 나오거든요. 그래서 이후에 <월든>도 읽고,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도 읽었어요. 환경 관련해서 어떻게 하면 좋을까 고민하다 모임을 만들었고요.

두 번째는 ‘어쩌다 책’이라는 읽기 모임을 주최하고 있는데요. 읽고 싶은데 좀 힘들었던 책이나 아니면 관심 있는 책을 함께 읽어요. 지금 일곱 명이 모이거든요. 벌써 한 1년 반 정도가 됐어요. 매월 한 번씩 모여서 책을 정하고, 책을 읽고, 그 책이 어땠는지에 대해서 서로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가지고 있고요.

그리고 세 번째는 그림책 모임인데요. 아이들에게 어떤 주제의 그림책을 보여주면 좋을까, 그리고 어른들이 어떤 그림책을 읽으면 좋을까 생각하면서 만들어진 모임이에요. 그림책 주제를 정해서 그림책을 가지고 와서 서로 읽어주는 시간이에요.

이렇게 지금 세 개의 책 모임을 하고 있고, 이번에 봄날의 축제를 개최했습니다.

 

사진 김연주

- 환경 문제에는 언제부터 관심을 가지셨나요?

제주에 있을 때 친구들이 유기농 농사를 짓고 있었어요. 우리가 먹는 음식이 우리를 얼마나 죽이고 있는가, 계속 듣게 되더라고요. 유기농 농사는 정말 힘든데 우리가 플라스틱도 되게 손쉽게 사용하고, 비닐도 그냥 막 사용하고, 음식도 다 똑같더라고요. 동물을 절멸시키고 인간한테 해가 오는 건데, 해가 인간한테 와서야 깨닫기 시작하는 거잖아요. 얼마나 많은 동물, 식물과 살아 있는 것들을 죽이고 살았는지. 우리의 무지가 원인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때부터 공부를 해보자, 우리가 먹는 것들이 어디서 오는지 알고 먹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면서 조금씩 공부하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 봄날의 축제를 기획한 이유가 있나요? 축제를 준비하면서 가장 고민한 부분은?

너무 갇혀 있었잖아요. 팬데믹 시대가 오면서 집 안에만 갇혀 있고, 기후 위기가 계속되고. 레이첼 카슨의 책을 읽으면서 ‘우리 서로가 정말 많이 고민해야 하는 지점에 드디어 와 있구나’라는 생각을 절실히 더 하게 됐죠.

환경 축제이다 보니까 버려지는 쓰레기에 엄청 고민이 많았어요.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을 많이 했는데 그중의 하나로 홍보할 때 현수막과 전단지를 사용하지 않았어요. 대신 지인분들에게 입소문을 내달라고 요청을 많이 했고요.

두 번째는,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보여드려야 할지 고민을 많이 하다가 버려지는 것으로 우리가 한번 해보자는 생각을 했고, 버려지는 박스 이런 것을 수공으로 오리고 잘라 만들어서 홍보를 했거든요. 그런 작업을 되게 많은 분들이 도와주셨어요. 디자인하는 분은 도장 찍기 이런 것들도 이면지 사용을 했고. 밑 작업을 다 같이 하셨습니다. 정말 많이 애썼어요.

 

- 축제에서 어떤 프로그램을 진행하셨나요? 

같이 했던 팀이 굉장히 많은데요. 스텝이나 저희 공연 팀, 아나바다, 플리마켓 스텝 다 해서 한 100명 정도 참가를 했고요.

첫 번째로는 마켓을 열었어요. 비건이시거나, 비닐과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걸 다하실 수 있는 분들이 많이 오셨고요. 대구나 영천에서 많이 오셨어요.

‘베베르’ 대표님이라고 나무 목공 하시는 분, ‘토끼빵야’에서 유기농 구운 과자 하시는 분, ‘포비바’라고 직조로 가방이나 이런 것들을 만드시는 분, 나무와 놀자라고 폐자재로 나무 공예 만드시는 분이 오셨구요. 채채샐러드에서 샐러드 가지고 오셨고, 너울이라고 꿀 가지고 오셨고, 고스란히에서 책이랑 빵 종류, 더 커먼에서 제로웨이스트 관련해서 가지고 오시고 더렁즈에서 유기농 구운 과자하고 비건 커피 가지고 오셨고, 더 많아요.

그리고 체험도 있었어요. 아이들 목욕할 때 쓰는 입욕제 만들기, 폐자재나 이런 것들로 나무장난감 만드는 것도 하고요. 아나바다도 같이 진행했는데요, 환경과 제로웨스트가 접목된 축제여서 아이들도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에서 버려지는 것에 대해 같이 고민을 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폐현수막을 다 걷어서 빨래하고, 바느질해서 아나바나 할 때 의자로 사용했거든요.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기도 했고, 아이들이 이걸 보면서 환경을 생각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사진 이경화

- 첫 축제를 마친 소감과 이후 활동 계획이 궁금해요.

일단 좀 쉬어야 될 것 같아요. 작업을 두 달 전부터 꾸준히 준비했고, 사실은 되게 적은 금액으로 이 축제를 했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도움을 주셨고, 저희가 다 수작업으로 했기 때문에 시간이 다른 축제보다는 두세 배는 많이 들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그분들 만나서 맛있는 거 해드리고, 맛있는 거 먹고, 또 체력을 길러서 지금 하는 책 읽기 모임 이런 것들을 계속 꾸준히 이어갈 거고요.

많은 분들이 다시 안 하냐는 얘기를 정말 많이 해 주셨어요. 이 축제를 열면서 영천에 살고 계시는 분들이 많이 결핍되어 있구나, 생각이 들었어요. 이런 행사를 하고 싶고 만끽하고 싶지만 다 외부로 나가야 하는 상황이잖아요, 대구·부산 이런 데서 하니까. 시민분들은 이런 축제가 영천에서 열렸다는 자부심이 저희보다 더 크시더라고요. 이런 축제가 영천에서 열렸다는 게 너무 신기하고 자랑스럽다, 그런 피드백을 진짜 많이 받았어요. 내가 이런 거 하려고 영천에 왔나 보다, 사람 느끼면서 이런 좋은 거 하려고 왔나 보다, 생각했어요. 잘 마친 것 같습니다. 성공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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