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크나큰 영향을 미친 코로나. 팬데믹 시대를 무려 3년 동안 거쳐오며 우리 삶에 많은 변화가 일어났고, 지금도 끊임없는 변화 속에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다. 이곳 〈달팽이 트리뷴〉에서도 수많은 변화와 회의감, 고통, 희망 등을 여과 없이 경험한 기자들이 있다. 돌봄, 교육, 의료, 숙박, 자영업자 등 코로나로 인해 큰 어려움을 겪은 직업군들이 모인 이곳. 이곳에서 오늘, 지난 3년간의 기억을 책과 함께 떠올리고, 공유하는 시간을 가져보았다.

 

코로나 이전을 추억하기보다, 앞으로 나아가야 할 때

뚜버기에게 코로나는 조용하고 불쾌하지 않은 평탄한 터널을 통과한 시기라고 할 수 있다. 일을 잠시 접었던 시기이기도 했고, 코로나로 인해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개인적인 시간 또는 가족과 함께하는 의미 있고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고 했다. 그가 코로나 시기를 이야기하며 소개한 책은 『어제의 세계』(슈테판 츠바이크, 지식공작소)이다. 작가는 1차세계대전 중 브라질로 도망을 가면서, 과거 오스트리아에서 향유했던 수많은 예술의 기억을 세심하게 더듬어가며 이 책을 썼다고 한다. 그야말로 과거에 대한 영광, 그리움이 가득 묻어있는 책이라 할 수 있다. 뚜버기는 과거의 그리움이 묻은 책을 가져온 한편, 아무리 현재가 힘들어도 좋았던 과거에 미련을 가지지 말아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더 이상 돌아갈 수 없는 과거에 미련을 가지기보다 현재를 고쳐나가는 삶을 살면 된다는 그의 말에, 코로나를 통해 우리가 얻고 잃었던 수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된다.

 

코로나 시대를 건너가게 하는 힘, 협력

교육 분야에 종사하는 달은은 2021년 직장 복귀 후, 시시때때로 바뀌는 방역지침에 따라 달라지는 직장 환경에 적응하기 힘들었다고 한다. 무엇보다 학생들이 소풍이나 체육대회의 추억을 쌓지 못해 안타까웠다. 힘겨운 시기가 차츰 나아지면서, 달은의 학교에서도 체육대회 등의 행사가 다시 열리기 시작했다. 아이들과 추억을 쌓고, 사람들과 만남을 가질 수 있게 되면서, 사람들이 서로 관계를 맺는 것에 대한 새로운 느낌을 받게 된 달은은, 자신의 이야기와 함께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브라이언 헤어, 버네사 우즈, 디플롯)라는 책을 소개하였다. 이 책은 힘든 세상에서의 유일한 생존 수단이 적자생존이라는 우리의 생각을 뒤집는다. 우리 인간을 포함한 여러 종이 지금까지 생존할 수 있었던 이유는 ‘협력하는 존재였기 때문’이며, 동물이든 인간이든 타인, 또는 다른 종과 협력하며 종의 생존을 이어간다고 이 책은 이야기한다. 팬데믹 시간을 거치고 다시 서로의 거리가 가까워져 가는 요즘, 사람들과 오랜만에 대화하고 관계를 맺으면서 이 책에서 이야기한 다정과 협력의 의미와 힘이 더욱 진하게 다가오는 것 같다.

 

다음 팬데믹, 우리는 의료계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을까

미야는 2020년 1월 중순 마지막 해외여행을 하며 코로나를 맞이하였다. 원래 그해 3월에 퇴사할 예정이었지만, 갑작스러운 코로나 전파로 인해 퇴사하지 못하고 일을 하게 되며 정신적으로 힘든 생활을 견뎠다고 한다. 의료계에 종사하는 미야는 이번 코로나 시기를 겪으면서 의료시스템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런 미야의 고민을 심도 있게 다룬 책은 바로 『다른 의료는 가능하다』(김창엽 외, 미디어창비)이다. 이 책은 코로나 사태를 건너오면서 많은 어려움과 갈등을 겪은 의료시스템에 관해 이야기하고, 우리나라 의료계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논의하는 책이다. 간호인력 부족 사태, 의료와 자본주의 간의 관계 등 여러 가지 이야기를 읽으며 미야는 우리가 과연 지속적으로 국가의 의료시스템의 보호 아래 살 수 있을지 생각하게 된다고 말하였다. 다음 팬데믹 시대의 우리는 과연 믿을만한 의료시스템으로 잘 건너갈 수 있는가. 자칫 어려울 수 있는 의료계 이야기를 쉽게 풀어내어 읽을 수 있는 이 책을 통해, 다들 한 번쯤 의료계의 문제에 대해 고민해 보면 어떨까?

