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5월 3일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가 발표되었다. 대통령직 인수위에서 발표한 국정과제 중 교육 분야는 ‘창의적 교육으로 미래 인재를 키워내겠다’는 큰 주제 아래 ▲100만 디지털 인재 양성 ▲모두를 인재로 양성하는 학습 혁명 ▲더 큰 대학자율로 역동적 혁신 허브 구축 ▲국가교육책임제 강화로 교육격차 해소 ▲이제는 지방대학 시대로, 5가지다. 이미 대선 국면에서 교육 정책은 뒷전으로 밀려나 있었지만 소위 국가의 교육 정책이 이렇게 외면받을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국가가 책임져야 할 초·중등 교육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방안이 보이지 않고 모두를 고통 속에 몰아넣고 있는 교육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는 찾기 어렵다. 교육을 인재 양성으로만 보던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을 다시 보는 듯하다.

 

AI 활용하면 창의적 교육인가

100만 디지털 인재 양성과 모두를 인재로 양성하는 학습 혁명 과제는 AI교육을 전면에 내세운 것이다. 2027년까지 100만 디지털 인재를 양성,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교육과정을 손 보고 디지털 분야 교원을 배치하여 모든 학생을 디지털에 기반한 교육을 받도록 한다는 것이다. 정부의 교육 정책이 AI로 시작해서 AI로 끝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코로나19로 온라인 수업이 급하게 도입되었지만 대면 수업의 중요성이 도드라졌다. 공교육이 모든 아이들에게 학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학교생활을 통한 사회적 관계를 위해서는 온·오프라인 수업의 균형이 중요해졌다. 또한 디지털 교육의 핵심은 컴퓨터를 다루는 것이 아니어야 한다. 디지털 기기는 어디까지나 교육의 도구로 쓰여야 한다. AI를 내세우면 마치 창의적인 교육이라는 듯이 읽힌다.

 

고교체제 개편

무엇보다 ‘교육과정 다양화와 더불어, 다양한 학교 유형을 마련하는 고교체제 개편을 검토한다’는 대목이 마뜩잖다. 지난 정부가 추진하여 발표한 2025년부터 자사고·외고·국제고를 일반고로 전환하겠다는 정책을 전면적으로 뒤집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자행한 고교체제 다양화 정책은 교육 불평등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고등학교를 성적뿐 아니라 부모의 경제력에 의해 구분하는 정책을 노골적으로 다시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신자유주의 교육 패러다임이 가져온 경쟁과 효율은 교육의 자율화, 다양화라는 구호를 낳았다. 교육을 수요자와 공급자로 바라보는 관점은 물건을 사듯이 교육을 상품으로 보게 만들었고 여러 형태의 학교를 늘어놓고 다양화라 이름 붙였다. 그로 인해 다양화로 분장한 특권학교의 폐해는 심각한 지경이다. 다양화라는 말을 끊임없이 내뱉으며 학생을 갈라놓고 학교 담장을 계급으로 구분 지어 왔다. 거기에다 윤 정부에서 교육자유특구를 만들겠다는 발표도 나왔다. 다양화는 학교 형태를 다양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교육과정을 다양하게 운영하는 것으로 바뀌어야 한다. 아이들을 더 이상 고통 속에 밀어 넣지 말아야 한다. 국가의 교육정책은 아이들을 갈라놓고 선별해서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아이를 위해 공교육은 무엇을 할 것인가 고민해야 한다.

 

고교학점제

문재인 정부에서 자사고·외고·국제고를 일반고로 전환하는 정책은 고교학점제와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는 정책이었다. 교육과정을 다양하게 운영하고 아이들의 과목 선택권을 주기 위한 시도로 고교학점제는 2023년 시행해보기로 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윤 정부에서는 “고교학점제 추진 점검 및 보완 방안을 마련”하고 개별 학교에서 개설이 어려운 과목을 개방 운영하는 ‘(가칭)온라인고교’를 신설 추진한다고 밝혔다. 고교학점제는 성취평가제를 기반으로 해야 하는데 특권학교를 그대로 두게 되면 특권학교로의 쏠림현상과 일반고 기피 현상이 다시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

 

대입제도 개편

공정을 내세운 윤 정부에서 대입제도에 관해서는 ‘입시 비리 조사 전담 부서 설치’를 과제로 제시했다. 입시 비리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지면 대입제도는 문제가 없다는 말인가. 2024년 2월까지 ‘미래 교육 수요와 사회 변화를 반영하여 대입제도 개편’하겠다고 하는데 이것은 수시의 비중을 줄이고 정시의 비중을 높일 가능성이 높다. 수능으로 점수를 매기는 국가 단위 평가만이 공정하다는 착각을 고수할 것으로 보인다. 수능 중심이었을 때 고등학교 교실이 문제풀이 중심이었다는 사실을 모를 리 없다. 사교육 시장이 문전성시를 이룰 것이다. 입시 전형을 다양하게 하려고 수시 모집의 비중을 높여 왔으나 수시=불공정하다는 전제하에 입시 전형을 단순하게 하겠다고 밝혔다. 7월부터 시행에 들어가는 ‘국가교육위원회’에서 대입제도에 관한 새로운 논의가 이루어질 것인데 이대로라면 윤 정부에서 새로운 대입제도 논의가 가능할지 회의감이 든다.

 

유보통합

‘관계부처와 함께 유보통합추진단을 설치·운영하여 단계적으로 유보통합 추진, 유치원 방과후 과정(돌봄) 대상과 운영시간(주말·저녁 등) 확대’를 국정과제로 제시하였다. 또한 초등학교 전일제 학교를 운영하여 돌봄 교실 운영시간을 저녁 8시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한다고 한다. 유보통합에 대한 방향은 타당해 보이지만 세부적인 계획은 없고 앞으로 추진단을 운영하고 초등 돌봄도 단계적으로 확대한다는 말만 나와 있다. 유보통합은 시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세부 일정을 하루빨리 마련하여야 한다. 윤 정부의 교육 정책은 역대 정부에 비해 매우 빈약한 상태로 발표되었고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을 답습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공교육을 중시하지 않고 기술적인 측면에서 AI 활용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어 걱정이 앞선다. ‘오마이뉴스’에 실린 우리회 김성천 자문위원은 인터뷰에서 “윤석열 정부 인수위의 국정 과제 후보 안에 공교육 정상화, 공교육의 질 제고와 개선 등에 대한 논의와 과제가 거의 보이지 않아 공교육이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비전과 전망을 확인하기 어려운 상태”라면서 “교육의 철학과 비전, 방향 설계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정책 목표와 실제가 분리되는 상황에 이르게 되고, 학교 현장의 대혼란이 올 수 있다.”(오마이뉴스 2022.4.1.)고 우려했다.

 

글 _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정책위원회

 


※ 이 칼럼은 <학부모신문>에 최초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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