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고노믹스라는 말을 들어보셨는가? 돈으로 모든 것을 만들 수 있고 결국은 파멸에 이르는 내용의 미국 드라마 제목 <파고(Fargo)>와 경제학(Economics)이라는 말을 붙여 만든 합성어다.

범죄드라마 <파고> 제2부에서는 1979년 ‘노스다코다주 파고’에 거주하는 평범한 한 가족이 캔자스 주에 있는 악명 높은 범죄조직과 맞닥트려 풍비박산이 난다. 이러한 파국을 담당했던 조직배 마이크 밀리건은 파고의 가족을 쓰러뜨린 대가로 상을 받겠거니 기대하며 폭력단 본부에 들어간다. 상급자는 ‘보상을 최적화하는 방법을 찾기 위해 회계사 사무실과 적극적으로 협력할 것’이라고 한다. “이게 미래야. 이제 오직 한 가지 사업, 그러니까 돈 버는 사업 하나만 세상에 남았다는 사실을 빨리 깨달을수록 자네는 성공하는 걸세”라면서.

1980년대 일어난 경제 변동, 즉 통화주의 경제학(개인 가족 대 대규모 조직폭력배처럼, 개인 소비자와 거대 상권)은 정치적인 결탁으로 급진적인 탈규제와 사유화 의제가 더욱 강하게 대두되었다. 결국 불평등과 부채의 증가, 불안과 자살률이 배로 늘어나며 비만과 생활 습관성 질환이 빠르게 증가하게 되었다. 자본주의는 누군가에게는 많은 것을 갖다주었지만 다른 이들은 방기했다(콜리어, 1980)는 것을 보여주었다.

남의 나라, 국제 거시 경제학적인 담론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우리에게 나타나는 모습을 본다. 우리는 새로운 정부를 맞이하면서, 그러니까 기업, 국가의 경제적인 발전이란 대명제 하에 현 정부가 말하는 경제 정책을 보게 되었다. 더구나 윤 대통령이 신주처럼 모시는, 밀턴 프리드먼의 말 즉, ‘기업이 하는 일이란 돈 버는 일(the business of business is business)’이라는 악명 높은 말을 통해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는 무관하다고 강변’하는 상황을 실제로 맞게 되었다. (『포스트 성장 시대는 이렇게 온다』, 팀 잭슨 저, 우석영·장석준 역, 산현제, 2022.6)

 

이런 형태 즉, 후쿠야마가 말하는 자본주의의 승리를 어떻게 더 연결해야 하는지 궁금해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서도 신자유주의 경제라는 미명 아래에 좌절할 수밖에 없고, 성장이 멈추거나 퇴보될 수밖에 없는 (모든 국제 자료, 수치를 보라!) 상황을 맞이한다. 대전환과 새로운 번영을 위한 사유로써 포스트 성장 시대는 자본주의에 대한 교훈으로부터 시작된다. 결국, 이런 자본주의의 쇠멸이 주는 모습을 통해 다시금 지금의 경제에 대해 심각한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자본주의는 핵심에 자리한 두 가지의 결점 가운데 하나는 부족과 과잉을 가르는 지점을 알지 못한다는 것이요, 다른 하나는 이 지점에 도달하고 나서도 중단하는 법을 모른다는 것이다”(p40)

“우리는 소비주의라는 철창에 갇혀있다. 그러나 이 철창을 만든 것은 우리 자신이다. 우리는 성장 신화 속에 감금되어 있다”(p41)

 

이 두 마디의 문장에서 자본주의 아래 우리가 처한 모습과 문제를 충분히 읽을 수 있다.

애덤 스미스가 보았다면 소스라치게 놀랄 일이 21세기에 신자유주의라는 이름으로 진행되고 있다. 전반적으로 공중을 억압하고 기만하는, 그러나 자신의 이익에만 관심이 있는 자들 즉, ‘이윤으로 살아가는 소위 말하는 자본가’들은 최대한 정부의 규제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시장의 자유만이 오로지 신뢰하는 파고노믹스는 철저히 조직폭력배의 윤리이며 정글의 법칙이라고 필자는 말한다. 다시 말해서 ‘소수를 위해서는 잘 작동하지만, 다수에게는 언제나 실패만을 안겨주는 특정 형태의 자본주의’(p54~55)이다.

물론 책에서 전 미국 대통령 존 에프 케네디의 동생 로버트 케네디(자본주의의 문제를 지적한 대표 인물)의 언급이 자주 인용되고 문제를 풀어가는 핵심이지만, 그는 암살을 당하기 전 가장 가능성이 있는 대통령 후보로써 마지막 연설에서 ‘너무나 많이 너무나 오랫동안, 우리는 순전히 물질적인 것들을 축적하는 데 개인의 탁월함과 공동체성을 양보해 온 것처럼 보입니다’라고 호소했다. 과연 자본주의의 성장이라는 그림(꿈)이 어떤 형태로 실현될 것인지에 대해 심각한 회의와 고통이 우리 가운데 분명하게 일어나야 할 것 같다. 동시에 정치인들이 한결같이 외치는 GDP라는 수치에 대해 ‘우리 시대는 기지도, 용기도, 지혜도, 배움도, 자비심도, 조국에 쏟는 헌신도 측정하지 못한다’라는 그의 말을 다시 귀 기울이자. 연결하면서 ‘GDP는 삶의 가치 있게 만드는 것만을 빼고 모든 것을 손쉽게 측정한다’라는 말을 우리의 마음을 되새기자.

윤 대통령의 신 경제 정책에 대한 지난 번 제안 글(뉴스풀, ‘MB=윤석열(?)’)을 좀 더 거시적인 측면에서 생각해 보고 싶었다. 규제 개혁과 부가세 인하 등 기업이 더 잘 되는 것을 통한 경제효과를 말하고, 그로 인한 효과를 과연 서민이 누릴 수 있느냐는 질문을 한다면 팀 잭슨은 단연코 ‘No’라고 답할 것이다.

 

2022. 6. 22.

 

김영민 _ 전 구미YMCA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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