 

책으로 위로받는 고독

유차는 2020년 3월 대구 ‘신천지 코로나19 집단감염’을 계기로 코로나의 심각성을 느꼈다고 한다. 대구 인근 지역에서 숙박 관련 직장을 다니고 있었던 유차는 동선 추적, 격리, 무급휴가, 임금 삭감 등을 직장에서 겪었다고 한다. 그러다 본격적으로 힘듦을 느꼈던 시기는 2021년. 코로나는 잦아지지 않고, 일은 끊임없이 변하면서 유차는 건강을 잃게 되었다. 거기다 코로나를 핑계로 자신을 고립시킨 유차. 원래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는 유차는 코로나로 인해 더욱 혼자 있게 되자, 스스로 고립시키는 것이 과연 괜찮은지 의심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고독에서 고립으로 넘어가는 것은 한순간. 그 경계로 넘어가지 않기 위해 읽은 책은 『명랑한 은둔자』(캐롤라인냅, 바다출판사)와 시인의 산문집인 『모월모일』(박연준, 문학동네). 유차는 이 두 책을 통해 밖에 나가서 받지 못한 에너지, 따뜻함을 위로받고, 고독에 대한 고민, 코로나로 인한 힘듦을 치유했다고 한다.

 

코로나가 가져다준 기후위기와 자본주의

달팽은 2020년이 다가오기 전, 일을 하면서 느낀 감정, 고민들이 정리되는 느낌을 받아 본격적으로 새로운 일을 시작하고 싶었다고 했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팬데믹의 출현, 가정 돌봄의 문제, 무엇보다 책방 운영과 관련한 고난까지 겹쳐 코로나로 인한 힘듦, 자본주의에 대한 환멸을 느끼게 되었다고 한다. 그때 달팽에게 다가온 책은 마르크스 『자본』에 대해 설명하는 『북클럽 자본 시리즈』(고병권, 천년의 상상). 이 책을 읽으며 달팽은 코로나 시기에 보인 자본주의의 다양한 면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또한 코로나와 맞물려 나타난 기후위기, 기후우울증에 대한 문제는 『살아있다는 건』(김산하, 갈라파고스)으로 위로를 받았다고 한다. 시적이고 철학적의 느낌이 묻어나는 이 책을 통해, 기후위기 속을 살아가는 나 자신에 대한 존재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답을 찾을 수 있었다고 했다. 기후위기에 대한 냉소적인 마음에서 탈피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 책과 자신을 둘러싼 자본주의를 이해할 수 있게 해준 책. 코로나가 가져다준 이러한 문제들을 우리도 책을 통해 어느 정도 해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코로나와 실패의 기억

김고라니(이하 라니)는 직장 입사와 동시에 코로나를 맞이하였다. 모든 것이 새로워 허둥대고 있을 사회 초년생에게 코로나는 너무나도 버거운 존재였다. 2주에 몇 번씩 바뀌는 방역지침에, 보육인으로서 돌봐야 할 아이들 건강 상태 체크, 그리고 내가 갔던 모든 곳을 밝혀야 하는 동선 체크 등으로 인해 라니는 정신적, 육체적 건강을 잃어가며 직장생활을 하였다. 그리고 입사 1년 만에 결국 퇴사. 라니의 사회 초년생의 기억은 실패로 가득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럴 때 만난 책이 바로 『실패를 사랑하는 직업』(요조, 마음산책)이다. 작가의 삶에서 묻어 나오는 실패를 마주하는 방법, 실패에 대한 이야기를 보며 많은 공감과 위로를 얻을 수 있었다고 한다. 실제로 책 속에 있는 달리기를 라니도 직접 해보면서 잃었던 정신적, 육체적 건강을 얻을 수 있었다고 했다. 코로나 속에서 자신처럼 실패를 겪은 이들이 이 책을 통해 위로받을 수 있길 바라며 이 책을 추천한다고 전하였다.



글, 그림_ 김고라니

 


※ 뉴스풀과 달팽이트리뷴 기사 제휴로 이 글을 게재합니다. 달팽이 트리뷴은 포항 효자동에 있는 달팽이책방에서 발행하는 신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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